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식 ‘이메쿠라(이미지 클럽,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놓고 성매매를 하는 업소)’를 흉내 낸 변종 성매매 업소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업소에 대한 소문은 일부 유흥가에서 암암리에 떠돌기는 했지만, 경찰 수사로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6일 안마시술소 업주 박모(52)씨를 구속기소하고, 박씨의 동업자 이모(39)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대형 안마시술소를 개조, 손님들의 성적 취향에 맞는 캐릭터의 여성들을 골라 변태적 성행위를 알선하면서 15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각 방마다 컨셉이 있고, 여종업원들이 특정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마방’으로도 불리고 있는 신종 성매매업소의 실태를 알아봤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C업소에서 일한 지 5개월 됐다는 김모(24)씨. 김씨는 일반 윤락업소에서 약 2년간 일을 했으며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테마방에 발을 들여놓은 케이스다. 기자는 지난 2월 28일 오후, A씨를 만나 그들의 ‘어두운’ 실상에 대해 낱낱이 들을 수 있었다.
이색서비스에 문전성시
A씨에 따르면 테마방은 한마디로 ‘24시간 변태서비스 종합선물세트’다. 없는 서비스가 없고, 안 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
일단 기본적인 샤워와 안마, 몸에 오일을 바른 후 전신을 애무해주는 바디 서비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매매로 이어진다. 안마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저 간단하게 몸을 푸는 수준인 것. 그보다는 바디 서비스와 본격적인 성매매가 이곳 서비스의 하이라이트다.
전체적인 서비스 구성은 일반 안마업소와 비슷하지만, 이들 업소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각 방마다 테마가 있어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는 점과 장소에 맞는 복장을 입고 변태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실방, 라커룸방, 스튜어디스방, 황진이방, 베트남방, 병원방, 보석방, 황제방 등 16개의 테마를 만들어 이름에 맞게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을 다녀온 박모(42)씨는 “말로만 듣던 일본의 이미지 클럽이 한국에 등장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실제 스튜어디스나 학생들과 성관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이곳에 한번 다녀온 후로는 평이한 차림의 나가요걸들을 보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중독성이 매우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이 업소의 특별서비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손님들에게 ‘상품권’을 발행, 판매하는가 하면, 재방문 시 이용할 수 있도록 ‘보관증’을 발행해 주기도 한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의 목적은 ‘성관계’예요. 가끔 만취한 손님 같은 경우 성관계를 하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보관증을 발행해 주는 거죠. 한번 물렸다가 재활용하는 거라고 성심성의껏 봉사(?)하지 않으면 화를 내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성병 염려 ‘기구’ 이용하기도
요금은 18만원이다. 일반 안마업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의 분위기와 서비스를 감안하면 오히려 싼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손님들은 성병 감염이 두려워 자신들만이 사용하는 기구를 가져와 해달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 취향에 따라 ‘체벌’이나 ‘가학 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민망한 자세를 짓궂게 요구하거나, 몸이 축나도록 떼쓰는 진상 손님들도 적지 않다.
“애인이나 아내에게 요구하기 힘든 각종 애무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의 성감대를 알려주고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할 때도 있고요. 오럴섹스를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요하게 될 때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능동적인 서비스 힘들어
A씨에 따르면 이러한 테마방 서비스는 일반 윤락업소에서 하는 서비스보다 훨씬 힘들다. 일반 윤락업소에서는 여성이 수동적인 입장이 되어도 문제 되지 않지만, 이곳은 여성이 능동적인 위치에서 리드하고,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진상 손님들이 요구하는 온갖 수모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직업정신(?)’까지도 철저히 요구되는 탓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라고.
“1회/1시간 요금 18만원 중 40% 이상이 떨어지거든요. 회당 약 7만 5,000~8만원 정도 떨어지는데, 하루 손님을 20~30명만 받아도 하루 적게는 150만원, 많게는 250만원까지 벌어요. 한 달에 쉬어가면서 일해도 3,000만원 정도 버는 건 시간문제일걸요. 이렇게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되고,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A씨는 곧 이 업소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찾으려고 한다. 기왕에 적발이 되었기 때문에 한동안 일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지난 2년여 간 지나치게 몸을 혹사시켜 신체에 조금씩 이상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탈모 증상까지 생기고 있다고.
“물론 원해서 시작했던 일이긴 하지만 지금은 후회가 많이 돼요. 지난 2년여 간 남성들의 성 노예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남성과 사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당분간은 좀 쉬고 싶어요.”
이번의 경찰 단속으로 인해 향후 상당기간은 테마방 성매매업소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A씨는 언론 발표이후 즉각적으로 ‘잠수’를 한 업주와 여종업원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2팀 관계자 미니인터뷰
"이용한 사람, 연령과 계층이 없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업소를 자주 이용하는 손님은 주로 대기업, 방송국, 법무법인 직원, 교수, 공무원, 군인, 전문직 종사자 등 일정한 소득수준이 있는 남성들이다.
또 2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남성이 많으며, 특히 애인이나 아내가 있는 ‘임자 있는’ 남성들이 더 자주 이곳을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금번 단속에서 3개월 간 신용카드 이용자만 2만6,000명을 넘어 상습행위자만 앞서 말한 직종에 포함된 것이고, 한두 번 드나든 것도 다 포함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이 다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업소의 퇴폐적인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파격적으로 비싸지 않아 손님들이 중독
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겪은 황당 에피소드도 말해주었다.
경찰은 “이용자들이 성매수 사실을 시인하지 않아, 심지어 정화조까지 뒤지며 콘돔을 찾아냈었다”면서 “끌채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자위도구들이 다 건져져, 수사팀들 모두 웃어야 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놓인 기억이 있다”며 다소 민망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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