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탓 실적부진…인수 목적은 경영 참여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서른여섯 번째는 아가방앤컴퍼니(회장 김욱, 대표이사 구본철(사진)·이하 아가방)다.
국내 최초의 유아의류용품 전문 업체 아가방이 중국에 팔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만 해도 ‘정치 테마주'로 꼽혔던 종목이다.
박 대통령이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주가가 껑충 뛰었다. 2012년 1월 2일 기록한 2만2250원은 아가방 설립 이래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하지만 주가와 달리 사업 측면에서 아가방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9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사업은 저출산 영향으로 부진이 극심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95억 원에서 2012년 37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3년에도 39억 원으로 제자리걸음했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71억 원에서 2012년 20억 원으로 떨어진 후 2013년 25억 원에 머물렀다. 결국 아가방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외국계 기업 손에 넘어가게 됐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가방컴퍼니는 전날 최대주주인 김욱 대표이사가 보유주식 427만2000주(지분 15.3%)를 1주당 7500원에 라임패션코리아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양수도 대금은 약 320억 원이다.
아가방은 이와 동시에 라임패션코리아 등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아가방 측은 “라임패션코리아와 케이에스애드를 상대로 각각 신주 420만주와 56만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유증 규모는 약 242억 원이며, 신주의 발행가격은 1주당 5100원이다. 신주의 상장예정일은 오는 12월 29일이고, 발행 신주는 1년간 보호 예수된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라임패션코리아는 아가방 지분 25.9%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가 된다. 다만 한류 브랜드명 ‘아가방'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아가방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솟고 있다.지난 3일 코스닥시장에서 아가방은 오전 9시 13분 현재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7700원에 거래됐다.
인수소식에 주가 급등
1일에는 전일보다 6.91% 상승한 5880원, 2일에는 전일보다 13.95% 오른 67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아가방 관계자는 “대표 지분이 크지 않아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았던 데다 저출산으로 인한 국내 시장 침체로 향후 계획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성장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결론을 낸 것”이라고 이번 매각 배경을 밝혔다.
네이버 기관단체 사전에 따르면 아가방의 모체는 1979년 4월 세워진 보라유통산업(주)이다. 국내 최초 아가의류 및 아가용품 전문회사로 출범했다. 1980년 3월 (주)아가방을 거쳐 2007년 3월 지금의 상호인 (주)아가방앤컴퍼니로 사명을 바꾸었다. 코스닥시장에 주식을 상장한 것은 2002년 1월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유아의류, 유모차, 액세서리, 완구, 기저귀 등의 제조 및 도매업이다. 1985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아가방 상표를 등록했다.
1987년 2월 ‘아가방 탄생카드 회원제’를 도입하여 고객관리 시스템을 실시했다. 1988년 4월 의류 및 용품의 위생과 품질관리를 위해 기술개발실을 열었다. 1989년 6월 미주지역 판매법인 아가방USA(Agabang U.S.A., Inc.)를 세웠다.
1994년 8월 유아복 브랜드 디어베이비(Dear Baby)를 도입하고, 1996년 3월 중국생산법인을 세웠다. 1996년 8월 엘르뿌뽕(Elle Poupon) 브랜드를 도입했다.
2001년 11월 할인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세대 감각의 유아복 브랜드 베이직엘르(Basic Elle)를 도입하고, 2002년 9월 디자이너 홍은주와 업무 제휴를 통해 에뜨와(Ettoi) 브랜드를 출시했다.
2003년 11월 무역의 날 3000만 불 수출의 탑을 받은 데 이어, 2004년 9월 홈쇼핑 전용 브랜드 ‘플란다스’를 출시했다.
2007년 8월 프리미엄 멀티샵 아가방갤러리를 열었다. 2009년 9월 아토피 스킨케어 퓨토(Putto)를 런칭하고 나서 2010년 6월 멀티샵 넥스트맘(Nextmom)을 열었다. 2010년 9월 기준 김욱 대표이사 겸 회장이 최대주주다.
반면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하는 라임패션코리아는 중국 의류업체인 랑시가 한국에 세운 업체로 알려졌다. 랑시그룹은 중국 내에서 여성복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유아동 시장 선점을 위해 유아의류 브랜드를 물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