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범일 가능성 높지 않다”
“지능범일 가능성 높지 않다”
  • 윤지환 
  • 입력 2007-05-17 10:48
  • 승인 2007.05.17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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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 전문가 표창원의 집중분석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사사동 구반월사거리 인근 야산에서 알몸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은 화성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의 피해자중 1명인 박모(36)씨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시신발견 이틀 뒤인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대조결과 암매장 여성과 박씨가 동일인물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나머지 실종여성들도 범죄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암매장 장소 일대에서 대대적인 수색 및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여성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을 뿐 아니라 산짐승에 의해 훼손까지 된 상태여서 부검을 통한 사망 원인 규명 등 단서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추가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주변 거주자들을 상대로 검문수사를 강화하는 등 저인망식 수색을 벌이고 있다.


박씨의 시신이 암매장된 지점은 313번 지방도로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으로,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비봉 톨게이트와는 직선거리로 7km 가량 떨어져 있다.

313번 지방도는 42번 국도(수원-안산)와 98번 지방도(수원-화성)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이고 39번 국도와는 나란히 하고 있다.

박씨의 목에는 팬티스타킹이 묶여 있어 경찰은 일단 목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과수는 시신에서 질액을 채취, 범인의 체액이 섞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지만 시신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해 온 박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2시25분경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화서시장 김밥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됐
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이날 오전 4시20분경 화성시 비봉면 구포리 비봉TG 인근에서 끊겼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벌목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시신은 발견 당시 땅 속에 깊이 파묻힌 것이 아니라 지면에 놓인 채 주변 쓰레기와 나뭇가지 등으로 덮여 있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시신이 알몸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는 범인의 살해동기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아직 정확히 뭐라 단정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것만으로 변태성욕 만족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에 따르면 범인이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피해자의 옷에 묻었을 범인의 머리카락, 혈액, 정액 등과 같은 증거물을 은닉하기 위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변태욕구 충족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표 교수는 “범인이 피해자의 시신 은닉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 지능범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또 시신을 철저하게 은닉하려 하는 것은 보통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이번 사건이 장기화됨에 따라 수사본부의 자문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시신의 목에 감겨져 있던 스타킹에 대한 경찰 내부의 분석도 다양하다.

경기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시신을 은닉하려한 노력이 거의 없고 범행 도구인 스타킹을 그대로 방치한 점으로 미루어 모방범죄이거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일종의 트릭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보란 듯이 쉽게 눈에 띄는 장소에 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타킹이 가지는 의미를 속단할 수 없다”며 “단순히 뒤처리의 미숙함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박씨의 시신 발견이 사건 수사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인이 인적이 드문 313번 지방도를 새벽시간대에 이용한 것을 감안, 주변 지리를 잘 알거나 이 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인이 암매장 지역의 지리를 잘 알고 있다고 판단, 313번 지방도 주변의 낚시터와 주말농장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313번 도로를 이용하는 출퇴근자들도 수사대상에 올려 조사 중이다.

그러나 표 교수는 “범인의 동선이나 수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문제”라며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연쇄범행을 저지르는 범인도 있지만 수시로
동선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표 교수는 “수법의 경우 경찰에 혼선을 주기 위해 바꾸는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영철, 정남규다”라며 “유영철은 범행대상도 부유층에서 여자로 바뀌었고 사용한 흉기도 칼에서 둔기로 바뀌었다. 정남규도 범행 수법을 바꾸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 교수는 “다른 피해자들이 이미 살해당했다면 박씨와 유사한 방법으로 당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며 “범인이 목을 조를 때 피해자가 저항할 경우 살해 방법을 바꿀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성부녀자 연쇄실종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과 같은달 24일, 지난 1월 3일 배씨와 박씨, 다른 회사원 박모(52·군포시)씨 등 부녀자 3명과 여대생 연모(20)씨가 1월 7일 잇따라 실종된 사건으로 이들은 모두 화성시 비봉면 일대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뒤 실종됐다.

한편 경찰은 실종사건이 피살사건으로 바뀜에 따라 수사본부의 수사관을 77명에서 85명으로 확대했다.

이밖에 경찰은 연쇄실종사건에 강력사건 최고액인 5,0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박씨의 시신을 발견한 인부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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