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성장앨범 업체 먹튀에 우는 엄마들
[소비자고발] 성장앨범 업체 먹튀에 우는 엄마들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9-22 10:09
  • 승인 2014.09.22 10:09
  • 호수 1064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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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카드 항변권…피해자들 발동동

경영난 숨긴 채 고객모집…일방적 휴업
인터넷 피해자 모임 카페…집단소송 진행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아기 성장앨범 업체 ‘피아체’의 영업중단과 카드사의 무책임한 태도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피아체는 지난 12일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임시 휴업한다’고 알렸다. 통보를 받은 소비자들은 아기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선불 결제 방식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가 막심하다. 국내 최대 스튜디오인 피아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만큼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수도 4000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카드사들이 철회권 및 항변권 요청을 수용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성장앨범은 갓난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의 성장과장을 하나씩 찍어서 앨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백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앞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필수품이라고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피아체는 이 같은 아기 성장앨범을 전문으로 찍는 국내 최대 스튜디오다.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두고 인천과 고양 등 분점까지 있다. 그동안 피아체는 가수 윤종신, 탤런트 안재모, 변우민 가족 등도 피아체의 고객임을 홍보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이처럼 인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피아체가 지난 12일 ‘임시 휴업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고개들에게 일괄 발송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로 휴업을 알린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수백 명이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다.

그 중 한 소비자 A씨는 “아이를 안고 업은 채로 사진관을 찾은 이들로 가득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저마다 촬영된 사진이라도 찾겠다고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며 “그중에는 컴퓨터에 저장된 하드디스크 전체를 들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스튜디오 내에 비치된 아기옷, 종이컵 등을 들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피아체 대표 가족에게 따져보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비자에 따르면 피아체는 지난 7월 파산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영난을 숨긴 채 지난 8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엑스포에 대형 부스를 차려놓고 고객을 모집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 또 직원들 임금도 못 줄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휴업 통보 하루 전까지 고객들과 계약을 진행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얼마 전 소문을 듣고 물어보니 루머라면서 경쟁사에서 퍼뜨린 유언비어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었던 성장 과정인데 사기를 당하고 나니 분통이 터진다”고 털어놨다.

현재 소비자들은 피아체의 휴업 통보로 혼란에 빠진 상태다. 더 이상 촬영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그동안 촬영해온 사진 원본, 액자 등을 찾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당장 돌잔치나 출산 50일, 100일 기념일을 앞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탯줄도장을 만들기 위해 아기 탯줄을 피아체에 보낸 경우도 있다.

더욱이 선불을 요구해왔던 터라 금전적인 손해도 막심하다. 보통 성장 앨범의 가격은 100만 원 이상이며 1000만 원짜리 상품도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피해자 모임 카페를 만들었고, 지난 17일까지 가입자 수는 4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17일까지 집계된 총 피해규모는 15억3000만 원, 피해건수는 1267건이다. 현재 이들은 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으며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파산신고 했는데도 왜 몰랐나

소비자들은 피아체 뿐만 아니라 카드회사들의 방관적 태도도 지적하고 있다. 피아체처럼 갑작스러운 부도가 일어나거나 가맹점이 사라졌을 때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할부 항변권은 3개월 이상 할부, 결제대금 20만 원 이상인 경우에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이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피아체 피해자 모임 대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급정지를 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피아체가 지난 7월 파산신고를 하는 등 부실경영이 확인됐지만 카드사들이 지급정지를 하지 않고 방관했다는 것이다.

그는 “카드사들은 신고가 지금에서야 이뤄졌고, 지금 알게 된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결제된 것만 변제해주겠다고 하더라”면서 “카드사에서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인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파산신고가 있었던 7월 이후는 환불처리를 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부실 가맹점에는 회수율이 희박하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카드사의 차장 직급을 달고 있는 직원은 ‘100만 원이 아니고 10만 원이면 해결해 줬겠죠’라는 식으로 빈정대기까지 했다”며 “카드사끼리 피아체 전담반을 구성해놓고 개별행동을 하지 않게 담합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카드사들의 태도는 예전부터 지적돼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5년에도 신용카드사가 소비자의 정당한 철회권 및 항변권 요청을 수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많았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속병을 앓게 한 피아체는 지난해 10월 본점이었던 청담점을 강남으로 옮기면서 수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휴업 직전까지 영업을 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지탄까지 받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찾아온 이들을 우롱하고 금전적 손해까지 입히면서 소비자에게 사기꾼이 돼 버린 셈이다.

현재 피아체 측은 인터넷 공식 카페를 통해 임시 휴업에 대한 사과문을 남기고 있다. 피아체 대표는 “환불을 하고 싶어도 입금을 시킬 수 없는 상태다. 제 힘으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화나고 흥분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분노와 불신을 거둬 달라. 인수나 투자자를 찾고 있다.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줄 건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제대로 남은 촬영과 액자에 대한 보상, 그리고 기존에 촬영된 사진에 대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피아체 측의 해결책과 카드사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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