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전도사, 밤엔 변태성욕자 ‘두 얼굴의 사나이’
낮엔 전도사, 밤엔 변태성욕자 ‘두 얼굴의 사나이’
  • 정은혜 
  • 입력 2007-02-21 10:50
  • 승인 2007.02.2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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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성폭행 파문 전말
서울과 경기 일대를 돌아다니며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러 온 범인이 마침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국내 최대 규모 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직하고 있는 문모(34)씨가 그 주인공.
그는 서울, 경기 파주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동안 12명의 부녀자들을 성폭행하고 금품 350여만원을 훔친 혐의(특수 강도 강간)로 지난 13일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의 실체는 그야말로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낮에는 신도들을 바른길로 이끄는 ‘전도사’, 밤에는 성욕에 눈이 멀어 1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여성들을 노리는 인면수심의 ‘변태성욕자’로 돌변했던 것이다.
게다가 문씨는 이미 성폭행 등 전력이 3회나 있는 전과범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동시에 정부당국의 허술한 관리체제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문씨가 막무가내식 성폭행으로 처음 경찰에 붙들린 것은 지난 1990년. 당시 17세의 문씨는 부녀자를 상대로 성폭행하려다 특수강간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2005년 8월 출소했다. 그에게 처벌이 가벼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폭행범에 대한 정부당국의 관리 허술 때문일까. 짧지 않은 징역생활에도 불구하고 문씨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지 1년 2개월여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신학원 교육 중 인면수심 행각

고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문씨는 출소 이후 서울의 한 대형 교회가 운영하는 신학원에 입학했다. 이곳 전도사 교육생으로 있으면서 그는 신도들에게 추앙받았다. 다른 교육생들에 비해 뛰어난 설교능력을 가졌으며, 여신도들과 남다른 친분까지 과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씨는 입학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신도들 사이에서 ‘전도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그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변태성욕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어렵게 살림을 살아가는 편모를 위해 참아 보려 했지만, 여성들만 보면 성욕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2006년 10월 12일 새벽 1시경 서울 신길동 한 가정집에 들어가 40대 여성에게 마수를 뻗쳤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창문을 뜯고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피해자들의 반항에 대비, 위협·협박용으로 주방에서 과도도 챙겼다.

문씨는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뒤, 이 여성을 상대로 자신의 욕정을 푸는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질렀다.

이 여성은 잠에 취해 있던 터라 문씨에게 대항할 틈이 없던 데다, 성폭행을 하기 전 폭행을 가해 항거불능 상태에서 꼼짝없이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
다.

문씨의 ‘파렴치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번 물꼬가 트인 문씨의 범행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자신감이 붙은 문씨는 계획적인 범행을 꾸미기 시작했다.


과거 범행 떠올려 ‘치밀한 계획’

우선 담이 낮은 연립주택 및 원룸 등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 물론 범행을 저지르는 곳의 지리는 잘 아는 곳이었다. 범행 장소는 교회, 기도원, 그리고 자신의 집 근처였다.

범행 시간대는 새벽 1시 30분~ 4시 30분에 주로 저질렀다. 사람이 가장 깊게 잠든 시간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남성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금품만 훔쳐 달아났다. 하지만 여성만 있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인면수심의 행동을 취했다. 자신의 얼굴이 들통나지 않게 하기 위해 피해자의 얼굴을 이불로 가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반항할 경우에는 가차없이 폭행이 가해졌으며, 준비해 간 칼로 위협했다.

이들 피해자 중에는 모녀 및 중학생 자매, 심지어 70대 노인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문씨가 저지른 범행은 모두 12건. 작년 10월부터 2달 동안 세운 기록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8건, 영등포 신길동과 여의도동에서 각각 1
건, 마포구 신수동에서 2건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피해자 중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같은 교회 소속 교역자 이모(35)씨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새벽 4시 40분께. 문씨는 서울 S교회 교육자실에서 야간 업무 중이던 이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 교역자실로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반항하는 이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전치 6개월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문씨의 무지막지한 폭행으로 반쯤 정신을 잃은 이씨는 공포에 질려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다. 성폭행은 1시간 30분 동안 이뤄졌으며, 당시 문씨는 성스러운 전도사 가운을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문씨의 파렴치 행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씨의 신고로 경기 파주시 모 기도원에 은신하다 결국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든 것.

사건을 담당한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문씨의 범행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지만 이전에 저지른 범행 가운데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을 가능
성이 크다고 본다”며 “현재 추가 범죄 여부를 계속 수사 중이지만 문씨가 말을 번복하고 있어 여죄를 캐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수사 뒷얘기
“문씨, 범행 도중 진짜 사랑 싹텄다”


문씨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흠모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파주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한 주택에 침입, 자고 있는 한 30대 여성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게다가 문씨는 이 여성과의 성행위를 즐겼고, 이 여성도 심하게 반항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이 여성이 혼자 사는 것까지 알게 돼 더욱 호감을 가졌다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이야기다.

이에 문씨는 이곳 일대를 배회하다 범행 1주일 후, 다시 이 여성의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문씨는 이 여성을 성폭행하면서도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 그녀 집에 들어갔을 때 첫눈에 반했다. 그녀와 사귀어 볼 수 있을까 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녀가 무서워하면서도 크게 반항하지 않아 호감이 갔고, 그녀도 나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강간 등 범행을 한 번 저지르면 다시는 그곳에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오히려 피해자에게 반해 주변을 맴돌았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해 했다.



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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