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전통강호 중국과 숙명의 대결…배구도 중국의 벽 넘는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막을 올린 인천아시안게임이 맞수열전으로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4대 스포츠가 동반 금메달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간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동시에 제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번 인천대회에서는 홈 이점과 함께 막강한 경기력을 보유하면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4대 스포츠의 열띤 도전기를 만나 본다.
4대 종목 가운데 야구는 금메달이 가장 유력한 종목으로 손꼽힌다. 야구는 프로 선수가 첫 출전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02년, 2010년에도 금메달을 수확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이끄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해외파는 없지만 국내 리그 정상급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렸다. 이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인 대만과 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한 일본에 비해 전력상 우위에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야구대표팀은 지난 18일 LG트윈스와의 평가전에서 10대 3 승리를 거두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 남은 기간에 잘 조합해서 전승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는 또 “강정호(넥센)와 나지완(KIA)이 걱정이었는데 잘했고 박병호(넥센)도 안타는 못 쳤지만 방망이가 잘 돌아갔다”면서 “특히 강정호는 보름 넘게 경기에 나서지 않고도 3안타를 치는 것을 보니 역시 타고난 선수”라며 안도감을 나타냈다. 투수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호평을 한 가운데 선발로 나선 홍성무(동의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정도다.
류 감독은 “(홍성무는) 사실상 데뷔 무대이다 보니 긴장한 것 같았고 그 긴장이 보였다”며 자기 공을 던지 못했다. 빠른 공 제구가 안 되면 변화구로 카운트를 늘려야 하는데 역시 아마추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홍성무는 필승 계투조보다는 약체 팀 상대 선발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류중일 호는 필승전략을 마무리 하고 금빛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은 있다.
마이너리그 대만과 금메달 전초전
국제 대회에서 종종 야구대표팀의 발목을 잡아온 대만 역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 경계 대상 1호인 대만은 마이너리그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물론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고 있는 왕웨이청이 합류하지 못했고 시카고 컵스 싱글A 소속 쩡런허도 제외되면서 전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미네소타 트윈스 싱글A의 후즈웨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루키리그의 정샤오칭 등이 뛰게 되면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이 야구계의 평가다.
더욱이 대만팀의 경기를 본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투수진도 만만치 않고 타선도 정교하다는 것이 선수들의 평가다.
류 감독도 “대만 투수들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보다 더 좋은 거 같다”며 “대부분 미국에 한번씩 나갔던 선수들이다. 유망주들이니 나간 것”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대만·태국·홍콩이 속한 예선 B조에서 한국과 대만의 대결이 사실상 금메달을 향한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2연승 선수부상에 시름
이광종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장을 냈다. 축구대표팀 구성단계에서 손흥민이 소속팀인 레버쿠젠의 반대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지만 김승대(포항) 등 17명의 23세 이하 선수들과 월드컵을 경험한 수문장 김승규(울산), 해외파 박주호(마인츠) 등이 합류해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축구대표팀은 2010 광저우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광종호의 출발은 상쾌했다. 개막식 이전부터 조별예선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18일 강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대 0의 승리를 거두면서 조별리그 2연승을 기록해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날 윤일록(FC 서울)의 낮은 패스를 이어 받은 김승대가 지체 없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불규칙 바운드된 공이 그대로 사우디 골문 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이처럼 조 1위가 유력해지면서 이광종호의 남은 일정도 유리해졌다. 축구대표팀은 16강 상대로 B조 1위 가능성이 큰 우즈베키스탄을 피해 약체인 홍콩 또는 방글라데시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조별리그에서 난적인 사우디를 넘어서면서 축구대표팀은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사우디전에서 김신욱(울산)과 윤일록이 부상을 당하면서 플랜B를 고민해야 돼 이 감독의 머릿속이 다소 복잡해졌다. 특히 이들 두 선수 모두 이광종호의 핵심 공격자원이라는 점에서 공백이 커질 경우 금메달 도전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신욱의 경우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라오스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출전이 어려워졌고 윤일록은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를 크게 다쳐 더 이상 인천AG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지난 18일 윤일록을 정밀 검사한 결과 그는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50~60%가 파열돼 최대 6주 동안 재활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상관리와 극복이 한국축구대표팀의 최대 맞수로 떠올랐다.
여자축구 남북대결 메달 빛깔 가른다
광저우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축구는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전력상 일본과 북한에 뒤지지만 안방 이점으로 인해 충분히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1차전에서 5골을, 2차전인 인도전에서 10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더욱이 8강부터는 잉글랜드에서 활약 중인 지소연(첼시)이 합류할 예정이여서 금메달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최강을 다투는 북한이 스타플레이어를 총동원하면서 북한과의 대결이 금메달을 향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허은별, 라은심 등으로 스트라이커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허은별은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의 경기에 2골을 넘어 승리를 이끌며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라은심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려 승리를 이끈 만큼 대표팀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남자농구 월드컵 부진 딛고 부활
남자농구는 스페인에서 열린 2014 농구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기록해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2002 부산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앞서 2010 광저우대회에서는 결승전에서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슈터 조성민(KT)을 비롯해 김종규(LG), 이종현(고려대) 등이 주축을 이루며 막강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간 남자농구를 주름잡았던 중국의 일방적인 플레이가 아닌 귀화선수들이 주축이 된 중동국가와 필리핀 등이 수준급 경기력을 갖추면서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호 중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참패의 부진을 이번 대회 금메달로 씻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어 격전이 예상 된다.
이에 대해 유재학 농구대표팀 감독은 외국인 연합팀과 3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전술을 조율했다. 유 감독은 지난 18일 외국인 연합팀과의 연습 경기 후 “월드컵 이후 지역 방어를 연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경기 감각을 익히는 차원에서 컨디션 조절에 의미를 뒀다. 일단 농구 월드컵 실패를 딛고 분위기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아시안게임에서는 앞선에서 날카로운 돌파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센터진도 단순한 패턴 플레이 말고 움직이면서 날카로운 컷 인 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농구는 1994 히로시마대회 이후 20년 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2 부산대회, 2010 광저우대회 모두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과 일본이 경쟁상대로 꼽히는 가운데 아시안게임 기간이 세계선수권대회의 일정과 겹쳐 중국과 일본은 1.5군이 출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재를 맞았다.
또 여자농구는 4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 성적에 따라 8강에 자동으로 진출했다. 결국 3경기만 치르면 되는 일정이어서 4강전부터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된다.
위성우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이러한 일정을 고려해 훈련 스케쥴을 진행했다. 지난달 체코 전지훈련 등에서 2경기를 연속 치르고 하루를 쉬는 형태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또 위 감독은 결승 상대로 유력한 중국이 빠르지 않지만 높이가 좋다는 점에 착안해 작은 선수들을 위주로 한 스몰 라인업과 장신 2명을 동시에 기용하는 빅맨 라인업을 번갈아 가동하고 있다. 아직 세밀한 부분을 좀더 다듬어야 하지만 팀의 완성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위 감독은 “사실상 두 경기로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면서 “선수들과 함께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배구 아시아최강 이란과 대격돌
한국 배구는 인천에서 사상 첫 남녀동반 우승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2 부산대회와 2006 도하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수비의 핵’ 레프트 석진욱의 부상으로 일본에 역전패를 당해 동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대표팀은 베테랑이 없는 대신 젊은 패기를 앞세워 금메달에 도전한다.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인 세터 한선수를 어렵게 합류시켰고 주포 박철우(삼성화재), 지난 시즌 신인왕 전광인(한국전력), 송명근(OK저축은행) 등 공격수들이 호흡을 맞춰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 주포의 뒤를 받칠 대형 공격수가 빠진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신영석(상무), 박상하(상무신협), 최민호(현대캐피탈)가 버티는 센터 전력이 든든하다.
다만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성장한 이란이 금메달로 가는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2000년대 들어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세계랭킹 11위에 올라있다. 2010 광저우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근 폴란드에서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파이널6’까지 진출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박 감독도 이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는 “어차피 마지막 3경기의 싸움이지만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조직력과 정신력은 우리가 앞서지만 그것 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또 “정상정인 플레이만으로는 안된다”면서 “도박이 필요한 셈”이라고 필승을 다졌다. 또 일본과 중국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일본은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브라질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중국은 높이를 앞세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광저우 준우승의 설움 안방에서 씻는다
4년전 광저우 대회에서 ‘세계최고의 공격수’ 김연경을 앞세워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던 한국 여자 배구는 결승에서 안방 팀 중국에 우승을 내준 설움을 이번 대회에서 만회할 계획이다.
여자배구는 김연경을 필두로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는 가운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강에 오른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와 더불어 여자배구 역시 아시안게임 기간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겹치면서 중국과 일본이 2진을 파견해 금메달 사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1998 방콕대회 이후 2010 광저우대회까지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2진급으로 알려진 선수들의 실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어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앞서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AVC컵 결승전에서 중국에 0대 2로 패했다. 당시 중국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뛸 선수로 구성된 사실상 2진급이었지만 기량은 1군에 못지않았다.
이선구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중국은) 워낙 선수층이 두꺼워서 감독이 취향에 맞게 1·2진을 나눈 것일 뿐이지 실력은 비슷하다”며 “레프트 주포는 오히려 때리는 힘이 1진의 선수보다 좋았다”고 경계했다. 또 이 감독은 “세트마다 범실을 2~3개씩만 줄인다면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일본과 태국도 만만치 않은 상대로 경계대상이다. 특히 태국은 빠른 플레이로 상대를 현혹하며 주도권을 잡는 경기를 펼친다. 한국은 조별리그 1위로 올라가야 중국을 토너먼트 8강과 4강에서 피할 수 있어 같은 조인 태국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