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치고 ‘쪽박’차는 것은 ‘한 끗’ 차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브라운관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오죽하면 ‘광고가 세상을 바꾼다’ 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 혹은 광고주라고 불리는 이들은 이 ‘광고’에 목숨을 건다. 시쳇말로 제대로 건진 광고 하나면 본전치기는 물론 이미지 상승과 실적 증가는 따 놓은 당상이다. 반대로 잘못된 광고로 쌓아놓은 실적마저 한 번에 말아먹는 일도 부지기수다. [일요서울]이 광고주들을 웃기고 울린 광고들을 알아봤다.
올해는 유독 CF 모델을 잘 기용해 이득을 본 기업들이 많다. 한국광고총연합회는 지난 8월의 광고모델로 이승기를 선정했는데, 그를 모델로 내세운 KB국민은행, 피자헛, 한국먼디파마 메디폼, 쿠쿠전자 등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의 광고모델은 그동안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1위 자리를 지켜 왔으나, 지난달에는 이승기가 선정됐다. 더욱이 이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와 열애를 인정한 후 선정된 것이어서 이목이 끌린다.
프랜차이즈 부분에선 BBQ의 빠리치킨이 CF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BBQ는 지난달 27일 빠리치킨 매출이 영화배우 류승룡의 CF 인기에 힘입어 500% 상승했다고 밝혔다. 실제 류승룡이 출연한 BBQ CF ‘빠리치킨편’은 온에어 10일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겨 버렸고, 이에 따라 빠리치킨 판매량도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연기는 명품이지만 CF 내에서는 코믹한 모습을 보여줘 반전 매력을 선보인 것이 딱 들어맞았다는 평이다. 류승룡이 출연한 배달의 민족 CF도 같은 맥락이다. 빠리치킨은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치킨메뉴 개발이라는 특명으로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중앙연구소) 연구진들이 프랑스를 주목해 2011년 10월 출시했다.
연예인의 일관되고 변함없는 이미지를 활용해 대박을 친 기업도 있다. 팔도 비락식혜와 이니스프리 등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전부 의리로 대변되는 김보성을 모델로 발탁했다는 점이다.
앞서 김보성의 의리시리즈는 젊은층을 필두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화제성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유행에 민감한 CF 시장까지 접수한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가장 먼저 김보성을 선점한 비락식혜는 식혜를 마시며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공개하는 동시에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20%에서 50%를 넘나드는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화장품브랜드 이니스프리는 배우 이민호와 함께 김보성을 광고에 투입해 9배 이상의 매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올해 CF계와 각 기업들은 김보성 모시기에 혈안이었다. 김보성이 직접 “너무 많은 CF에 출연해 의리가 너무 상업적으로만 비춰지면 어떡하나 걱정이다”라는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을 정도다.
그 외에는 박신혜가 출연한 배달앱 요기요, 조성모의 귀환으로 화제가 된 웅진식품의 초록매실 등이 대박 CF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한 좋은 예로 분류된다. 유행을 잡은 기업들이 실적도 잡은 셈이다.
반대로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기업들도 있다. CF 자체가 논란이 된 기업도 있고 기용했던 모델이 개인적인 논란에 휩싸여 울상을 짓는 기업도 생겼다.

자다가 날벼락
배우 송혜교의 탈세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송혜교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세청에 영수증 등의 지출 경비 증빙 자료 없이 세금을 신고해 약 25억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순한 이미지로 많은 광고를 섭렵했던 그가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송혜교를 모델로 기용했던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다만 아직은 그의 광고 계약이 취소되거나 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예로 김수현과 전지현이 있다. 둘은 얼마 전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로 인기몰이를 시작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CF를 섭렵했다. 그러나 두 배우가 중국 헝다그룹의 헝다생수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부터가 문제였다.
헝다 생수의 취수원이 장백산으로 표기된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게 됐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표기하며 중국의 소유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모델의 이미지에 죽고 사는 것이 CF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전지현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신이 출연한 클라우드 맥주 CF가 표절 논란에 휩쓸리는 이중고를 치러야 했다. 대기업인 롯데의 맥주 시장 진출로도 화제가 됐던 클라우드가 모 명품 브랜드의 CF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것이 의혹의 시작이었다. 클라우드 측은 “모방이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한 상태지만 이미지 타격은 피해갈 수 없었다.
(주)스킨애니버셔리스파의 프랜차이즈 풋케어 전문 브랜드 더풋샵 역시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개그맨 신동엽이 출연한 해당 업체의 광고가 성인음란물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애꿎은 점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어난 것이다. 신동엽의 장점으로 부각됐던 성적인 매력을 활용하려다가 예상하지 못한 불똥이 튄 경우였다.
한편 앞으로도 추석과 연말을 지내면서 각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모델을 고르고, 참신한 기획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행이라는 것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예상은 할 수 있지만 상상해본 적도 없는 곳에서 변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라면서 “요즘은 모델을 기용할 때 후보자들이 논란이 될 만한 과거가 있는지 체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델과 CF 때문에 웃고 웃는 기업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