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법 위반, 잘못된 관행 답습"
재판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법 위반, 잘못된 관행 답습"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9-11 21:51
  • 승인 2014.09.11 21:5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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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11일 법원이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정치관여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 '간첩 증거 조작' 논란으로 궁지에 몰려 있던 국정원은 다시금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됐다.

특히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혐의를 떠나 그간 국정원이 수행해온 대북·방첩활동이 잘못됐음을 직접 지적하면서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국정원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이날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원 전 원장이 정치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9조 1, 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한 양형이유로 '국정원의 잘못된 업무수행 관행'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서 목적을 가지고 정치관여를 계획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지속된 국정원 심리전단의 잘못된 업무수행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답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를 국정원의 과거 '잘못된 관행'과 떼어놓을 수 없는 만큼 논란을 원 전 원장의 책임만으로 돌릴수는 없다는 의미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1965년 10월께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방어심리전 활동을 하기 위해 창설됐다. 사이버 심리전 활동은 1997년 7월부터 시작됐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국정원은 심리전단 창설 후 50여년 가까이 '잘못된 업무수행'을 해온 셈이다.

재판부는 "특정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국민의 여론 형성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의 직무범위 판단을 그르치고 사이버 활동도 적법한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오인해 범행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이는 국정원이 본연의 업무인 방첩활동의 범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왔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로써 국정원은 연이은 간첩사건 무죄로 인해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조직에 대한 법리조차 제대로 모르고 여론조작을 저질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기관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원 전 원장뿐만 아니라 현재 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우수)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증거를 위조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과 협조자들의 증거 조작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유우성(34)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 1, 2심 모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최근에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사건' 주인공 홍모(41)씨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간첩 조작' 논란과 연이은 간첩사건 무죄 판결에 이어 전직 원장까지 '정치관여'로 유죄를 인정 받으면서 국정원의 대북·방첩활동의 정당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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