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한국축구 외국인 감독 슈틸리케, 기대 반 우려 반
7년 만의 한국축구 외국인 감독 슈틸리케, 기대 반 우려 반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9-15 14:24
  • 승인 2014.09.15 14:24
  • 호수 1063
  • 5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신과 배려로 한국형 외국인 감독 트렌드 주도





“대회 끝나도 고국 안간다” 한국에 맞춘 새 모델 구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한국축구가 홍명보 전 감독의 빈자리를 7년 만에 외국인 감독으로 채우면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사령탑은 2002 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축구계의 회의감도 팽배하다. 외국인 감독의 무덤으로까지 불리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 감독. 신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헌신과 배려를 외치며 선봉에 섰지만 여전히 순탄치 않다. 그를 향한 기대와 우려를 살펴본다.


슈틸리케 신임 사령탑이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신변을 정리하고 난 뒤 오는 24일 한국으로 복귀해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그는 한국에서 나흘간의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며 국가대표 감독직의 첫발을 내딛었다. 우선 슈틸리케 감독은 입국 직후인 지난 8일 오후 공식 가지회견을 갖고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카타르에서는 기자회견 때 2~3명의 기자가 오는 게 전부”라며 “한국이 축구 대표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 축구협회 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아직 안 된 상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입단 시절부터 지켜봤고 나머지 유럽파들도 어느 정도 정보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오늘 온 것도 우루과이 평가전을 보고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수석코치 카를로스 아르모아와 동행한 그는 “아르모아와 6년간 함께 했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궁금해할 것으로 아는데 다른 감독이 4~5명의 스태프를 대동하는 것과 달리 나는 2~3명의 한국 코치를 요청했다. 나는 선수들 마음속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영혼을 울려야 한다. 한국인 코치는 한국 선수들의 습관과 문화를 알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나는 한국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부터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경기에서 이긴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고 말해 통상 첫 기자 회견에서 나오는 호언장담을 늘어놓지 않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신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 오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나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내 경험을 토대로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이날 오후에는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대표팀 평가전인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후 선수들을 만났고 다음날인 9일에는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 등과 새로운 코칭스태프 선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후 출국 하루 전인 10일 저녁에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찾아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관전했다. K리그 클래식을 본 슈틸리케 감독은 “인상적”이라는 소감을 남기며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평가했다.

한국축구 이해 먼저…선수와 조화 최우선

이번 첫 방문에 대해 축구계에서는 의심보다는 기대와 신임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선임과정에서 그전의 외국인 감독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을 비롯해 헌신과 배려를 약속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내보인 점도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달 말 영국 런던에서 슈틸리케 감독뿐만 아니라 다수의 후보 사령탑과 접촉을 가진 이 기술위원장도 슈틸리케 감독이 생각하는 철학과 한국 축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높은 점수를 줬다. 더욱이 슈틸리케 감독은 이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첫 감독직을 맡았던 스위스 사령탑 시절 등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등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면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최적의 지도자로 낙점한 뒤 유럽으로 떠난 지 4일 만에 흡족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또 슈틸리케 감독의 당분간 한국에서 머물겠다는 발언도 긍정적이다. 그간 외국인 감독들은 A매치와 각종 대회가 끝나면 휴가를 보내겠다며 협회가 마련해준 호텔 등의 거처를 마다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는 등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한국 거주를 꼽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집(독일)으로 돌아가서 빨리 짐을 싸 한국으로 올 것”이라며 아내와 함께 당분간 한국에 머물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 축구를 먼저 이해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이전 외국인 사령탑들은 당장의 대표팀 성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결국 외국인 감독들이 한국선수들의 이해가 동반되지 않은 채 선수와의 충돌을 빚곤 했다. 슈틸리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진 잠재적인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한국행을 결정했다”면서 “한국이 다시 축구 강국 대열이 오르는 데 희망이 없었다면 감독직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 축구의 미래에 정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적 마인드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슈틸리케 선임이 발표될 당시 쏟아져 나온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이끈 독일의 선진 축구가 한국에도 전파 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선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몇 개월간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독일 축구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한국과 독일의 장점을 공유할 것”이라며 한국 실정에 맞는 축구를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협회 영입조건 완화…선수발탁능력 화색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사령탑을 맡기까지는 축구협회의 양보도 있었다. 당초 이 위원장은 신임 감독 선임의 8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대륙별 선수권 대회 참가 ▲월드컵 대륙별 예선 ▲월드컵 16강 이상 ▲클럽팀 지도자 등 총 4가지 경험과 ▲인성적인 부분 ▲지도자 교육 및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감독 ▲월드컵 본선 시점에 70세 이상의 고령이 아닌 감독 ▲영어를 편하게 구사해 지휘할 수 있는 감독 등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협상 도중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든 조건을 지키는 감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부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면서 협회는 월드컵 16강 이상과 대륙별 선수권 참가라는 두 가지에 대해 한 발 물러섰다.

반면 축구협회는 그의 탁월한 선수 발굴 능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대표팀 재임 시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첫 도전인 2001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8강에 올랐고 2003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독일 클럽 유소년대표팀을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은 독일 축구계의 중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시 독일 축구계는 심각한 재목난에 처했다. 이때 슈틸리케 감독은 파격적인 발탁 행보를 보이며 독일 축구 부흥을 이끌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순혈주의를 고집해온 가운데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를 둔 저베인 존스를 비롯해 폴란드 이민자 집안 출신의 피로트르 트로초프스키, 로베르토 후트 등을 발굴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함브르크와 세비야, 스토크 시티에서 맹활약하며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사령탑을 맡으면서 “유럽파는 파악이 쉽다. 좋은 국내 선수들을 발굴해 비교하겠다”면서 독일의 브라질월드컵 우승 원동력이 국내 선수 육성에 있음을 설명했다. 그 역시 K-리그에서 한국 축구 부활의 해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프로젝트 성공…조급증 해소 전제

이 같은 슈틸리케 감독의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전제 조건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축구협회가 조급증을 버리는 일이다. 축구협회는 그간 수차례 걸쳐 국·내외 감독들을 영입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번번이 무산시켰다. 수장들을 기다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된 이유에 축구협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첫 기자회견에서 화려한 공약보다 “우승 약속은 할 수 없다”고 낮은 자세를 취한 것이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오히려 믿음을 심어준 계기가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7년 만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아직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호의적이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쓴맛을 봐야 했던 전임 감독들의 길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그 후유증으로 한국 축구의 몰락을 걱정해왔던 만큼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또 슈틸리케 감독도 우승만이 감독을 대변한다고 말한 것처럼 한국 축구의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4일 입국해 이튿날 인천아시안게임 16강전 관전 및 k-리그 클래식, 챌린지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을 관찰할 계획이다. 또 오는 10월 A매치를 통해 데뷔전을 갖는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