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100%매각…신생 벤처기업 해외 시장 문 열려
게임 데이터 분석기술, 해외에서 먼저 관심가져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서른여덟 번째는 파이브락스(대표 이창수)다.
모바일 사용자 분석 솔루션 기업 ‘파이브락스'는 설립 2년도 채 안 된 국내 벤처 업체다. 하지만 최근 미국 톱 모바일 광고 업체 ‘탭조이'에 인수됐다.
미국 탭조이는 지난달 6일 기업 파이브락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분 100% 인수이며 인수액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기술력 하나로 수백 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파이브락스는 2010년 9월에 설립된 아블라컴퍼니가 전신이다. 과거 국내 기업 최초로 구글에 매각돼 화제를 모은 테터앤컴퍼니(TNC) 출신들로 구성, 개발 역량이 가장 뛰어난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로 주목을 받아왔다.
파이브락스는 탭조이가 인수한 후에도 별도 법인으로 유지되고 이 대표와 노정석 최고전략책임자 (CSO)를 포함한 전 직원의 고용도 승계됐다. 해외 기업이 파이브락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기술력' 덕분이었다.
인수 이유는
노 CSO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이 있으면 글로벌 기업과도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브락스의 핵심 기술은 모바일 사용자의 활동 행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마케팅 이벤트의 실시간 효과를 측정하는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 `퍼널 분석(funnel analysis)’ 툴을 통해 게임 개발사들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게임 사용 패턴을 간단히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기술을 각종 게임에 추가하면 어떤 때 게임이 느려지는지, 어떤 장면에서 많은 사용자가 싫증을 느끼고 게임을 중단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번 회사 매각도 탭조이 쪽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스티브 워즈워드 탭조이 대표는 “사람과 제품, 기술력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을 검토했습니다. 1년 동안 다양한 기업을 봤지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파이브락스 하나였습니다. 타이밍도 적절했습니다. 지금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시기라는 판단에 동의하면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파이브락스는 탭조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최적의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탭조이는 인수 직후 전 세계 다양한 고객에 파이브락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분석 기술은 있지만 네트워크가 없던 파이브락스는 탭조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타고 세계로 나갈 지름길을 얻었다. 장기적으론 탭조이와 파이브락스 서비스를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한편 창업자 노 CSO도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노 CSO는 오픈 소스 테터툴즈와 텍스트큐브를 개발한 TNC 창업자로 테터툴즈 기반 티스토리를 포탈 다음에, TNC는 구글에 매각하며 창업 성공 신화를 썼다.
TNC는 구글에 팔린 첫번째 한국 기업이며, 국내에서 벤처를 창업해 두 차례 연속 해외에 매각하는 이색 기록을 세웠다. 노 CSO는 2010년 이창수 대표와 아블라컴퍼니를 창업해 연쇄창업가 길을 걸었고 다시 글로벌 기업에 회사를 넘기며 ‘미다스의 손’ 반열에 올라섰다.
노 CSO는 KAIST 재학 시절에 경쟁 학교인 포스텍(옛 포항공대)의 전산 시스템을 마비시킨 적이 있는 유명한 해커 출신이다.
인수한 탭조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보상기반 광고와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탭조이의 보상 기반 광고 모델은 부분유료화(freemium) 앱 개발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월 4억5000만 명 이상의 전세계 활성 이용자가 탭조이의 모바일 광고를 체험하고 있다. 파이브락스 통합을 계기로 탭조이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광고 기반의 수익과 함께 강력한 분석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Fast Company’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에서 전체부문 세계 27위, 게임부문 1위, 모바일 부문 2위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12 Mobi Award’에서 ‘최고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은 바 있다. ‘Fast Company’는 미국 경제지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