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기업 37 - 인터크루] 추억의 패션 회사…中 의류업체가 인수
[간판만 국내기업 37 - 인터크루] 추억의 패션 회사…中 의류업체가 인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9-22 10:40
  • 승인 2014.09.22 10:40
  • 호수 1064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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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사업권 매각…100% 고용승계로 그나마 잠잠

비상장 패션업체 잇따른 중국 매각…씁쓸한 업계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서른일곱 번째는 ‘인터크루(Intercrew)’다.


패션 브랜드 ‘인터크루’가 지난해 초 중국 기업에 매각됐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인터크루 사업을 진행한 국내 의류업체 ‘더신화’는 중국 의류 생산업체인 안나실업에 ‘인터크루’에 대한 모든 전개권(브랜드 관련 사업일체를 진행하는 권리)을 넘겼다고 밝혔다.

한 트위터리안은 매각 소식을 들은 후 “추억의 한때 브랜드 인터크루가 중국에 매각되었구나”라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터크루는 1992년 출시돼 큰 인기를 얻은 캐주얼 브랜드다.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승승장구했고,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응답하라1994’에서도 이 티셔츠를 입은 출연진이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일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인터크루’ 브랜드 전개권이 여러 업체로 넘어가면서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졌고, 결국 2000년 이후 중저가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의류 부문 상위 매출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과거형이 됐다. 매각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인터크루를 인수한 기업 안나실업은 중국 의류생산 업체다. 중국의 국내 패션업계 인수의 또 한 사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다만 안나실업은 그동안 더신화와는 생산으로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기업이다. 독자적으로 자사 브랜드 운영 및 국내 브랜드들의 생산 프로모션을 맡고 있다.

안나실업은 ‘인터크루’ 인수를 계기로 한국법인 안나인터내셔날을 설립하고 더신화의 생산을 총괄했던 구양욱 이사를 대표로 영입했다. 구 대표는 최근까지 프로모션 기업 신우커머스를 운영해왔다. 이와 함께 안나는 ‘인터크루’ 사업부 인력도 대부분 고용 승계했다.

‘인터크루’의 현재 유통망과 재고 등 모든 전개권은 안나인터내셔날이 맡게 됐으며, 라이선스 사업까지 영위한다. 안나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당분간 ‘인터크루’ 브랜딩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진행했던 유통과 기존 라이선스 업체들과의 계약관계는 종전과 변함없이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편한 시선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하락과 해외 거대 패스트패션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던 국내 중소 패션업체로서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사업 확장과 글로벌화를 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한 중국 기업들의 제의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글로벌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장악, 소비자와 마켓의 패러다임 변화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경쟁력을 잃은 브랜드들은 매출 하락과 수익구조의 악화로 이어져 결국 매각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차이나머니의 국내 패션기업 인수소용돌이가 급물살을 타면서 중견패션업체의 매각이 줄을 잇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국기업이 국내 패션기업 인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수의 패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은 내수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는 100개 이상의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거느린 대형 패션 유통 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도 국내 패션업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이미 소비 시장이 커진 상해와 북경 등 대도시 이외 외곽 도시들을 육성하는 중국 정부의 계획 경제 정책에 따라 향후 유통 채널은 더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그에 필요한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한국의 패션 기업이나 브랜드를 인수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소유권은 넘겼지만, 경영자로서의 지위와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에 매각하는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업체로서는 재무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중국 유통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한 더신화는]
옴파로스, 제이폴락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다. 2011년 630억 원의 매출과 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02년 일본 브랜드였던 인터크루를 직접 인수했으며 2009년까지 신화인터크루를 사명으로 쓰기도 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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