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하우시스, 하도급업체 설계도면 강탈 논란
LG하우시스, 하도급업체 설계도면 강탈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9-22 11:21
  • 승인 2014.09.22 11:21
  • 호수 1064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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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기밀 자료 요구 철퇴 끝나지 않은 ‘갑의 횡포’

공정거래委 시정명령, 법적 제재 받은 첫 사례
“관행으로 오해사면 어쩌나” 불안한 건자재 업체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LG하우시스가 하도급 업체의 영업 기밀이 담긴 설계도면을 요구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이를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 이하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면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한마디로 갑과 을의 관계상 지위를 이용해 남의 기술을 가져다 썼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건자재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LG하우시스는 수급 사업자에게 금형 수정·보완 및 유지 보수 등을 이유로 관련 금형의 상세 설계 도면을 요구한 행위와 관련해 지난 12일 시정조치를 받았다.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급 사업자인 S사에 15개 창호 등의 제조를 위한 금형 제작을 위탁하면서 구두·이메일 등으로 금형 상세 설계 도면을 요청해 이를 수령한 것이다.

앞서 LG하우시스는 S사와 거래를 하면서 15개 금형의 제작을 위탁할 때 S사에게 제품 도면만을 제공하고 금형은 S사가 스스로 설계·제작하도록 한 뒤 금형 수정·보완 및 유지 보수 등을 이유로 관련 상세 도면의 제공을 요구했다.

더군다나 LG하우시스가 S사에게 제공한 도면은 제품 도면 1장에 불과했지만 S사로부터 수령한 도면은 제품 제작을 위한 금형과 관련된 상세 도면 20여 장이었다.

또 S사가 엘지하우시스에게 제공한 도면은 금형의 각 부분별 상세 도면은 물론 주요 부분 제조 방법과 제작 시 유의사항 등을 포함하고 있어 S사의 기술적 비법이 포함된 기술 자료다.

이러한 행위는 수급 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 자료의 제공을 요구한 사항으로 하도급법 제12조의 3 제1항에 위반된다.

LG하우시스는 시험생산 과정에서 금형을 수정·보완하거나 하자 발생 시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설계 도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제공 요구의 정당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엘지하우시스가 S사에게 금형 설계 도면을 요구하면서 요구 목적과 비밀 유지 관련 사항 등을 협의하지 않고,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 제공하지 않은 것은 하도급법 제12조의 2 제2항에도 위반돼 문제가 더했다.

기술자료 제공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일정한 사항(요구 목적, 비밀유지 관련 사항,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 지급 방법, 기술자료 명칭 및 범위, 요구일·제공일 및 제공 방법 등)은 수급 사업자와 미리 협의하고, 서면으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데 LG하우시스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이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제공 요구의 정당화 사유는 원사업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만약 금형의 수정·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급 사업자에게 직접 수행하도록 할 수 있으며, 하자가 발생하면 필요한 부분의 자료만 요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행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을 살펴봐도 기술자료 제공 요구 정당화 사유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원인 규명을 위해 하자와 직접 관련된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를 예시로 들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향후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 사업자에게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지 않을 것’과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기술자료 제공과 관련하여 비밀 유지, 대가 등 주요 내용을 사전에 수급 사업자와 협의하고 서면으로 작성해 제공하라’는 제재를 받은 것이다.

불똥은 어디로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관행으로 여겨져 왔던 이러한 횡포 아닌 횡포가 전면에 드러나자 그 파장이 생각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에선 “이번 기회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공정거래 피해자 변호를 전문으로 하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비록 LG하우시스가 대표적인 문제 기업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이미 시장에선 관행처럼 이뤄진 경우들이 허다하다”면서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강탈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쪽으로는 불똥이 튈까 조바심을 나타내는 건자재 업체들도 많다. 공정위가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와 관련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도 처음인데, 앞으로도 관행처럼 이어진 부당한 기술 자료 요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발하겠다는 계획까지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하여금 같은 건자재 업계 이미지가 떨어질까 우려가 되는 상태”라며 “기술 자료 요구와 같은 행위는 관행도 아니고 이뤄진 적도 없다”고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여나 있을 오해의 소지는 미리 조심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하우시스가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입장임을 대변하기도 했다. 해당 관계자는 “양 측이 금형 기술의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었고, 수급자업자가 고발을 해서 이뤄진 조사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LG하우시스가 강탈이나 탈취의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러한 법적 제재나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법적인 부분도 많이 고려하고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가 입증되지 않은 기술자료 제공 요구 행위에 처음으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는 점과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할 때 비밀 유지 관련 사항, 대가 등을 수급 사업자와 미리 협의하지 않거나 서면으로 작성·제공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라는 점을 명확하게 의의가 있다”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이어서는 “이번 조치로 그동안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져 왔던 기술자료 요구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공정위는 중소기업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들이 실제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중소기업 기술을 취득하여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유용하는 행위를 중점적으로 감시하고, 위법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의 말처럼 이번 조치가 대기업들의 횡포를 막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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