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민청학련·오적필화 사건으로 1970년대에 6년 4개월의 옥살이를 한 시인 김지하(73)씨가 가족들과 함께 15억원대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24일 김씨와 그의 부인, 아들이 "수감생활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극심한 가혹행위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6년 남짓한 기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출소 후에도 일상생활에 감시를 받아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형사사법기관이 조직ㆍ의도적으로 인권침해를 했다"며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재발방지를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위자료를 15억5000만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김씨가 앞서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4억2800여만원을 제외한 11억2100여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정했다.
또 김씨의 아내이자 소설가 고 박경리씨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 관장에게는 2억8000만원, 김씨의 장남에게는 1억원 상당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1970년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등을 풍자하는 '오적'을 사상계 5월호에 발표한 후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 간의 옥살이를 했다.
이후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고 수감되는 등 1980년까지 총 6년 4개월의 수감생활을 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재심을 통해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오적필화 사건에 대해서는 "민청학련 사건과 별도의 경찰 및 검찰에서 수사와 공소를 제기한 사건이므로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판결 직후 "오적필화 사건 이후 몇십년 동안 풍자시를 못 썼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는 건 나라에서 오적 사건으로 더 이상 문제를 삼지 말라는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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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