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속도 제한 드러나며 또 호갱 논란
한소원 “혼란 줄 수 있는 명칭 변경해야”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내놨던 롱텀에볼루션(이하 LTE) ‘무제한 요금제’가 사실상 이름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에 제한이 있던 것이다. 또 정해진 요금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요금이 더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알뜰폰 요금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이 같은 조건을 정확히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무제한 요금제는 이동통신사를 위한 정책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가운데 [일요서울]이 LTE 무제한 요금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스마트폰 LTE 요금제 가입자의 수가 전체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5월까지 집계된 스마트폰 LTE 서비스 이용자 비율은 82.4%에 달한다. 이용자 비율이 늘어난 만큼 통신사들의 가입자 차지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던 중 LG유플러스가 기존 LTE 요금제에는 없던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KT와 SKT도 질세라 서둘러 무제한 혹은 무한이라는 이름으로 새 요금제를 선보였다. 대부분 월 요금이 10만 원을 웃돈다.
다소 부담스러운 요금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소비자들은 무제한 요금제의 등장을 반겼다. 3G(3세대 이동통신)에 존재했던 무제한 요금제처럼 무한대로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를 쓸 수 있다고 이해한 것이다.
그런데 명칭과는 달리 제한요소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의 배신감도 크다. 월 기본 데이터를 소진하면 1일 데이터 제공량이 1~2GB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까지 다 사용하게 되면 데이터 속도가 느려진다. 또 음성통화의 경우에도 휴대전화 통화만 무제한이고, 영상통화나 15**, 050* 등으로 시작하는 전국대표번호는 부가통화량에 제한 있다.
이는 이동통신 3사인 SKT와 KT,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알뜰폰 상위 3사인 CJ헬로모바일, SK텔링크, 유니컴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들이 출시한 LTE 요금제 중 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109개 요금제에서 모두 데이터 제공 또는 음성통화량 중 적어도 한 가지의 제한 조건이 있다.
한 소비자 A씨는 “만원만 더 내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었는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속도가 느려졌다”면서 “동영상 하나 보는 것조차 힘들어지면서 인터넷 사용에 불편함을 겪었다. 그냥 이동통신사가 소비자한테 만원이라도 더 가져가려던 상술로 만든 요금제라는 생각에 지금은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해 야구 중계 등을 시청한 소비자들 중에서는 데이터 제한에 따른 속도 저하로 인해 기기고장으로 오인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 역시 “3G 무제한 요금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데이터의 양에 제한을 받지 않고, 또 무제한인 만큼 언젠가 다 쓸 일이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이용한 요금제다”고 비판했다. LTE에서는 무제한 요금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던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을 기만한 마케팅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이하 한소원)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4명은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 중 57.3%가 음성 부가통화 또는 데이터 제공의 제한 조건을 명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또 4명 중 1명꼴인 24.1%는 그로 인해 초과요금을 지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소원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매월 8~25GB씩 제공하는 기본 데이터를 고객이 다 소진하면 이후 LTE 데이터를 하루 1~2GB 정도만 추가로 제공하면서도 ‘무제한’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테더링(스마트폰을 노트북이나 태블릿PC에 연결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의 경우, 기본제공 데이터 한도를 벗어나면 아예 쓰지 못하거나 추가요금을 내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사들이 ‘무한’이나 ‘무제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제한 조건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통신사 가입 시 요금제별로 제시된 조건들을 정확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소원 측은 ▲요금제 명칭 변경을 통한 소비자 오인 해소, 명확한 제한 조건 고지 ▲소비자의 사용패턴에 부합한 요금제 보완 ▲서비스 편의성 제고를 위한 앱 개발을 업계에 촉구할 예정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에게는 LTE 요금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비자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선택·비교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LTE 통신서비스 소비자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무한 요금제라도 제한 조건이 있고 ▲알뜰폰 LTE 요금제는 사업자별로 차이가 있으며 ▲맞춤형 요금제는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통신사 “무제한 맞다”
이 같은 논란에 이동통신사 측은 “사용자들을 위한 불가피한 제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GB 소진 후 3Mbps(3G급) 이하로 속도만 제한할 뿐 데이터 사용을 무한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가입자들이 LTE 속도의 데이터를 제한 없이 이용하게 되면 트래픽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일부 유저 때문에 함께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음성 통화량이 제한되는 것도 스팸 등 광고 전화로 이용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제공되고 있는 무제한 요금제의 데이터의 경우 일반인이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는 수준의 넉넉한 양이다”며 “사업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요금제 발표 당시 데이터, 속도 등에 대한 제한 조건을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원성은 지속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LTE 무제한 요금제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무한 데이터’, ‘완전 무한’ 등을 강조하며 오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앞서 보조금 지원 등의 논란으로 이동통신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가는 가운데 무제한 요금제 논란이 이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