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폭력사건을 계기로 조직폭력배들에 대해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조폭 부활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수년 전부터 나왔으나 사행성 오락실이 난립하는 등 정부시책은 엉뚱한 방향으로만 내달렸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200여개에 이르는 폭력조직이 난립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이전의 조직폭력배 관리 대상은 207개파 4,601명이고, 지난 2005년 검거한 폭력배는 160개파 2,257명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조폭은 203개파 4,181명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을 해도 조폭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세포분열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단속도 쉽지 않다. 조폭들도 법전을 줄줄 꿰는 등 날이 갈수록 지능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국에서 활동 중인 조폭이 상경하고 귀향하기를 반복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활동하고 있는 조폭의 현황을 정확이 파악하고 단속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같은 조폭 전국시대에 때맞춰 국내에서 활동 중인 폭력조직은 어떤 것들이며, 그들의 활동 현황은 어떤지 조폭 계보도를 통해 집중 분석해 보았다.
조폭 부활의 두 가지 호재
김태촌, 조양은의 구속 등 강력단속으로 한동안 맥을 추지 못했던 조폭들은 DJ정권에 들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 조폭에겐 두 번의 큰 기회가 찾아 왔다. 벤처붐과 10% 룸살롱 붐이 바로 그것이다.
벤처붐이 불어 닥칠 때 조폭들은 수많은 벤처회사의 설립과 매각과정에 개입,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뿐만 아니라 IMF 말기에는 유흥업이 스프링 효과로 인한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벤처붐에 이어 또다시 엄청난 매상을 올릴 수 있었다.
또 군소 조폭들은 경제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동대문 타운, 강원랜드 등 크고 작은 사업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활동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금력이 생긴 조직들은 조직원들을 끌어 모으는 한편 다양한 사업에 돈을 투자하며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최근 수도권에서 활개치는 기업형 조폭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폭세계, 영·호남 세력이 양분화
조폭들이 고개를 들기는 지방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자치제의 활성화로 다양한 지역 사업이 진행되자 이 사업들의 이권에 조폭들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조폭의 자금줄이 열리면서 수많은 조폭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바야흐로 조폭전국시대가 본격화 됐다.
특히 현재 조폭구도는 영남과 호남이 세력을 양분하고 있다. 영남 조폭은 근거지역을 벗어나는 일이 드물지만 호남 조폭은 호남지역에 머물기보다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에 대해 영남 지역은 대도시가 많고 각종 산업이 발달해 지역 내에서도 조직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지만, 호남지역은 대부분 군소도시이기 때문에 서울로 진출하는 조직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은 조폭의 시장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조폭들은 대부분 호남 조직인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조폭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곳은 고급 유흥가가 많은 강남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폭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호남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대구와 대전 조폭 순이다.
또 이태원, 용산, 동대문 등지에는 최근 영남 조폭들의 활동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용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칠성파 조직원들이 서울에서 영역을 점점 넓히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호남조폭이 조폭의 대명사화됐을
뿐 전국의 조폭들이 서울서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부산 등지의 조폭들은 최근 서울지역 대규모 재개발 사업 등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십명의 인원을 서울로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출신지역이 달라도 조직 간에 이권 다툼을 벌이는 일은 거의 없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까닭에 서로의 인맥이 얽혀있어 조직 간의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껍데기만 부활한 조폭
이와 함께 폭력반 베테랑 형사들과 조폭계 원로들은 다시 부활한 조직에 대해 “진정한 건달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의리를 중요시하고 주먹으로만 실력자를 가렸지만 지금은 음모와 배신과 더러운 돈이 판친다는 것이다. 진정한 건달의 정도는 사라지고 ‘비열한 거리’만 남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조폭 사정에 정통한 한 경찰 관계자는 “요즘 조폭들은 목적에 따라 뭉치고 목적이 끝나면 다시 남남이 된다”며 “이들은 금전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일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돈 앞에서는 선후배도 없고 조직도 없고 의리도 없다. 그게 오늘의 조폭”이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의 조폭은 더 이상 계보를 따지기도 힘들다. 돈에 의해 합쳐지기도 하고 돈에 의해 새로운 파벌을 결성해 떨어져 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 안되면 일 안해”
조폭의 폭력성도 이제는 바뀌고 있는 추세다.
경찰에 따르면 회칼, 각목, 주먹을 휘두르는 조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 사건을 일으킬 경우 경찰의 주목을 끌어 사업 추진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요즘 조폭은 위험하고 힘든 일 안하려 한다”며 “조직원들을 동원해야 할 일이 생기면 자신들의 조직을 동원하지 않고 돈을 들여 다른 조직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오는 피해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김승연 회장 사건의 경우는 돈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조직원을 동원시킨 것 같다. 그건 정말 특수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에 이제는 서로 싸우기보다 상대편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대부분의 사안을 처리한다. 이권 하나에 두 조직이 개입됐을 경우 보스끼리 협의해 연합한 뒤 이익을 나누는 게 요즘 조폭 풍속도인 것이다.
##돈 없어 알바 뛰는 조폭
경찰에 따르면 최근 조폭들 사이에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력이 강한 조폭은 경찰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막강하지만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때문에 본업인 조폭을 내팽개치는 경우도 허다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좀도둑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사기꾼으로 전업하기도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배고픈 조폭들이 잘하는 대표적인 ‘아르바이트’가 바로 보험사기”라며 “최근 보험사기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외에 아리랑치기, 교통사고 위장 돈 뜯기 등도 조폭의 ‘알바’에 포함된다.
###우리나라 조폭현황
서울(27개파 318명)
신영광파7, 대흥동파12, 만식이파12, 준이파6, 까불이파7, 강남연합파6, 청운파22, 신이글스파22, 신중앙파6, 래원이파17, 양은이파28, 종점파17, 화양파10, 텍사스파12, 응암동파10, 상택이파12, 일훈이파9, 쌈지파, 구로동파12, 종진파9, 진성이파18, 용이파6, 범서방파11, 신구로파13, 송정리파10, 종회장파9, 용산 빽시디파14
부산<20개파 260명>
*칠성파58, 신칠성파16, 신연산동파7, 재건기장파7, 영도파11, 대운파5, *신 20세기파23, 고속터미널파, 재건 20세기파26, 온천장파, *유태파31, 하단파9, 물개파7, 재건용호파5, 신당감동파11, 동석파6, 300번지파5, 재건선후파4, 연산동파7, 병철이파6
대구<15개파 353명>
*동성로파96, 칠성동파10, *향촌동파67, 칠곡파17, 달성동파23, 고산파, 신암동파20, 범어파9, 반야월파14, 서부파15, 성서파9, 월배파19, 로타리파16, 상업이파10, 원대파18
인천<11개파 218명>
*꼴망파35, *부평신촌파26, 선장파, 석남파14, 주안파24, 계산파10, 신주안파11, 연수파7, 간석파34, 크라운파15, 부평시장파32,
울산<5개파 120명>
신역전파26, 방어진파23, 목공파13, 남목파21, 신목공파32
경기<23개파 563명>
남문파67, 원주민파33, 북문파60, 청하위생파21, 역전파40, 신중앙훼미리파24, AP신파40, 안중파13, *타이거파42, 신재봉파9, 인덕원파10, 구리원주민파, 군포역전파6, 신상호파21, 국제마피아파6, 관광파19, *이천연합파26, 파라다이스파15, 식구파, 백악관파19, 신세븐파28, 희망상조회34, 광명사거리파14,
강원<13개파 148명>
동기파24, 박충근파13, 승택파11, 현덕화파13, 명진이파5, 연방파7, 종로기획파11, 아파치파9, 유진기획파21, 서상진파5, 남부파14, 동대문파9, 이양원파6
충북<11개파 311명>
시라소니파49, *회택이파30, *파라다이스파48, 일한이파22, *화성파55, 호청파26, 조가파15, 신석만파13, 14인조파15, 하나회19, 신청송파19
충남<23개파 383명>
전술파23, 중앙파7, 양석이파15, 한실파9, 왕가파52, 대가파24, 신한성파23, 연무사거리파7, 신탄진파9, 그랜드파12, 온천파5, 태평양파14, 남산파19, 거지파13, 아파치파11, 금잔디파10, 미도파17, *태양회파26, 오거지파16, 신태양회파7, 상무파14, 예산파35, 르네상스파18
전북<18개파 435명>
월드컵파37, *배차장파30, 나이트파36, *대전사거리파21, 오거리파21, 중앙동파25, 타워파23, *역전파29, 북대파23, 삼남백화점파36, *그랜드파42, 한가족파19, 백악관파38, 솔벗파16, 구시장파29, 감귤포장파10
전남<16개파 4백 81명>
무등산파51, 신서방파20, 콜박스파45, *서산파28, 신양OB파38, *오거리파32, *국제PJ파55, 수노아파28, 충장OB파47, 라이오스파27, 신양관광파41, *백호파23, 수기동파15, 십계파10, 두암파12, 우림파9
경북<7개파 264명>
시내파50, 우정파24, *삼거리파63, 소아파38, *대명회62, 팔공파34, 광명회23
경남<11개파 226명>
양칠파21, 도동파15, 재건파14, 영호파25, 종수파10, 영춘파22, 신오동동파21, 돌쇠파21, 이병율파25, *프라자파37, 하수천파15
제주<4개파 101명>
유탁파37, 땅벌파22, 산지파28, 딸기맛미역파14
*는 지방에서 서울로 진출한 조직폭력배
윤지환 jjh@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