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투증권 패키지 묶여 팔리고 단독으로 다시 넘어가
전 직원 30% 구조조정 후에도 손익 따져보니 답 없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생명보험업계에서 거의 낙동강 오리알이 되다시피 한 우리아비바생명이 또다시 주인을 바꿔야 할 판국이다. 농협금융이 우리아비바생명 인수 반년 만에 DGB금융에 재매각을 선언하고 나선 탓이다.
그간 우리아비바생명은 14년 동안 5번의 대주주 및 사명변경을 겪어왔다. 초기 시절부터 하면 26년 만에 7번이다. 창립은 1988년 부산지역 기반의 상공인들이 출자한 생명보험사인 부산생명이다. 1993년에는 한성생명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0년에는 LG家로 넘어가면서 대기업 계열사 반열에 들어선다. 이때 변경된 사명이 럭키생명이다.
이후 LIG가 LG로부터 계열 분리되면서 함께 떨어져나가 2006년 LIG생명이 된다. 이것도 잠시일 뿐 2008년 한영 합작법인인 우리아비바생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같은 형제인 LIG손해보험과 달리 우리금융과 영국 아비바생명에 재매각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금융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말 우리아비바생명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로 묶어 팔렸다. 막판에 NH농협금융은 KB금융을 제치고 우투증권 패키지를 가져가는 데 어렵게 성공했고 우리아비바생명의 주인도 바뀌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 농협금융이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이 체결됐고 6월에는 농협금융 자회사 편입을 마쳤다. 이를 두고 우리아비바생명 내부에서는 NH농협생명과의 통합이 남았지만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우리아비바생명이 뼈아픈 인력감축을 감내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구조조정에서는 우리아비바생명 전 직원의 30%에 달하는 11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또 내년 상반기 농협생명과의 합병을 위해 지점 통폐합 등 15개의 경영개선과제를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농협금융은 일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이사회 개최를 예고했고 5일 이사회를 개최했다. 안건은 우리아비바생명을 DGB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를 전혀 모르고 있던 우리아비바생명으로서는 청천벽력에 가까운 소식이었다.
결국 농협금융과 DGB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매각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만약 DGB금융이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면 농협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 역사상 최단 기간의 대주주 기록을 남기게 된다.
DGB금융의 손짓 이번엔 자리 잡을까
사실 농협금융으로서는 다소 비난을 감수하고도 우리아비바생명을 되팔 만한 여지가 있었다. 앞서 농협금융이 우리아비바생명 인수에 들였던 700억여 원은 패키지의 핵심인 우투증권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아비바생명만 놓고 보자면 눈독들일 만한 조건은 우리아비바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변액보험 판매 라이선스뿐이었다.
하지만 이 라이선스가 거의 무용지물이 되면서 농협금융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통해 지역 단위농협 4400여 개에서의 변액보험 판매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생명을 출범시키며 방카슈랑스 25% 룰 적용에서 잠시 비켜나는 대신 변액보험 출시도 함께 미루기로 약속했다. 방카 25% 룰은 한 금융사에서 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농협금융의 특성상 방카 룰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자 이 룰 적용을 유예받는 대신 변액보험 판매를 제한받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농협금융이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면서 함께 넘겨받는 라이선스로 다시금 변액보험 판매길이 열릴 뻔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넘겨받은 라이선스를 이용한 판매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농협금융의 변액보험 진출은 사실상 활로가 막힌 상태였다. 그 와중에 가뭄의 단비 같은 DGB금융의 인수의사 타진으로 농협금융은 다소 이른 우리아비바생명 재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대구지역 은행으로 출발한 DGB금융은 최근 보험업 진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매물로 나온 KDB생명에도 DGB금융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나이스신용평가는 DGB금융의 우리아비바생명 인수는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 판매가 막힌 농협금융의 입장에서는 우리아비바생명을 농협생명과 통합하든 단독 보유하든 손실이 장기화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며 “이에 입장을 번복해 DGB금융의 손짓에 화답하며 구조조정까지 마친 우리아비바생명과의 신의를 저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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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