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딱딱하고 뾰족한 식전빵 눈길
사르데냐에는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빵의 맛이 특히 인상적이다. 사르데냐의 전통 빵들의 기원은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는 목동들에 의해 고안됐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모양과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목동들이 만든 전통 빵 특이한 모양에 고소한 맛
사르데냐의 빵은 이탈리아에서 먹어 본 보편적인 식전빵과는 달리 모습부터가 독특하다. 마치 거북이의 등껍질을 연상하는 듯한 뾰족 뾰족한 모습의 식전빵은 굳어 버린 빵처럼 딱딱해 부드러운 빵에 익숙한 사람들을 조금은 당황스럽게 한다. 하지만 사르데냐 사람들은 그 빵을 쭉 찢어서 꼭꼭 씹으며 고소한 식감을 즐긴다.
또 카라사우라는 이름의 빵도 사르데냐에서 맛 볼 수 있는 별미다. 카라사우는 목동들이 목초지 등에 가지고 다니기 편하도록 얇고 가볍게 만든 빵으로 여러 겹의 층으로 되어있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한 입 베어 물면 둥근 모양의 형태를 잃고 전부 바스러질 만큼 얇은데 이 빵은 간이 되어있어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부서진 카라사우 조각 위에 사르데냐가 자랑하는 부드러운 염소치즈와 달콤한 유자꿀을 곁들여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짭조름한 식전 빵 하나만 맛보았을 뿐인데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생각난다. 이때 꼭 맛봐야하는 것이 사르데냐의 맥주다. ichnusa라는 이름의 이 맥주는 1912년 사르데냐에서 생산돼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사르데냐의 국민 맥주다. 사르데냐를 상징하는 국기가 그려져 있어 더욱 이국적인 이 맥주는 바다를 품고 있어서 일까? 기분까지 짜릿하게 하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짭짤한 감칠맛 나는 보타르가 파스타
바다를 둘러 쌓고있는 사르데냐에는 생선이 들어간 요리도 많다. 특히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살펴보면 ‘보타르가 파스타’라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사르데냐 카브로스 호수에서 잡히는 숭어와 숭어알로 만든 음식이다.
보타르가는 참치 또는 숭어의 알을 소금으로 절인 후 말려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의 어란과 비슷하다. 보타르가 파스타는 토마토와 올리브유 그리고 가루낸 보타르가를 함께 넣는다. 파스타를 처음 맛보면 ‘맛있다’라는 감탄사 보다는 강렬한 ‘짠’맛이 먼저 느껴지는데 보타르가가 주는 감칠맛이 우리나라의 젓갈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매우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파스타다.
말로레두스 쫄깃한 식감이 일품
보타르가 파스타가 부담스럽다면 말로레두스를 주문해보자. 정식 명칭은 말로네두스 알라 캄피나네제(Malloreddus alla campidanese)인데 이 파스타는 오래전부터 사르데냐의 주부들에 의해 만들어진 파스타로 뇨케티(Gnocchetti)라고도 불린다.
말로레두스는 밀가루 반죽을 길게 늘이고 수제비 보다 더 작은 크기의 덩어리로 떼어내서 머리빗처럼 생긴 도구에 눌러 줄무늬를 만든다. 전체적인 모습은 한국의 ‘번데기’와 같은 모습인데 빗살무늬가 쫄깃한 식감을 더해준다. 말로레두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사르데냐의 대표 가정식 파스타다.
기분 좋게 해 주는 달콤한 디저트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은 항상 디저트를 먹는다. 사르데냐 디저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레몬향이 살짝 나는 햇님 모양의 따뜻한 빵, 부드러운 쿠키라는 뜻의 비스콧토 소피체(Biscotto Soffice), 가운데 잼을 넣은 타르트, 설탕 쿠키 등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디저트 들이다.
특히 비스콧토 소피체는 사르데냐 전통 쿠키로 슈퍼나 상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바에 앉아 이 쿠키를 즐기고 있는 사르데냐 사람들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지역답게 샤르데냐는 ‘세계 3대 장수마을’로 손꼽힌다. 사르데냐를 장수마을로 만든 힘은 아름다운 대자연도 한 몫 하겠지만 자연 친화적인 음식들과 기분을 ‘업’되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디저트 덕분이 아닐까. 사르데냐를 방문한다면 여행을 더욱 달콤하게 해줄 사르데냐의 음식을 꼭 맛보자.
박혜리 여행칼럼니스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