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박근혜 흔적 지우기’시동
김무성 ‘박근혜 흔적 지우기’시동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4-09-22 09:31
  • 승인 2014.09.22 09:31
  • 호수 106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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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간섭 안된다” ‘말’과 ‘행동’으로 반격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김기춘 비서실장 겨냥…사퇴요구 가능성 예고
김문수 등 비박계 전진 배치…친박계 ‘초긴장’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대통령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 회동 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언제까지 마무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말 한마디에 여권 내에선 “드디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당대표 2개월 동안 친박계 행보를 보여왔던 김 대표였기 때문이다. 당대표 이후 ‘보스’, ‘무대’(‘김무성 대장’의 줄임말로 김 대표를 일컫는 애칭)다운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의 발언은 ‘수평적 당·청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김 대표의 ‘박근혜 청산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이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을 두고 다른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당이 나서달라”는 박 대통령 부탁에 여당이 단독국회를 밀어붙이려 하는 등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요청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소문이 있다. 회동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최대한 입단속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청와대 회동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분명히 말한다. 청와대로부터 지시 받을 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이 호소에 가까울 정도로 국회 정상화를 해달라는 말이 있었고,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저희를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언제까지 마무리해 달라는 부탁을 했는지에 대해 “대통령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회동 당시 朴 요청, 金 불편했다

이날 김 대표의 발언은 “김 대표의 새누리당이 수평적 당·청 관계를 유지하면서 ‘박근혜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낳았다.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친박계 행보를 보이며 강한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김 대표가 스탠스를 바꾼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청와대 회동 당시 ‘김무성, 박 대통령 요청에 불편해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23~24일 열리는 유엔 총회와 기후정상회의 참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한다. 일부에선 ‘청와대가 반기문 영입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김 대표로선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련의 과정과 상황을 봤을 때 김 대표가 독자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에서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청와대 회동 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이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유언비어가 퍼진 것은 국회에서 답변을 잘못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분 단위로 이렇게 움직였다’고 밝혔으면 됐을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 문제가 커진 것 아니냐”며 “비서실장이 열 번이라도 국회에 나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실장 측이 국회에 장시간 나와서 다 답변했는데 또 불러내느냐는 식으로 나오니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김 실장 측은 ‘협상 용도로 나를 부른다’고 반발하는데 이는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답답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한 파장은 상당했다. 각종 언론사들에게는 대형 뉴스였다. 그것도 추석 전인 지난 7일 인터뷰가 보도됐다는 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대표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이전부터 김 대표 측에서는 ‘정치일정을 김 실장이 다 장악하고 있다’는데 불만이 강했다. 그러나 당 대표 이후 잠잠했다 최근 다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김기춘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청와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하겠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대통령이 간섭할 일 아니다’는 발언은 결국 박 대통령과 당의 차별화와 직결된다.

실제로 김 대표는 당직 인선 과정에서 이러한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18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위원장을 맡는 보수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최고위원회에서 인준했다. 김영우 대변인과 조해진, 김용태, 황영철, 강석훈, 민병주, 민현주, 서용교, 하태경 의원 등이 당내 위원으로 선정됐다. 원외에서는 안형환 전 의원이 발탁됐다. 대부분 ‘비박계’ 인사들이다.

특히 김 전 지사가 총리 후보군으로 올랐을 때 친박계 인사들이 청와대에 “자기 정치할 사람이기 때문에 총리가 될 수 없다”며 견제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런 인물을 김 대표는 전면에 내세워 ‘박근혜 색채 지우기’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더구나 당내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담배값·주민세 인상,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등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에 있다”고 공개 반대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인의 투자마인드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인데, 투자를 안 하면 세금을 때리는 것이 순수한 것인지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정책에 대한 시각차일 수 있지만 정황상 최경환 부총리를 향한 견제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친박 인사 견제는 물론 ‘박근혜 청산 작업’도 함께 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친박계 공천 학살 우려 확산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친박계는 당혹 그 자체다. 겉으로 드러내고 싸우기는 어렵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최근 김 대표가 보여준 발언과 당내 인사들을 인선하는 것을 봤을 때 ‘박근혜 흔적 지우기’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선 20대 공천권을 놓고 ‘학살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대로 당하고 있을까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향후 당청 관계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를 멀리했던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 접촉을 늘리면서 ‘당 관리’에 나설 수 있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긴급회동이 이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김 대표와 ‘당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박 대통령 간의 신경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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