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혐의 발견·경영진 개입 의혹 최악의 사태
논란 핵심부서 계열사로…꼬리자르기 비난 거세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홈플러스 경품사기 논란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사기와 개인정보 판매 혐의가 추가 적발됐으며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의 출국금지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사건의 중심에 있는 내부조직이 분사돼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경품사기,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들이 소속된 ‘보험서비스팀’을 ‘홈플러스금융서비스㈜’로 분사한 것이다. 업계는 홈플러스가 사기사건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책임론을 무마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품사기논란을 일으킨 홈플러스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경품 이벤트 당첨 결과 조작 등 사기행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추가 혐의까지 포착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전·현직 경영진인 이승한 전 회장과 도성환 사장을 비롯한 최고위 경영진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홈플러스는 보험서비스팀 과장과 팀원이 네 차례에 걸쳐 경품 당첨 결과를 조작하다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적발된 건 외에도 7~8대의 고가 수입차 등을 추가로 더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상습적인 범행을 통해 1억5000만 원 가량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정보 판매에 가담한 직원이 더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 조건으로 ‘제 3자 개인정보 수집’등의 동의를 얻어냈다.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 250만 건 이상이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사기와 더불어 수집한 개인정보를 건당 4000원 가량의 가격으로 보험사에 팔아 100억여 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팔아넘긴 개인정보 중에는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의 것도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회사 측이 경품행사 때마다 고객 정보를 건당 4300원 정도에 보험사 등으로 팔아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고 제기한 의혹보다 더 큰 규모다.
더욱이 도 사장과 이 전 회장도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데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검찰은 회사 경영진도 개입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고객정보 유출에 관여한 홈플러스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뒤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또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에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본사 차원에서 응모권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침을 내렸고, 이를 직원들에게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경품 행사 응모권에 직원사번란을 따로 마련해 사번 입력을 위한 도장까지 점포별로 배포했으며 계산원들에게 응모권 한 장당 100원의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 목표를 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다. 개인별로 300장, 일 50장씩 목표 달성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고객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홈플러스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빗발치고 있다.
책임보다 이익 먼저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의 핵심부서인 ‘보험서비스팀’이 ‘홈플러스금융서비스㈜’로 분사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홈플러스는 홈플러스금융서비스㈜의 지분 100%를 9억9000만 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업계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고객정보를 보험사 등에 넘겨 수익을 내는 기존 사업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을 분사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사로 홈플러스금융서비스㈜는 계약자 모집과 청약, 수금, 계약관리 등 보험대리점과 똑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 현재 홈플러스금융서비스㈜는 사업목적을 보험대리점업과 이와 관련한 일체의 사업으로 밝히고, 설계사 자격증 소지자와 텔레마케팅 직원 모집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순 중개역할만을 담당해왔던 홈플러스가 현행법에 맞춰 보험설계사를 보유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현행 보험업법상 임직원 100명 이상인 법인이 보험대리점업을 하기 위해서는 열 명 중 한 명 꼴로 보험설계사 자격 취득을 해야 한다. 직원 2만5000명을 둔 홈플러스가 보험대리점을 하려면 2500명 이상이 설계사 자격을 따야 한다는 얘기다. 설계사 자격증 소지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단숨에 이 조건을 채우기는 어렵다.
이에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사기 사건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을 계속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사기 사건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지만 포기하기엔 수익성이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분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는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보험서비스팀 분사 결정이 홈플러스가 경품사기 사건으로 고객사과문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7월 28일 홈플러스 이사회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만든 사기사건에 따른 책임소재를 따지기 전에 분사 결정부터 한 셈이다. 도 사장과 경품사기 사건이 무관함을 강조하고, 사업도 포기하지 않을 방법으로 분사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도 사장의 출국금지, 개인정보 유출 혐의 정황이 드러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 전 회장이 떠난 뒤 홀로서기에 나선 도 사장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사건의 결과가 도 사장의 향후 입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본사인 영국 테스코에서 경영진 교체 바람이 불고 있어 도 사장의 입지가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테스코가 조용히 넘기진 않을 것”이라며 “기업윤리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도 사장의 입지 유지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경품사기 논란이 파국을 향해 치달리고 있지만 홈플러스 측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요서울]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홈플러스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해당 논란에 대한 공식 발표도 없는 상황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