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훈 교수·박상훈 대표 “안에서 찾아야지 왜 밖에서…”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실상 사퇴했다. 세월호 정국에서 리더십의 한계에 봉착했고 당이 사분오열되면서 원내 대표직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며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언급해 사실상 혁신 공동 비대위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분란만 일으키고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친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온몸으로 결사저지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한때 대망론을 꿈꾸던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정국 돌파를 위해 꺼낸 이상돈 카드마저 역풍에 휩싸이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당무사’(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를 외치면서 지난달 4일 추대된 지 38일만에 직을 놓게 됐다.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떠나는 배경은 당연히 세월호 정국의 야당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내 원혜영, 박병석, 김부겸 접촉 ‘무산’
게다가 친노 일부 강경파들의 ‘박영선 흔들기’ 역시 한몫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여당과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의원마저 유가족과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 해 사실상 온건 친노마저 등을 돌리면서 박 원내내표의 입지는 좁아졌다.
박 원내대표가 두 번의 세월호법 협상과정에서 실패하면서 ‘여당과 세월호 유가족’에게 공을 떠넘긴 점 역시 빌미를 제공했다. 박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라’고 주장했지만 이렇다할 반향을 못 일으키며 급기야 추석직후 비대원장직을 내놓게 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미 박 원내대표는 추석전 비대위원장직을 내놓기 위한 물밑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원혜영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비대위원장직을 맡을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원 의원은 향후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것을 대비해 역할과 위상 그리고 권한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원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인사들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실망한’ 원 의원 역시 막판 고심 끝에 거부했다는 소문이다.
원 의원뿐만 아니라 제안 받은 또 다른 당내 인사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나섰다 아깝게 고배를 마신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박 원내대표 측근들을 통해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것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나설 때가 아니다’며 정중히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 유력한 인사들의 잇따른 고사로 박 원내대표는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비대위원장을 물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계와 은수미 의원 등 일부 강경 초선 의원들의 사퇴 압박이 높아졌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박 원내대표는 추석 전부터 이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분리 작업에 착수했고 당내 인물 찾기에 나섰다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못하면서 비대위원장직을 내놓게 됐다.
‘성처’만 남은 38일 간 비대위원장직
이뿐만 아니라 당내외 복잡한 계파별 이해관계 역시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겸직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에서 참패해 물러난 이후 문희상, 유인태 등 당내 중진급 의원들은 ‘비대위원장과 원대대표 분리론’을 주장했다. 또한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정세균 계보 역시 은연중에 ‘박병석 비대위원장 추대’를 위한 물밑 작업도 있었다.
반면 문재인 등 친노 온건파와 손학규-김한길계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강건너 불 구경’하면서 좌시했다. 자칫 ‘비대위원장 교체’는 당내 분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한몫했지만 한쪽은 당권 도전에 무관치 않고 한쪽은 ‘책임론’에 휩싸여 이해관계는 엇갈리지만 적극 나서기 힘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상당수 486 그룹 및 비례 초선의원들은 현재의 박영선 비대위체제가 들어서는 데 적극적이었다. 내심 차기 당권에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장기화되면서 ‘박영선 체제’를 옹립한 이들 역시 책임론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이들은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사실상 내려놓는다고 밝혀도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개진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각 계파별 박영선 비대위 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서 박 원내대표는 상처만 입은 채 ‘도로 원내대표’로 돌아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문제는 박 원내대표가 ‘외부인사’ 카드를 꺼내고 직을 떠나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 구성을 마치고 직을 떠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래서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영입에 적극 나선 배경이다. 물론 떠나는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 대행을 하면서 측근들을 심고 비대위원장과 위원을 인선하고 떠난다는 데 야권 일각에서는 ‘대망론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보냈다.
특히 비대위 구성에 외부 인사로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와 ‘88만원 세대’ 저자로 유명한 우석훈 교수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두 인사 모두 박 원내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외부인사를 영입할 것’이라고 밝힌 11일 박상훈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비대위에 관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영입 제안조차 받은 바 없다”고 영입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박 대표는 “내부 문제는 안에서 해결해야지 왜 밖에서...”라며 외부인사 영입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석훈 교수는 아예 전화통화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회심의 ‘이상돈-안경환 카드’ 역풍 거세
오히려 박 원내대표가 사퇴와 동시에 비대위원장감으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서울대 안경환 교수와 함께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분란을 낳고 있다. 당장 친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같은 날 “만약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 주역인 이상돈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강행한다면 제가 모든 것을 걸고 온몸으로 결사저지 하겠다”며 “이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선후배, 동료 의원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적극 반대했다.
이 교수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으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상황”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자칫 당내 분란만 낳고 박 원내대표의 ‘덜컥수’가 될 공산이 높아졌다.
결국 이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건 고사하건 박 원내대표는 후임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당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칫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도 아닌데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는 어정쩡한 상황을 맞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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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