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레드오션에 돈 붓기…떠밀리는 PX 공장 증설 향방은
GS칼텍스, 레드오션에 돈 붓기…떠밀리는 PX 공장 증설 향방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9-05 10:53
  • 승인 2014.09.05 10:53
  • 호수 1062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기업 합작투자 딜레마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GS칼텍스가 공언했던 해외기업 합작투자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GS칼텍스는 일본 기업과 1조 원가량의 투자금을 합쳐 기존 여수 파라자일렌(PX)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현행법상 외국기업의 투자가 쉽지 않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관련법의 개정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법이 개정되자 PX 공장 증설을 차일피일 미루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모양새다.

1조원 규모의 투자법 개정 추진하다가 시기 놓쳐
실리 따지기와 정치권 압박에 진퇴양난눈치보기만

앞서 GS칼텍스는 2012년부터 기존의 여수 PX공장 내에 100만톤 규모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일본 쇼와웰·타이요오일과 각각 5000억 원씩 1조 원을 합작투자해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행법에 가로막힌 GS칼텍스의 합작투자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서 증손회사를 만들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관련법 개정을 직접 요청하기까지 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에 한해서는 100% 지분 룰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 초 외촉법이 우선처리로 통과됐음에도 GS칼텍스는 PX 공장 증설을 어떻게든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추진 당시와는 달리 현재 PX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쟁사 모두 뛰어든 포화 상태의 시장

PX는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의 기초 원료로 페트(PET)병의 중간 원료이기도 하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PX는 대부분 80% 이상이 폴리에스터 화섬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여기에서 폴리에스터는 면화, 양털 등 천연섬유의 대체제다. 면화가격이 하락하면 합성섬유 수요가 줄어 PX 가격도 함께 하락하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국제 면화가격이 폭락하면서 PX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면화는 미국의 공급과잉과 중국 수요부진에 따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2~3년 전만 해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던 PX의 추락이다.

문제는 PX 가격이 향후에도 공급 과잉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PX 생산시설 규모는 지난 7월 기준 644만톤이다.

이후 삼성토탈과 SK종합화학이 신규시설 가동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974만톤에 이른다. GS칼텍스가 계획했던 증설이 약 100만톤이므로 이를 모두 더하면 2년 후에는 1074만톤이 된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PX 생산시설도 급증하면서 자급자족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이에 국제 PX 가격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 PX 가격은 톤당 1377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8.3%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GS칼텍스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최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간 것도 정제마진 하락과 PX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의 약세 때문이었다. GS칼텍스는 2분기 7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GS칼텍스는 PX 공장 증설을 추진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처했다. GS칼텍스 측은 원래 계획대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착공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 수치로만 따져볼 때는 GS칼텍스가 당장 증설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GS칼텍스가 단호하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정치권의 눈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GS칼텍스 내부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놓고도 당장의 실리만을 중시해 이를 백지화하면 추후 독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업무협약 기한이 아직 6개월가량 남아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