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마인드에 글로벌 스포츠외교 접목…결실 맺다
비인기 종목 꾸준한 후원…지구 16바퀴 돈 세일즈 맨
토마스 바흐·구닐라 린드버그 IOC 위원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확신
서비스정신과 투철한 섬세함·배려의 리더십 접목…올림픽 유치 선봉장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한진그룹의 당면한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직을 고사하겠다”던 조양호 회장이 돌아왔다. “어렵게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결심한 만큼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미 평창 현장에 내려가 그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그의 선임에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빠른 선임과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한 조양호 회장의 헌신에 대해 감사하며,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오는 2018년 2월 9일 개최될 예정이다. 아직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이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촉박하다. 해야할 일도 많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많다. 때문에 수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그 책임 또한 무겁다. 하지만 평창 주변에선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때문이다. 그가 평창조직위원장으로 돌아온 후 지지부지하던 것들이 가지런한 실타래처럼 풀리고 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스포츠마케팅의 결실이라는 게 주최 측과 한진그룹 측의 설명이다.
한진그룹이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했던 에쓰오일이 지난 2009년 남자 탁구실업팀을 창단할 수 있도록 힘썼으며, 최근에는 대한체육회 부회장직을 맡아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후원을 결정하는 등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실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IOC위원 성향에 맞는 맞춤형 전략 빛봐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항공사 경영을 통해 얻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글로벌 스포츠 외교에 접목해낸 조 회장이 있었기 가능했다.
조 회장은 기업 경영에서 얻은 두터운 해외 인맥을 활용했다. 멕시코 소재 한 기업의 CEO를 통해 멕시코 IOC위원을 소개받아 남미 스포츠 인맥을 넓혔으며, 중동지역의 IOC 위원들에게 다가설 때는 한진그룹이 2대 주주로 있었던 에쓰오일의 네트워크를 활용 했다.
또한 IOC 위원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 실리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뒷받침됐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IOC 위원에게는 비즈니스적 접근을, 스포츠맨에게는 스포츠를 통한 교감을 시도했다.
특히 IOC 위원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가족관계, 비즈니스, 관심사 등 상대방에 대해 수집한 정보들을 메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친밀도를 높여갔다.
특히 유치활동 당시 평창 관련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 두고 항공기를 주제로 말문을 트면서 대화를 유도한게 위원들의 마음을 빼앗는 데 일조했다는 일화가 종종 소개된다. IOC 위원들 대부분이 항공 여행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외에도 조 회장의 글로벌화 ‘스포츠 비즈니스 마인드’는 곳곳에서 묻어난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평창 홍보 영상 제작을 영국의 전문 업체에게 과감히 맡겨 외국인 IOC 위원들의 감성에 맞는 영상물을 제작, 세계인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 지적 발달 장애인의 축제인 ‘2011년 아테네 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단 대한항공이 지원토록 했다. 스페셜 올림픽은 평창동계 올림픽 행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는 스포츠 행사지만, IOC 위원들에게 한국의 ‘스포츠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18 동계 올림픽 유치에 대한 명칭을 ‘2018 Olympic and Paralympic Winter Games’(2018년 동계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 개최 후보 도시 평창)로 명시해 국제 사회에서 큰 호평을 얻기도 했다. 유치활동 당시 국제 스포츠계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베스트 오브 코리아(Best of Korea)’와 베스트 오브 보스 월즈(Best of Both Worlds)’ 개념도 조 회장의 작품이다.
‘베스트 오브 코리아’는 한국 최고 수준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평창, 강릉 등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뮌헨이나 안시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며, ‘베스트 오브 보스 월즈’는 산악지역의 동계올림픽 전통과 세계 최상급의 대도시 라이프 스타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시설을 갖추겠다는 개념이다.
조 회장이 발탁한 외국인 전문 컨설턴트들과 아이디어 회의 결과 나온 이 개념은 항공사 CEO로서 물류, 관광 등에 대한 탁월한 지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베스트 오브 코리아’, ‘베스트 오브 보스 월즈’ 아이디어 는 더반에 모인 IOC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동계스포츠가 생활화된 유럽보다는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을 개최해 동계 스포츠 확산에 노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전세계 IOC위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도 조양호 회장의 탁월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 회장은 스포츠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CSR)을 다하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스포츠 발전의 또 다른 주역이기도 하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 후원을 통해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자 남자 프로배구단 ‘대한항공 점보스’와 실업 여자탁구단, 스피스 스케이팅 실업팀을 각각 대한항공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자 탁구단은 1973년 창단 이후 우수 선수 육성을 통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우리나라가 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3월에 국내 최초로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실업팀을 대한항공이 창단시켰다. 당시 대한항공의 스피드 스케이팅 실업팀 창단은 조양호 회장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를 이어감으로써 비인기종목의 활성화와 한국 동계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다.
우리나라 체육계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에게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 피’가 필요하며, 유럽과 같이 체육인 출신의 젊은 선수위원층이 대폭 확대 돼야 한다는 것. 또한 국제 스포츠계에서 활동할 체육 전문인 육성을 위해 장기적 프로젝트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조양호 회장의 생각이다.
대한항공의 ‘엑설런스 프로그램’을 통해 김연아, 박태환, 손연재 선수 및 문대성 IOC 선수위원을 후원하고 있는 이유도 스포츠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다.
스포츠로 사회공헌을 실현하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서 국격을 크게 높인 조 회장은 2011년 12월 한국언론인 연합회 주최로 열린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에서 ‘최고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1월에는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중 첫째 등급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세계 평화 증진에도 앞장서는 CEO
뿐만 아니라 세계 스포츠 발전을 위해 힘쓰는 CEO다. 전 세계는 스포츠에 대한 탁월한 리더십과 열정으로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조 회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조 회장은 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피스 앤 스포츠’(Peace and Sport) 대사(Ambassador)로 임명됐다. ‘피스 앤 스포츠는 인종·종교·사회적 편견 등을 초월해 순수한 스포츠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기구로 조 회장이 ‘피스 앤 스포츠’ 대사가 된 것은 그 동안 스포츠를 통해 세계에 평화에 이바지해온 공로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 회장은 2011년 11월 카타르에서 남북한을 비롯 파키스탄, 인도 등 분쟁 국가 중심으로 10개국이 참여해 다른 국가의 선수와 팀을 이뤄 탁구경기를 치르는 ‘2011 카타르 피스 앤 스포츠 탁구컵’을 후원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스포츠로 국제 평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이 대회 만찬에서 카타르 체육회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3월 18일 방콕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셰이크 아마드 알파하드 알사바(Sheikh Ahmad Al Fahad Al Sabah) OCA 회장, 김영수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과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공식 후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후원 결정은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에서 개최되는 아시안 게임을 우리나라 대표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이 후원함으로써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조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2014년 9월 개최되는 ‘제 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최고 후원등급인 ‘프레스티지 파트너’(Prestige Partner)로서 항공권, 수하물 등 항공과 관련된 부문에 대해 후원을 하게 된다.
스포츠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결합하여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조 회장은 ‘성공한 기업인’보다는 ‘세계 평화 대사’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듯 하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