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 블랙야크
[자기 배만 불린 재벌] 블랙야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9-15 10:59
  • 승인 2014.09.15 10:59
  • 호수 1063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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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명목으로 아우트로 자산총액 90% 가져가
일감몰아주기로 몸집 키운 뒤 고배당, 두둑한 주머니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블랙야크(회장 강태선)를 살펴본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의 대표 중 하나인 블랙야크는 지난해 경영실적에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블랙야크의 2013년 매출액은 580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코리아를 잇는 4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계열사 아우트로를 활용해 개인자산을 불렸다는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강태선 회장은 지난해 블랙야크 계열사인 아우트로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29억 원을 빌렸다.

그 금액이 아우트로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인 31억 원의 90%에 달하는 금액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현금성 자산 역시 9000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의 약 두 달 치 정도만 남은 것이다.

즉, 계열사가 최소한의 운영 자금도 가지지 못한 상태임에도 강태선 회장은 2년 동안 대여금을 빌리고 상환을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자금 사용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빌린 자금의 이자율은 연 6.9%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아우트로의 부채까지 감안한 자본 총계는 19억 원이라는 점에서 많은 지적 사항이 나온다. 기업의 총수가 법인 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흔하지만 총자산 대부분을 빌려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또 이 대목이 계열사를 통해 개인 자산을 불리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우트로는 미국 아웃도어브랜드 마모트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블랙야크 계열사로 2007년 설립된 회사다.

아울러 강태선 회장은 아우트로 당기순이익 보다 17억 원 많은 금액을 배당받아 도덕성 논란도 더해졌다.
아우트로는 강태선 회장이 지분 20%, 아들 준석 씨가 지분 30%, 두 딸인 영순 및 주연 씨가 각각 지분 20%, 블랙야크가 지분 10%를 출자해 만든 총수 개인 기업이다. 이러한 회사에서 강태선 회장 일가가 올해 배당금으로 17억 원을 가져간 것이다.

지난해 아우트로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13억 원으로 배당성향이 132%에 육박한다. 배당성향만 따져도 ‘고배당’으로 인한 개인 자금 확보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내부거래의 전형

아우트로의 매출의 대부분이 블랙야크와의 내부거래에서 나왔다는 점도 이 같은 지적에 한 몫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우트로는 블랙야크와의 내부거래로 6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우트로의 지난해 매출액이 57억 원으로 전체 매출보다 블랙야크와의 거래매출이 더 컸다는 점도 주목된다.

상황만 놓고 보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운 뒤 이익금을 배당해 회장 일가가 돈을 챙기는 전형인 것이다. 강태선 회장의 일가가 아우트로를 설립할 때 납입한 금액은 1억 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지 6년 여 만에 14억 원이 넘게 회수한 셈이다.

항간에서는 블랙야크의 중국법인도 문제라는 설이 흘러나온다.

블랙야크 베이징법인은 매년 쾌조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법인의 지분 소유 현황이 블랙야크와 동진레저가 각각 20%를 갖고 있고 나머지 60%가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개인 소유로 추정된다는 시각이 있다.

문제는 중국 법인은 금융감독원에 공시할 필요가 없어 당국의 감시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강태선 회장이 개인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설이다. 만약 이와 같은 의견이 사실이라면 파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요서울]은 해당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해봤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그동안 블랙야크가 해온 해명을 보면 모두 오해이거나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블랙야크 측은 “블랙야크 관계자는 "강 회장은 블랙야크를 통해 한번도 배당을 받지 않았다'며 '아우트로에서 배당을 처음으로 받은 것이다"고 말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아우트로가 빌려준 자금에 대해선 “블랙야크 관련 사업 재투자를 위한 경영적 판단으로 자금을 빌렸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동안 이자를 꾸준히 갚아 왔고, 원금 상환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배당금은 “블랙야크에서는 배당금을 받지 않았고, 아우트로를 통해서만 일부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체매출을 뛰어넘는 내부거래에 대한 해명과 왜 블랙야크가 아닌 아우트로에서 배당금을 받았는지에 대한 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국법인과 관련해선 강태선 회장의 지분이 알려진 것보다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법인을 통한 개인자금 확보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강태선 회장은 지난해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신문지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명 신문지 회장님이라는 오명을 안은 바 있다. 그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다면 강태선 회장은 당분간 구설에 자주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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