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물 자취 감추고 삼성동 일대 들썩
이른 판단·승자의 저주 우려 목소리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하 현대차)의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이하 한전부지)가 부동산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인근 아파트와 상가들을 비롯해 부근에 위치한 사옥들의 거래가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한전부지 인근에 있는 ‘서울의료원’ 매각이 진행되면서 덩달아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발전계획’과 연계돼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예측이 섣부르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현지를 찾아 부동산 관련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 24일 삼성동 일대는 다소 상반된 분위기를 풍겼다. 재계의 핫이슈였던 한전부지 입찰 결과로 인해 누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예측하는 이들과 아직은 지켜봐야한다는 이들로 나뉘었다.
한전부지는 현대차가 10조5500억 원으로 낙찰 받은 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삼성그룹의 입찰가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소위 노른자 땅을 누가 얼마만큼의 금액을 들여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앞으로의 강남권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지 감정가의 3.2배 수준의 입찰가를 제시한 현대차의 소식이 알려진 후 한전부지 인근 상가 건물, 아파트, 인근 업체들 사옥까지 덩달아 매매가가 오르고 있다. 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상가건물 등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이미 한전부지 주변의 사옥이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GS건설, 대웅제약, 현대산업개발 등의 주가도 요동친다.
전문가들은 한전부지 일대 빌딩 등의 시세가 10~20%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2008년 삼성그룹 서초사옥이 들어설 당시 주변 지가와 보증금, 권리금 등이 50%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여기에 서울시의 코엑스에서 잠실운동장까지 이어지는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사업’과 맞물려 토지의 용도변경이 이뤄지게 되면 가치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한전부지 일대는 3종일반거주지역으로 묶여 중소형 빌딩들이 주를 이뤄왔다. 이에 서울시는 7층까지 지을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종상향이 결정된 후에는 오피스와 관광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인근 지역 잠실 일대 부동산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동과 탄천이 맞닿아 있는 잠실지역은 한전부지 개발로 주변지역 중 최대 수혜지역으로 손꼽기도 한다. 잠실역 인근 부동산 업체들에 따르면 한전부지 매각이 확정된 9월 셋째주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지난 1월 말 대비 3.6% 상승했다. 그동안 싱크홀, 제 2롯데월드, 지하철 9호선 부실공사 의혹 등의 악재를 한전부지 개발로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한전부지 매각공고 이후에도 꾸준한 문의가 있다”며 “대다수 강남의 주요 상권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한전부지 인근 상가와 건물의 가치가 호가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부지 시너지 낼까
뿐만 아니라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이 남아있어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한전부지 바로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3만2000㎡로 한전부지의 40% 규모이지만, 한전부지 못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전부지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그룹이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미 2년 전 서울의료원 부지 옆 한국감정원 땅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그룹이 서울의료원 부지를 매입해 한국감정원 부지와 합칠 경우 현대차가 인수한 한전부지의 50%에 해당한다. 서울의료원 부지와 연계돼 개발될 경우 한전부지 못지않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가격은 단기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9·1 부동산 대책 등 주요 이슈들이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치솟은 가격 때문에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부동산 관계자들은 “초대형 건물이 들어선다는 기대감과 인구 유입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혜택을 보겠지만 당장의 변화가 눈에 보이진 않는다”며 “현재 실매수에 대한 문의나 거래가 증가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전부지 매각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었던 만큼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상황을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도 “한전부지 매각이 수요자들을 직접적으로 움직이게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전부지가 개발되니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도의 효과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한전부지 낙찰 이후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가 4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도 있다. 낙찰이 결정된 지난 18일 현대차 주가 하락율은 2011년 8월 19일 10.97%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도 같은 날 각각 7.80%, 7.89% 급락했다.
이처럼 그룹 3개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8조4118억 원이 증발했다. 이는 한전부지 낙찰가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처럼 한전부지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예측만큼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