
타워팰리스는 옛말…마크힐스·상지리츠빌·갤러리아포레 급등
‘강남 속 강남’→‘높게, 더 높게’→‘호텔, 그 이상’으로 변모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주거형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아파트다. 현재 전 국민 10명중 6명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은 저마다 위치와 형태,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을 이룬다. 특히 초기 타워팰리스를 기점으로 시작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붐은 국내 아파트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러나 이제는 마크힐스·상지리츠빌 등 청담동 초호화빌라와 갤러리아포레·트리마제와 같이 숲을 낀 차세대 VVIP 아파트가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장 비싼 아파트의 대명사였던 타워팰리스의 가격이 6위로 내려앉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 2단지다.
마크힐스는 지난 1월 전용면적 193㎡(58평)가 65억 원에 거래됐다. 3.3㎡(1평)당 거래가가 무려 1억1122만 원에 달하는 수치다.
2위는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 2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3월 244㎡가 57억 원에 매매됐다. 3위는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71㎡로 지난해 4월 55억 원에 팔렸다. 이는 최근 4년간 아파트 실거래가를 토대로 나온 자료다.
이들 아파트는 공통적으로 한강을 끼고 있다. 마크힐스와 상지리츠빌은 영동대교 남단에 있고 갤러리아포레는 성수대교 북단에 있다. 한강 바로 옆은 아니지만 조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위치다.
초기 주상복합은 하락 12억원씩 떨어지기도
다음으로는 용산 파크타워 244㎡가 46억 원, 강남 논현라폴리움 264㎡가 45억3000만 원으로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218㎡가 43억8000만 원으로 늦게나마 얼굴을 내비쳤다. 상지리츠빌 2,3차와 갤러리아포레가 10위권 안에 6개나 중복 포진한 것을 감안하면 타워팰리스는 사실상 10위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타워팰리스의 매매가는 1차 전용 164㎡ 기준 2007년말 평균 28억4000만 원에서 지난 6월 21억 원으로 7억4000만 원 떨어졌다. 이는 1년에 1억 원씩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2007년 9월말 최고가로 팔린 33억4000만 원과 비교하면 12억4000만 원의 차이가 벌어진다.
같은 기간 244㎡도 51억 원에서 44억5000만 원으로 6억5000만 원 하락했다. 바로 옆 대치동의 동부센트레빌도 121㎡가 20억2000만 원에서 18억7000만 원으로 함께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동 아이파크 역시 195㎡가 2008년 말 평균 49억5000만 원에서 37억7500만 원으로 11억7500만 원이나 쪼그라들었다. 156㎡는 같은 기간 33억5000만 원에서 27억5000만 원으로 6억 원 하향됐다.
호텔처럼 조식·발레파킹 청소·세탁 대행도
그래도 아직까지 타워팰리스는 주상복합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2002년 완공 당시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은 일반 공개분양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분양을 시도했다. 전문직·기업 임원 등 엄선된 후보군에만 초대장을 보내 당사자나 동행자가 아니면 모델하우스 입장을 제한한 것이다.
여기에 탁월한 조망, 대형평수의 주거, 철통 보안시스템, 헬스·수영·골프 등 각종 부대시설로 ‘강남 속 강남’ 이미지를 굳혔다. 이후 주상복합들은 일반 브랜드들과 달리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랜드마크로 자리하게 됐다. “어느 지역에 사세요?”가 아닌 “어떤 아파트에 사세요?”로 인식이 전환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이후에는 아파트 높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2004년 완공된 타워팰리스 3차는 69층으로 264m로 최고층을 자랑했다. 그러나 2011년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가 80층에 301m로 용적률 완화에 따른 초고층을 달성하며 그 자리를 빼앗았다. 이후 해운대 아이파크도 70층에 298m로 바다와 맞물린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다.
‘높게, 더 높게’를 지향하던 주상복합은 최근 들어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아예 최고급 부유층을 겨냥해 ‘호텔, 그 이상’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특급호텔과 같이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이 투숙객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처럼 거주 중인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는 각 동 로비에서의 발레파킹과 청소·세탁 등 가사도우미 서비스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갤러리아포레 옆에 건설되는 트리마제 역시 특급호텔 수준의 조식뷔페와 발레파킹, 컨시어지 서비스 등이 도입된다.
심지어 트리마제의 경우에는 부유층을 실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일반분양을 조용히 진행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트리마제가 지난 3월 받은 청약접수에서는 6688가구 일반분양에 단 23명만 청약이 이뤄졌다. 규정상 청약절차는 밟되 숨죽여 진행해 청약률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명목상 미분양된 잔여세대를 실구매 의사를 밝힌 부유층에게 선착순 분양으로 판매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국내 최고가 아파트들은 한강변을 따라 들어선 초호화 빌라와 호텔서비스를 표방한 주상복합들의 각축전을 벌일 것이 예상된다”면서 “분양부터 철저히 부유층을 겨냥하고 거주 시에도 수준 높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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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