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정보력으로 큰손들은 큰돈 벌었다
발빠른 정보력으로 큰손들은 큰돈 벌었다
  • 윤지환 
  • 입력 2004-11-04 09:00
  • 승인 2004.11.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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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충청도 일대는 부동산 투기 후유증으로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큰 이익을 챙긴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신행정수도와 관련 충청권 부동산 투기를 주도했던 이른바 ‘큰 손’들이다.큰손들은 헌재에서 수도권 이전은 위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재빨리 땅을 처분, 큰 이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큰손들은 발빠른 정보력으로 신속 정확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충청도의 신행정수도 부지 부근에 땅을 산 투자자들은 “정부 발표만 믿고 모든 재산을 쏟아부었다.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이라며 타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처럼 수도이전 위헌 판결로 충청권 전체가 부동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세력들은 사전에 그들만의 정보력을 동원, 제몫을 챙긴 뒤 손을 털고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속칭 ‘치고 빠지기 식 한탕’을 구사한 것이다.대전지역에서 10년 째 부동산 중개업 및 컨설팅회사를 운영해온 한 부동산 전문가는 “헌재 판결이 나기 몇 주일 전부터 이상하게 큰손으로 불리는 투기 세력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매물들을 비교적 헐값에 처분하고 손을 털었다”면서 “아마 큰손들은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모험보다 안전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충청권 한 지방언론사 관계자는 “일부 투기 세력들은 헌재 재판관들이 위헌 쪽으로 마음이 굳었다는 얘기를 미리 듣고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피해가 없었으며, 대신 뒤늦게 막차를 탄 선의의 개인 매수자들과 현지 일부 주민들만 이번 위헌 판정으로 땅값 폭락이라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큰손 투기 세력들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결과를 미리 알아내려고 정보망을 총동원한 것으로 아는데, 이들 중에는 심지어 헌재 주변 동향을 알아내려고 수천만원의 정보자금을 동원할 정도로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큰손 투기세력들은 정보기관 뿐 아니라 정부기관 관계자들과 ‘끈’을 연결해 놓고 수도이전 문제에 관해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예의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는 중소투기자들 사이에서도 일찍부터 나돌았다. 그러나 투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 컸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것으로 보인다.서울의 한 대형 부동산 컨설팅 회사 관계자 김모(42)씨는 이에 대해 “위헌 소지에 관한 정보는 큰손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부동산 관계자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사실 오래 전부터 위헌의 소지에 대해 거론됐기 때문에 충청권 투자는 만에 하나라는 변수가 있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만에 하나였기 때문에 투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대전지역의 또 다른 부동산 업자도 “사실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내려 이 지역 일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소문이 조금씩 나돌았다”고 전했다.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부동산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헌재에 수도권 이전에 관한 위헌 소송이 제기되자 큰손들은 그때부터 충청권 일대에 확보해 놓았던 매물들을 급히 처분했다”면서 “큰손들은 소문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헌 판결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들의 정보를 신뢰하고 냉정하게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 밖에 큰손들이 빠져나간 충청도 신행정수도 부지 부근의 모든 부동산 투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에 뒤늦게 막차를 탄 개인 투자자들은 당황하면서 서둘러 물건을 내 놓고 있지만 이미 늦은 감이 다분하다.이들 중 계약금 10%만 내고 아직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매수인들은 아예 계약금을 포기하는 쪽을 적극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현재 충청도 지역 투자자들은 3개월 정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어 팔려는 사람도 없고 사려는 사람도 없다.대전의 한 부동산 업자는 “사려던 사람들의 움직임은 모두 스톱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거품이 빠지지 않아 가격은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헌재 결정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도권 기능의 분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 때문에 기대심리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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