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언어학자이며 실천적 지식인의 표상 촘스키. 그는 숱한 사건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하며 세계 여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예전부터 ‘한국’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인 그는 한국의 이슈에 큰 관심을 갖고 따뜻한 지지와 함께 날카로운 지적을 해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노엄 촘스키는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준다. 최근 출간된 촘스키의 신간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에서도 인류의 근대사를 식민주의의 피로 물들인 서양의 탐욕과 살육 그리고 은폐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체제 지식인 노엄 촘스키와 저널리스트 겸 영화제작자인 안드레 블첵 사이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두 사람의 일생을 열정적인 인문-사회운동으로 이끌어간 개인적 경험과 함께 역사적인 담론을 펼쳐나간다.
이 담론 속에서 수백 년에 걸쳐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지속적으로 수백만 명의 인간들을 몰살시켜온 서구 문명의 어두운 역사가 드러난다.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잔혹한 분쟁과 침략과 전쟁의 거의 대부분이, 서구의 지정학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촉발되었고 이에 조종되고 있었다.
서양은 인류를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수없이 저질렀지만 그 사건들은 모두 ‘은밀한 전쟁’이었다. 서구의 매스미디어가 단호한 디스인포메이션, 즉 역(逆)정보 캠페인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폴 포트 치하의 캄보디아가 가장 악랄한 공산주의 범죄의 전형으로 묘사되는 반면, 서구가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저질렀던 진짜 대학살은 쉬쉬하며 은폐하거나 거꾸로 ‘자비로운 행위’인 양 교묘하게 포장돼왔다. 이러한 대학살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서구의 문화는 처벌을 모면할 뿐 아니라, 지금도 자신들이 일종의 도덕적 권한을 거머쥐고 있다는 확신을 온 세상에 심어주고 있다. 이들의 잔혹한 실상을 두 사람의 대담이 낱낱이 파헤쳐준다.
궁극적으로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은 희망의 담론이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상황에 대해서 무언가를 행하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이런 은폐된 범죄들 앞에 지레 포기해버리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밤낮으로 노력하고, 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촘스키의 여정은 숨이 멎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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