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루성피부염이란 만성화된 습진의 일종으로 홍반과 각질, 염증 등을 동반하는 피부질환을 말한다. 보통 피지분비가 왕성한 두피, 안면부, 가슴, 서혜부 등에 호발하며 피지분비량이 많은 7~9월 사이 지루성피부염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요즘처럼 덥고 습한 시기에는 지루성피부염환자들이 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동분서주한다. 피지제거제를 비롯해 압출기, 선 블록, 피부영양제 등 각종 피부관리용품을 찾는 이도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환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다소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루성피부염환자는 피지분비만 줄어들어도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들이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피지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러한 속사정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기대만큼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다. 단순히 피지를 없앤다고 해서 증상이 호전되진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지는 피지샘에서 발생하는 반유동성의 기름물질로 피부와 모발 표면에 지방막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피부의 보습력을 유지하고 pH(수소이온)농도를 조절해 세균의 침투를 막는 역할을 한다. 과다분비 됐을 때 모공의 염증을 유발해 문제가 될 뿐 오히려 피지가 너무 적으면 되려 피부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오히려 억지로 피지를 제거하려고 하다간 피부의 손상만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압출기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피지를 없애려고 하다간 피부외벽에 상처를 주고 감염의 위험이 높다. 면봉이나 팩을 이용한다하더라도 피부에 일단 자극을 주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피지를 뽑아낸다하더라도 피지는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스스로 피지를 조절할 수 있도록 신체기능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피부재생력과 건강전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식습관이다.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음식은 약과 같다’는 의미로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관점에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루성피부염환자에게 추천할 음식으로는 과일, 채소, 견과류, 곡류 등이 있다.
이들 식품들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해 인체의 항산화능력을 높여 피부를 건강하게 하고, 소화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권장식품으로는 밀, 메밀, 보리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 식품은 신곡, 교맥, 맥아 등 귀중한 한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선 밀은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피부건강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간장을 정화하며 지루성피부염을 야기하는 열독을 해소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메밀에는 항산화물질인 ‘루틴(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이 들어있어 혈액 내 독소배출을 돕고 위장의 습열(습기와 열로 건강을 해치는 한의학의 병리적 요소)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 또 보리는 필수미네랄의 하나인 칼륨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 양이 토마토와 우유의 3배 가량에 달한다. 여기에 항균기능을 갖고 있어 면역력 증진에 좋다.
다만 소화흡수기능이 약하고 생리작용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건강음식을 먹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붓기가 심하며 만성적인 피로를 느낀다면 일단 내과적 문제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는 가까운 의료기관이나 한의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
한편 지루성피부염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도 존재한다. 육류(기름기가 많은 고기), 볶은 음식, 찌개 및 국 등이다. 이들 음식에는 필요이상의 포화지방, 당, 나트륨 등이 들어있는데 지루성피부염의 원인 중 하나인 캔디다(진균)를 증식시키고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줘 피지분비를 증식시킬 수 있다.
특히 지방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세포벽을 파괴시킬 뿐 아니라 과산화지질(피부유해물질)까지 생성해 지루성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현재 지루성피부염을 앓고 있다면 이들 음식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우보한의원 이진혁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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