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스크린과 안방을 오가며 맛깔난 연기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배우 차태현(39)이 올가을 동체시력과 CCTV라는 독특한 소재로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영화 ‘헬로우 고스트’ 김영탁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해 독특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늘 대중들이 원하는 연기에 순응하겠다는 차태현의 솔직한 면모를 만나봤다.
차태현은 이번영화에서 동체시력(모든 것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이는 증상)을 가진 여장부 역할을 맡아 CCTV관제센터에 근무하며 단절됐던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는 “우리 영화는 불편한 영화”라며 “요즘 보시는 분들이 좋게 말하면 신선하게 보실 수도 있고 반대로 보면 어색하거나 재미없을 수도 있다. 옛날에는 예능프로그램에 자막이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막 한 번 안 나와도 불편해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처음부터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오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답답해 할 수 있다”며 “연기할 때도 눈을 보여주지 않고 표현해야 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10~20분정도 지나 캐릭터에 공감되시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에서 차태현은 내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여기에 있다. 눈을 가렸지만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있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 것.

그는 불편한 영화라고 자처하지만 이번 영화 역시 웃음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전형적인 차태현 스타일이 자리잡고 있다. 차태현은 이번 작품에서 전통 코미디극을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재치 있는 특유의 연기가 웃음과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 동갑내기인 김 감독의 남다른 감각적 연출이 더해지면서 평범하지 않은 얘기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언젠가 한번은 악역을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시점보다는 어느 작품에서 하게 될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면서 “(연기 변신은) 숙제 중 하나다. 숙제를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이왕 할 것이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태현은 순리대로 가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연기자가 가진 좋은 점 중 하나가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직업”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지금도 많이 넓어졌고 영화 ‘과속스캔들’도 결혼을 안 했으면 역할을 맡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 영화 ‘엽기적인 그녀2’ 촬영이 들어가는 그는 “2015년에는 유독 바빠질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영화제작자인 형(차지현) 때문에 일정이 잡혔다”면서 “늘 정해진 게 아니라고 나만 끝까지 우기고 있다”고 애교 섞인 말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한편 차태현은 영화 ‘슬로우비디오’의 예상 성적에 대해 “헬로우 고스트가 300만이 들었으니 이는 넘고 500만 들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공약은 안 한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안 할 것이다. 진짜 넘으면 어떡해요”라는 재치 있는 말로 흥행성공을 기원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