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외식의 위기…사모펀드에 또 팔렸다
토종 외식의 위기…사모펀드에 또 팔렸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9-15 10:51
  • 승인 2014.09.15 10:51
  • 호수 1063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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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커피 저니맨 되나

제약사 한독 투자 후 차익 논란…IMM에 지분 60% 매각
정부의 과잉 규제로 설 땅 잃은 프랜차이즈업계…발 동동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해마다 또는 자주 팀을 옮기는 운동선수를 비유한 말이 ‘저니맨’이다. 말 그대로 ‘떠돌이’다. 재계에선 사모펀드에 매각된 기업이나 투자를 받은 기업에 붙는 꼬리표다. 사모펀드 자체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사모펀드의 운용은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모펀드에 매각됐다고 하면 그들이 당장은 좋은 결과를 얻는다해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된 할리스 커피 또한 이와 같은 이유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할리스 커피는 1998년 6월 서울 강남에 한국 최초로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오픈한 커피전문점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4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5개국과 마스터프랜차이즈를 통해 전 세계 각국에 매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한국 최초의 브랜드다.

2003년에 극장 업체인 프리머스가 인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호점을 열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으며, 이듬해에는 로스앤젤레스에도 지점을 세웠다.

엄격한 관리를 통해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산 원두만을 공급 받아 사용해왔고, 커피의 맛은 원두의 신선도와 직결된다는 생각에 OEM방식의 국내 배전 (Roasting)으로 최대한의 신선도를 유지·관리해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일부 고객이 에스프레소를 진하고 쓰기만 한 커피로 알고 있는 것도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신선하지 못한 커피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할리스 커피는 이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 경쟁력을 도모해왔다.

그 결과 2005년과 2006년 한국일보가 주관하는 ‘고객서비스 만족대상’을 받았다.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후원하는 2012 브랜드 시상식에서도 ‘고객사랑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영위를 맛봤다.

당시 정수연 할리스 커피 대표는 “할리스 커피가 ‘고객사랑 브랜드’에 선정된 것은 본사와 가맹점이 합심해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고객사랑 브랜드’라는 명성에 걸맞도록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스 커피는 지난 4년간 연간 매출 성장률 35%, 영업이익률 약 10~12%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할리스 커피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에 매각됐다.

프랜차이즈 업계 비상

할리스커피를 운영 중인 할리스에프앤비는 같은 달 4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지분 60%를 IMM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금액은 4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 체결을 통해 IMM은 할리스에프앤비의 최대 주주로서 안정적인 주주기반 및 재무적 지원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할리스 측은 향후 IMM으로부터 1000억 원대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MM은 이 투자를 통해 밖으로는 할리스 커피를 건실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해나가는 한편, 직접 투자 방식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신상철 할리스에프앤비 대표는 “IMM은 할리스 커피가 가진 성장 동력과 지난 15년간 축적해 온 경영 노하우를 믿고 큰 규모의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는 할리스 커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할리스 커피 사모펀드 주식매매로 인해서 ‘놀부’ ‘BHC’에 이어 3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놀부는 지난 2011년 11월 모건스탠리 사모펀드에 매각됐으며, BHC는 지난 6월 시티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외국계 사모펀드에 사실상 매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모펀드들의 잇따른 프랜차이즈 인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좁은 내수(內需) 시장에서 과당 경쟁을 유발해 가맹점 주인들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사모펀드 외에는 인수할 만한 자금력이 있는 곳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과잉 규제로 인해 건전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이 클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어차피 잠깐 회사를 경영한 다음 매각하고 떠날 사모펀드 아래서 불안하게 사업하는 게 부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2010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고 지난해 초부터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을 막는 규제가 생긴 것이 사모펀드에 호기(好機)가 됐다. 대기업이 떠난 빈자리를 사모펀드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퇴직을 앞둔 7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 등 창업 예비군의 증가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관심을 키운 요소로 분석된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언제든지 회사를 매각할 수 있고 실제 IMM이 제약회사인 한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최근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게 차익실현으로 해석되는 만큼 할리스 커피 또한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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