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전대월(45)씨가 러시아 유전사업가로 부활한 것과 관련, 사정 당국에서 정밀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사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사정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전씨가 벌이고 있는 사업 및 향후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전씨의 러시아 석유개발 사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착수됐다. 당시 곽 의원은 “한국석유공사 내부 중간검토 결과, 전씨의 유전개발 프로젝트의 탐사 유망성은 ‘비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사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한국석유공사 측은 “향후 결과 보고를 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씨의 사업에 대한 조사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석유공사 측에서 전씨의 유전개발 사업과 관련, 검토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본지는 한국석유공사 측에서 작성한 전씨가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실지조사 관련 보고서를 입수, 전씨가 벌이고 있는 사업의 ‘중간 결과’를 들여다봤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초 사할린주 우글레고르스키 지역의 유전개발회사인 (주)톰가스네프티를 매입, 지난해 8월 16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전씨는 이 지역 내 유전사업을 위한 해외자원개발신고서를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에 제출했다.
산자부는 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에 전씨의 유전개발 사업 관련, 계약의 적정성 및 기술·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한국석유공사 측이 전씨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에 대해 현지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12일. 출장은 2박 3일 일정으로, 지난해 10월 14일까지 이루어졌다.
실사작업을 진행한 조사팀은 엄격한 절차를 통해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팀원은 모두 3명. 기술평가팀장 이모 씨와 변호사 김모씨가 각각 기술적 타당성과 계약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나섰고, 러
시아어 통역사 정모씨도 대동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조사팀은 먼저 러시아 과학 한림원 소속 해양지질 및 지구물리학 연구소 사할린 극동지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조사팀은 탐사자료인 ‘물리 탐사자료’와 ‘시추공 탐사자료’ 등을 열람했다.
이어 연구소 소속 지질전문가와의 의견교환을 통하여 전씨가 추진하고 있는 광구 지역의 지질 등에 대해 분석했다.
발 지역 ‘탐사 위험요소’ 다분
현지 지질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할린주 라마논스키 구역 내 우글레고르스키 지역은 석유탐사 관련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우선, 이 지역은 현재 뚜렷한 탄화수소 발견 실적이나 도로, 가스 및 원유 파이프라인 등의 인프라시설이 없는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물리 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탐사초기에 취득된 탄성파 탐사자료들은 대부분 해석이 되지 않았다.
이에 현지 연구소 측은 최근 몇몇 단면들에 대하여 해석 작업을 시도하였으나, 역시 지층 및 구조에 대해 정확히 해석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지역은 해석이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기존 평가 자료(Gustavson Association Inc.,1992; Wood Mackenzie, 2004; IHS 2006)를 분석한 결과, 이 지역은 ▲심한 구조변형 ▲덮개능력의 불량 ▲저류층 암질의 질적 및 양적인 불량 ▲화상암체로 구성된 대형 해상구조 ▲인근지역 유·가스전의 비경제성 등 탐사 위험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지층 해석, 저류층 두께, 유망 구조 및 매장량 산정 등 석유탐사 관련 유망성 여부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견해이다.
시추공 탐사는 현재까지 10여 개의 시추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추공’이란 지질 조사나 광상(鑛床)의 탐사 따위를 위해 뚫은 구멍을 말한다.
그러나 1968년 이후 대부분 시추활동이 중단되었으며, 단 한 개의 시추공에서만 5톤의 원유생산 실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가 산자부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우글레고르스키 구역은 13억 배럴 상당의 원유가 매장돼 있으며, 유전개발 등 총 조달비용으로만 3,5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현지 연구소 측과 전씨 사업계획서의 차이가 큰 것에 대해 산자부 담당 관계자는 “아직 이 지역에 대한 지질조사가 진행 중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단지 조사 중간과정을 놓고 전씨가 또 한 번 언론의 도마에 오를 것을 우려, 극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할린 현지 신문인 ‘소비예트스키 사할린’은 라마논스키 지역의 석유매장량이 1억 9,000만 톤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며 “이 지역에 대한 경제성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사팀은 연구소를 방문한 뒤, 러시아 연방 천연자원부 사할린 지부를 찾았다. 톰가스네프티사의 탐사 허가권 취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지 담당자 C모씨는 톰가스네프티사는 라마논스키 지역에서 지질탐사 및 석유개발을 할 수 있는 허가권을 발급받았다고 확인해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탐사 허가권만 있을 뿐 실제 탐사 진행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에도 ‘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톰가스네프티사 탐사 허가권
조사팀은 사할린주 세무서에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들은 세무서 담당자를 통해 톰가스네프티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과연 이 회사가 전씨가 산자부에 신고한 대로 적법한 허가권을 가졌는지 여부 등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팀은 전씨를 비롯해 톰가스네프티사 전대표이사, 그리고 사할린 현지투자자 최모씨도 접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김모 변호사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전씨의 사업은 법률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톰가스네프티사가 어떤 회사이고,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러시아 주재한국대사관의 한 주재원은 “톰가스네프티라는 회사에 대해 전혀 들어본 바가 없다”면서 “러시아에서는 자원개발 승인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톰가스네프티사의 실체를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는 톰가스네프티사에 ▲러시아 내 타 업체의 주식이 오갔는지 여부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씨가 어떤 식으로 자금(74% 지분)을 끌어들였는지 여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대월, 출감 이후도 유전개발에 ‘올인’
‘페트로사 유전개발 → 홈스크 유전개발 → 라마논스키 유전개발’
전대월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출감 이후 러시아와 국내를 오가며 유전사업에만 ‘올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또다시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씨가 이 유전사업에 눈을 뜬 것은 오일게이트에 등장하는 권광진 전 쿡에너지 대표가 제시한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2004년 8월 중순 극동지역 전문가 J씨와 사할린을 방문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러시아 동포 L씨는 1990년대부터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사할린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게이트’라는 흑막에 가려진 ‘페트로사 유전개발 사업’은 어쩌면 고유가 에너지 위기 시대에 ‘황금알’이 될 수 있었던 사업이라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추진한 페트로사 유전개발 사업은 2005년 11월 15일 알파에코사와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 사업은 한국이 계약을 파기하자마자 영국의 세계적 석유 메이저인 BP(British Petroleum)가 1억 2,000만 달러에 인수, 전체 주식의 86%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그만큼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씨가 오일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제동이 걸린 ‘홈스크 유전개발 사업’도 경제적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스크 광구는 원유만 따져 추정 매장량이 75억 배럴, 채유 가능한 양은 24억 4,600만 배럴로 추되고 있다.
때문에 홈스크 광구의 경제적 가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사할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경제성이 없는 러시아 유전사업을 갖고 일을 꾸미고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이에대해 지난해 말 모 주간지에서 전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호소했다.
전씨를 둘러싼 ‘오명’은 이제 그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라마논스키 유전개발 사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유전개발에 대한 애착이 ‘화려한 재기’로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러시아 사할린 라마논스키 우글레고르스키는 어떤 곳
우글레고르스키는 사할린 주 우글레고르스크 군에 속한 도시이다.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359km지점에 위치해 있다. 유주노사할린스크는 사할린 섬 남부에 위치한 도시이자, 사할린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약 2만 여명이며, 한인동포 1,800여명이 살고 있다.
사할린 주의 에너지 자원은 석유, 가스, 석탄으로 대표된다. 사할린은 58개의 석유가스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할린 주에 속해 있는 우글레고르스키는 이 중 ‘석탄’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지역은 ‘석탄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일제시대 한인동포 들이 대거 강제 징용돼 탄광에서 중노동을 했던 지역인 까닭이다.
한편, 이 지역의 석유 및 가스의 생산량 등에 대한 수치는 알려진 바 없다.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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