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정당도 통일문제 논의 할 수 있어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 바로 알아야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정치권에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올 한해 정치권은 세월호에 발목 잡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표현이 더 걸맞는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자기 주장과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비난만 오고갔을 뿐 뭐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보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위원회다. 지켜보는 시민들도 관심이 크다. 퇴보하는 야당보다는 새롭게 변하려는 보수정당이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사실 보수정당 보다는 진보정당에 더 어울리는 말이지만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인 세상이다.
최중경 동국대 석좌교수는 23일자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한국정치에서 보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산업화 세력이라고도 하고 유신잔재 세력이라고도 한다. 기득권 세력이라고 정의하며 계층 간 편 가르기를 시도하기도 한다”며 “어느 경우든 보수주의자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라는 상쾌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을 논하기 전에 보수의 왜곡된 정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말대로 새누리당은 본격적인 보수혁신위원회 활동에 앞서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정의를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 그대로 가다간 ‘유신 잔재세력’ ‘기득권 세력’이라는 주홍글씨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의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자칭 진보세력이라는 야당과 진보정당이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새롭고 혁신적인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보수 제자리 찾아줘야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원회를 통해 상향식 공천제의 정착,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정당 민주화 등을 주요 과제로 당내 혁신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 주제가 단순히 토론 주제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과 각종 위원회들이 위의 논의 주제를 다뤄 왔지만 변화가 없었다. 한마디로 혁신적이지 못했다. 혁신적이려면 과거의 관습, 조직, 방법 등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은 기존의 관습, 조직, 방법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내려놓는 순간 자신들의 권력 생명이 끝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보수세력에게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혁신을 선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관습, 낡은 조직, 낡은 방법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최 교수는 “보수혁신특위가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국적불명의 비빔밥을 만든다면 회복하기 힘든 자충수가 될 것이다. 보수혁신특위는 보수가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보수가 바로 서 보수와 진보가 정정당당한 이념논쟁과 정책대결을 할 때 고질적 병폐인 진영싸움과 지역주의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해외 보수정당 벤치마킹을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보수 정당이 혁신을 선도해 왔다.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복지예산과 노동조합의 막강해진 권한과 계속되는 파업으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일인당 GDP가 세계 9위였지만 1971년에 15위 1976년에는 18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고비용·저효율의 노동시장과 낮은 생산성이 계속되는 산업구조 때문에 재정 적자가 심각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영국병’을 고친 세력이 바로 보수당이었다. 1975년 당시 보수당 당수가 된 마거릿 대처는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세력은 공화당이다. 공화당은 1970년대 미국의 산업공동화 위기를 혁신을 통해 돌파했다. 미국 공화당은 중국과 화해하고 동서냉전을 해체하기도 했다. 독일 통일을 주도했던 세력은 보수세력인 기민당이었다. 냉전해체와 통일, 이보다 더 튼 혁신이 있을까.
지금까지 통일영역은 진보세력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혁신을 위해 과감히 가져올 필요도 있다. 오히려 보수세력에서 먼저 통일문제를 논의한다면 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을 이끌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혁신의 리더십이다.
우리나라 보수세력에는 현재 눈에 띄는 혁신적인 리더가 없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각각 ‘샐러리맨의 성공신화’ ‘박정희를 계승한 성공신화’ 등의 이미지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대신할 차기주자가 없다.
지금은 혁신 리더 키울 때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내년 4월까지는 정치권에 큰 행사가 없다. 새누리당의 보수혁신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보수혁신위원회에서는 이제 혁신적인 정책과 시스템정비는 물론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록 실패의 쓴 맛을 봤지만 대권행보를 꿈꾸었던 안철수 의원의 인기요인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안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들이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큰 인기를 누린 데는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 즉 ‘혁신’에 대한 기대와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혁신’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콘텐츠와 지지세력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지세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혁신적인 콘텐츠만 갖출 수 있다면 내년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까지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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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