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이미 늦은 실리와 명분 사이…해답 나올까
[하나·외환銀]이미 늦은 실리와 명분 사이…해답 나올까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9-22 11:27
  • 승인 2014.09.22 11:27
  • 호수 1064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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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통합 문제, 10월이 분수령…금융위 누구 손 드나
반대하는 노조 집회…사상 최대 규모 임직원 징계 예정

합병 시너지 1조 vs 현금성 자산 강탈 2조…논란 가열
고용·임금·인사 등 현안…수익성 되찾기도 힘들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성급한 승부수가 곧 판가름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다음달 중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승인을 금융당국에 신청할 계획이다. 애초 외환은행은 2017년까지 독립경영을 전제로 2012년 하나금융에 인수됐다. 그러나 김정태 회장은 2년반 만인 지난 7월 양 은행의 조기통합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8월에는 조기통합 관련 이사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로 잠정 연기했다. 현재 외환은행 노조는 기존 하나금융이 보장했던 5년 독립경영 합의서를 근거로 극렬히 항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총회 참석자 898명에 대한 징계가 예고되면서 임직원들의 고용보장마저 장담할 수 없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가 계속되더라도 양행 통합 승인을 강행할 의지를 내보였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18일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0월 중에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회장은 “노사 합의를 우선시하겠지만 노동조합이 계속 거부하면 우리 일정을 진행하겠다”면서 “시도를 충분히 했다고 하는 때가 10월 중 아니겠나. 노사 합의가 잘되면 통합 승인 신청시점이 좀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승인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당국이 판단할 일이지만 앞서 하나SK·외환카드 사태 역시 노조의 반대에도 결국 직원들이 통합을 앞당겨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면서 “노조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환은행 직원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내부에서 통합을 찬성하는 직원들도 다수 있는 만큼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가 통합 승인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한 김 회장은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합의’는 영원불멸이 아니며 어차피 두 은행의 통합을 전제로 한 합의”라면서 “헌법도 고치는데 근본정신만 유지한다면 통합 시기를 수정하지 못할 게 무엇이냐. 합의의 근본정신인 근로조건 유지와 고용안정은 해줄 것이며 두 은행의 인사도 2017년까지 투트랙으로 하겠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쳤다.

성급한 승부수 던져 임직원 크게 반발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다음 날인 19일 “10월 중 승인 신청은 노사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그 동안 대화를 거부한 것도 사실상 하나금융과 경영진이며 특히 불법적인 직원징계를 철회하지 않는 한 어떤 대화도 있을 수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헌법도 고칠 수 있지만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고쳐야지 개정도 하기 전에 멋대로 위반하는 것은 안 된다. 하나금융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라며 “7.3 합병추진 선언으로 합의위반을 선언했고 지금까지 계속 합병작업을 강행해 왔다. 법을 어기고 있는 현행범이 법개정을 운운한다면 누가 인정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앞서도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노조, 민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은행 임직원 900여 명의 대량징계를 철회시켜 달라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2.17 합의를 위반한 조기합병 시도와 노동조합 총회 방해, 총회참석을 이유로 한 대규모 징계 등은 모두 위법무효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징계가 법적으로 취소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용해 임직원들을 압박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정상적 운영 및 합의서 준수를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노조는 외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 및 제재, 조합원 총회 참석 은행원에 대한 징계 철회 지시, 진정한 합의가 없으면 조기합병은 불가하다는 입장 등을 내세우며 행내 징계심의 인사위원회를 주시하고 있다. 인사위는 오는 24일까지 총회 참석자 898명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를 예정하고 있으며 그 수위는 다소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3일 양행 조기통합 반대를 위한 임시 조합원 총회를 열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회의 정족수를 채우려면 전체 6000명의 과반인 3000명이 참석해야 하는데 여기의 3분의 1인 1000명에도 못 미치는 참여율로 끝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외환은행 사측이 총회 전 영업본부장과 임원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만나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설득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라 총회에 참가하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방침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외환은행 사측은 이 총회에 참석하려고 자리를 비웠던 직원 898명을 지난 14일 인사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총회 참여를 주도한 조합원 일부는 바로 대기발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쟁의조정 기간에 이뤄지는 근무시간대의 총회를 사실상 파업에 준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사측이 노조를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해 징계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노조는 이에 아랑곳없이 지난 15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 조치하는 등 함께 맞강수를 두고 있다. 또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내고 징계 조합원 구제기금 마련에 나서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만약 하나금융이 공언한 대로 다음 달 통합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금융권의 눈과 귀는 금융당국의 입에 쏠리게 된다. 신청서 제출 전까지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승인에 문제가 없겠지만 현재와 같은 대치 상황이 계속되면 승인할 수 있는 명분이 모호해진다. 앞서 금융위는 양행 조기통합을 두고 노사 간 합의가 전제돼야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굳힌 바 있다.

“IT·카드 부문서 비용 절감돼 이익”

이처럼 갑작스러운 조기통합론에 이어 예견됐던 노사 갈등과 징계 문제까지 겹치자 사태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특히 양행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서로 갈리는 등 화합이 아닌 대결구도가 뚜렷하다는 전언이다.

애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상대로 무리한 조기통합론을 외친 것은 금융환경의 변화로 인한 위기 극복이 골자였다. 현재의 금융환경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2012년에 비해 저수익 기조가 심화되면서 비용을 줄여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조기통합 시 원래보다 1조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이를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양행 통합 시너지 효과는 비용절감 2692억 원, 수익증대 429억 원으로 연평균 3121억 원이며 이를 3년 앞당기면 약 1조 원이 절약된다는 설명이다. 비용절감의 근거로는 정보기술(IT) 중복투자 방지 799억 원, 카드 회원모집 비용 및 업무 운영비 절감 674억 원, 외환은행 외화예금 활용에 따른 외화채권 발행 비용 절감 607억 원, 인력 재배치 및 중복점포 개선 612억 원 등을 들었다.

또 통합으로 점포 수 975개, 총여신 200조 원대, 활동고객 550만 명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고 타 금융사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실제로 양행이 통합되면 단번에 자산규모 340조 원대로 국민·신한 등을 제치고 시중은행 1위에 등극한다.

더불어 하나은행 자체가 M&A로 커온 탓에 인사 문제에서도 그다지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실 김정태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의 그림자가 깔린 하나은행보다는 오히려 외환은행 출신을 선호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게다가 조기통합론이 합의서를 꼭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며 명시된 기간 외에는 고용 등 모든 것을 보장하겠다고 달래기에 나섰다. 후대에 이르면 조기통합이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내비쳤다. 김정태 회장은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고, 그 효과는 직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양행 통합을 통해 직원들에게 최고의 자긍심을 심어주겠다”고 강조했다.

“명분도 없으면서 일단 위반…신뢰 깨져”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일단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합의서를 위반할 명분도 없으면서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에 대해 신뢰도가 깨졌다는 입장이다. 노사정 대타협에 명시된 통합보장기간도 어긴 마당에 고용이나 임금 등 다른 조건을 어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눈초리도 곁들여졌다.

들여다보면 외환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급여는 지난해 기준 8900만 원이나 하나은행의 경우 6800만 원으로 무려 2100만 원의 차이가 난다. 합병 이후 외환은행 직원들이 급여가 깎여나갈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하나금융이 지적하는 외환은행의 수익성 저하는 모두 하나금융 인수 이후 생긴 것들로 이전 10년간 외환은행은 국내 최고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자랑했다고 반박했다. 외환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3600억 원으로 2011년 1조6000억 원에 비해 76%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순이익도 46% 줄기는 했지만 그 폭은 외환은행이 훨씬 크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후 2조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영업에 1%의 도움도 된 적이 없으며 오히려 2조 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 강탈과 점포증설 억제 등 은행 발전을 저해하는 일만을 집요하게 강요해 왔다”고 말했다.

그 예로 인수 전 론스타 중간배당을 통해 7800억 원의 인수대금을 외환은행이 대납한 것, 지난해 주식통합으로 외환은행 자사주 소각에 5000억 원이 들어간 것, 외환카드를 하나SK카드에 합병하며 6400억 원을 출연하라고 한 것 등을 들었다.

서로 강한 입장을 내세우며 부딪치는 징계 문제도 관건이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은 “900명 직원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조기통합에 동조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진정한 대화를 하겠다면 먼저 징계철회와 원직 복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금융위와 경제팀이 노조와의 합의에 손을 들어준 만큼 당분간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KB금융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하나-외환 조기통합이 금융권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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