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금횡령에 허위보고·행정기관 유착까지 비리투성이
투명성 확보 및 공공성 강화 등 서비스 개선 대책 시급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시내버스가 갖가지 비리와 부패로 더럽혀지고 있다. 인건비 미지급을 비롯한 엉터리 회계보고 후 자금유용, 대폐차 허위자료를 통한 공금유용 등 그 유형 또한 다양하다. 특히 지자체를 통해 들어가는 지원금은 회사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눈먼 돈이 돼 사라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증언해 심각성을 더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주, 천안, 대전, 포항 등 시내버스 비리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일례를 들면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초저상 버스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전주 신성여객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경찰에 또 다른 불법행위가 있는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한 사건이다.
전주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실현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지난 17일 전북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내버스 업체들은 요금인상과 보조금 증가에도 적자가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신성여객의 보조금 비위행위가 초저상버스 보조금 유용에만 그치는 게 아닐 수 있다”면서 “경찰은 운송수입금과 지출내역을 자세히 살펴 다른 비위행위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안전부품을 제거한 업체가 부품을 구입한 것으로 허위보고하고 보조금을 과다지급 받은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한 업체들도 있다. 지원금을 여러 가지 형태로 허위 보고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는 이미 서울에서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받으면서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을 재생용품, 즉 낡은 부품으로 사용하다 덜미를 잡힌 업체들이 나온 뒤라 더욱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시내버스 운영비용 전액을 지원받던 운수회사의 대표이사가 개인주택 난방비와 개인소유 외제차의 유지비, 주택 개축비용 등을 회사법인 카드로 지급해 회사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주택 개조 등의 사적인 용무에 회사 정비사를 투입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있었다.
다른 지역 역시 별반 차이는 없다. 천안의 경우에는 적자로 회사운영이 어렵다며 해마다 보조금 증액을 요청하던 천안시내버스들이 회사자금과 국가보조금 등 235억 원을 빼돌려온 것으로 드러난 사건도 있다.
버스업체 운영을 감독해야 할 공무원은 비리를 눈감아주고 뇌물을 받고 적자노선을 평가하는 용역업체 연구원도 금품을 받는 등 총체적인 시내버스 운영비리가 검찰에 의해 밝혀졌던 것이다.
경기권 버스업체서 근무를 했던 한 남성은 이와 관련해 “회사의 공금 유용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면서 “예를 들자면 버스를 일시불로 샀다고 지자체에 보고한 뒤 실상은 할부로 끊어 내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되면 목돈은 손에 남기 마련”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복되는 부정부패
혁신자치포럼이 발간한 ‘1990년~2014년 시내버스 부패유형과 개선과제(서울·경기·대전·천안 사례)’라는 제하의 정책보고서는 지역별 사례를 더욱 자세히 설명한다.
혁신자치포럼은 우리나라의 시내버스 제도 및 정책유형을 서울형과 광역시형(준공영제) 경기도형 중소도시형 농촌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부패 정도는 서울이 가장 앞서고 광역시형, 경기도형, 중소도시형, 농촌형 순으로 본다.
또 “천안사례의 부패유형은 10년 전 대전의 부패유형과 닮을 꼴이며 경기도는 노선 독점에 따른 공공성 부재에 따른 문제가 크다”면서 “시내버스는 대중교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큰 만큼 운송효율(이용율) 증대, 서비스 개선, 경영효율 및 투명성 확보 방안이 우선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시내버스 부패유형은 수익금 착복, 엉터리 회계보고로 자금유용, 대폐차 등 허위자료로 공금유용, 회사담합 통해 공금유용, 분식회계, 후진적인 버스경영, 행정기관과 유착관계, 표준원가 불법 악용 등으로 분류했다.
한마디로 회사의 고위관계자, 공무원의 부패 등으로 시민들은 자신들이 낸 혈세가 길바닥에 뿌려졌고, 하다못해 변변한 안전장치도 없이 버스를 타야만 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부패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시민들의 안전 사고는 언제든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혁신자치포럼은 이와 같은 상황과 관련해 “시내버스 수송효율(이용율) 증대 대책, 경영효율화 대책, 투명성 확보 및 공공성 강화 방안, 서비스 개선 대책 마련 필요”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매일 타고, 매일 보는 것이 시내버스다. 시민들의 눈 바로 앞에서 부정부패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꼴”이라면서 “지자체마다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돈과 안전은 그야말로 눈이 멀게 된다”고 거들었다.
앞서 채재선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의원은 “일부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이로 인해 소중한 시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버스회사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의 무능과 방관에 따른 것”이라며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전체 버스회사에 대한 현장 전수조사를 통해서 또 다른 시민혈세 낭비사례가 있는지 조사할 것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