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7] DJ·노무현 후광조차 내려놓아라!
[알쏭달쏭 정치이야기-7] DJ·노무현 후광조차 내려놓아라!
  •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 입력 2014-09-15 13:07
  • 승인 2014.09.15 13:07
  • 호수 1063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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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위기…‘박영선’ 과부하 걸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野 위기는 정치의 위기이자 국민의 고통

대체 휴일제 덕분인지 상당히 길게 느껴진 추석연휴가 끝났다. 정치권은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 바닥의 민심을 파악해 의정활동에 반영시키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세월호특별법”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성난 민심이 쓰나미처럼 덥쳤다. 그래서인지 민심을 왜곡하거나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것이 다반사인 여의도에서 이번 추석 민심을 운운하는 소리는 상당히 줄었다. 염치는 있는 모양새다.

추석연휴가 끝난 후 여의도에서는 꽤나 의미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정치와 정당의 혁신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가 그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과 정당정치혁신연구회라는 중견정치학자들의 연구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였다. 필자의 관심이 정치개혁인바 이른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의도발 정치개혁은 어떤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세미나에 참석했다.

정기국회기간이었지만 어차피 국회일정도 잡혀져 있지 않았던 터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상당수 참석했다. 족히 40명은 넘게 참석한 것 같다. 세미나실의 라운드테이블 좌석이 모자라 뒷자리의 배석자들 자리에까지 의원들이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여의도의 세미나는 그 내용보다는 주최자의 정치적 의도가 더 큰 관심거리다. 특히 정세균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세미나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사뭇 관심거리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재생은 가능한지, 현실진단이 무척 궁금했다.
“특히 오늘 세미나를 함께 주최해 주신 정당정치혁신연구회 강명세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신 정치학자들이 계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이 세미나는 정세균 의원과 정당정치혁신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다. 외부의 연구모임이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미나는 여의도에서도 극히 이례적이다. 의례적인 인사말로 들리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 쓴소리 나마 해줄 수 있는 정치학자들이 있다는 데에 크게 안도하면서 오히려 그러한 점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추석이 끝나자마자 상당히 정치성 짙은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십니다. ‘왜 이 시기에?’ 라고 말씀 하시는 분도 계시고, ‘세월호특별법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는데?’ 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급해서 그렇습니다. 당의 위기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7.30 재보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의 1인 지배체제다. 그나마 문재인 의원이 광화문에서 며칠 단식을 한 것이 야권발 뉴스거리였다. 그 외의 모든 뉴스거리는 결과적으로 박영선 원내대표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의원들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고 있고, 더군다나 당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는 일도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위기상황을 돌파하는데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박영선 비대위 체제가 한 달이 넘었는데, 비대위 구성조차 못하고 위기상황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설에 또다시 당은 자중지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시기에 당의 중진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정세균 의원은 꽤나 괜찮은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2007 대선, 2008 총선에서 연속으로 대패하면서 당시 민주당은 불임정당으로 불리며 비아냥거림의 대상이었습니다. 2년 전 대선에서 패했을 때에도 민주당의 위기가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는 2년 전의 위기상황, 6년 전의 위기상황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큰 위기상황에 처해있습니다. 2년 전에는 안철수 세력이라는 야권의 대안세력이 있었고, 6년 전에는 더 이상 떨어질 데도 없이 바닥을 친 상태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나마 야권에 대해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못합니다.”

정확한 진단이다. 2008년의 위기상황, 2년 전의 위기상황보다 지금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더 위기다. 바닥을 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위기상황은 당내에서 자초한 상황이고, 아직도 당내분란의 여지는 곳곳에 남아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설은 그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야당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이고, 정치의 위기는 국민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아가 제대로 기능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조차 우리는 벅차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저의 책임은 아니지만 저의 책임도 있습니다. 전적으로 제가 만든 위기는 아니지만 제가 만든 위기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뒤 만든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을 했던 한상진 교수는 대선 패배에 대해 “내 탓이오, 내 탓이오”라고 말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고 개탄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자신의 책임을 탓하는 것은 자칫 치명상을 불러 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정세균 의원이 자기 책임을 피력한 것이 치명상이 될지, 용기 있는 행동으로 추앙받을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패배에 익숙해진 정당,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정당이 우리 당의 현주소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환골탈태조차 우리에게는 분에 넘치는 사치일지 모릅니다. 당의 60년 역사, 그리고 그 역사와 함께해 온 ‘민주’라는 두 글자의 상징성도 지금의 우리에게는 벅찹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후광조차 우리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성역 없는 변화’입니다.”

변화의 몸부림으로는 고무적이다.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새정연의 기득권은 호남을 배타적으로 대표하는 지역주의다. 당명에 민주를 고집하는 것은 민주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호남지역주의를 안고 가겠다는 속내다. 그것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가 말하는 변화는 진짜일지 모른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후광조차 내려놓겠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표현의 다름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 팔아 정치하는 박지원 의원, 노무현 대통령 팔아 정치하는 문재인 의원에 대한 견제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라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힘 대표>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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