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그간 신음하던 유통가에 웃음이 번지고 있다. 당초 명절 특수가 없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매출이 눈에 띄게 신장하고 있어서다. 이에 백화점·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주는 물론 신흥 여행·면세점주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예년보다 때 이른 추석과 대체공휴일로 이어진 긴 연휴, 그리고 정부의 내수 부양책이 맞물린 결과다.
경기 부양에 사전판매 급증…백화점주 오랜만에 함박웃음
새로운 내수 주체 요우커…호텔신라 급등세 지속될까
가장 먼저 웃음꽃을 피운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매출은 이른 추석을 앞두고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또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사전 예약판매 매출도 본판매에 비해 선전했다. 백화점·마트의 동반 매출 상승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전년동기 대비 32% 뛰었다. 롯데만큼은 아니지만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24.7%, 17.1%의 증가세를 보이며 추석을 반겼다.
이마트의 경우에는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보다 사전예약 판매 실적이 돋보였다. 이마트의 사전예약 판매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7% 올라갔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사전예약과 본판매를 합친 매출이 각각 5.2%, 4.1% 늘어났다.
때 이른 추석과 대체공휴일 적용
이에 전통적인 유통주들은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신세계는 지난 3일 종가 24만3500으로 전일 대비 3.84% 뛰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날 16만5000원으로 1.85%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유통주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및 백화점업체의 초반 2~3일 영업이 전년 대비 30~100%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과 사전 예약과 같은 합리적 소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태홍 동양증권 연구원은 “추경에 버금가는 확장적 거시정책과 부동산 시장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자산가치와 가처분 소득 증대 가능성은 소비시장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최근 소비심리 흐름을 바탕으로 볼 때 유통업종 중 백화점 섹터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으로 설명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내수부양 기대감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종의 밸류에이션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다”며 “백화점, 할인점 모두 하반기는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영업회복이 가능해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경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롯데쇼핑은 소폭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는 눈치다. 이마트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해 갇혀있다시피 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부진한 주가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대형마트 강제휴무 이슈와 소비자의 소량구매 확산으로 실적 우려가 높아진 사례로 지목된다.
이에 반해 호텔신라·하나투어 등 여행·면세점주들은 사상 최대치의 실적으로 초고속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이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지난달에만 8.18% 뛰었고 하나투어도 같은 기간 8.21% 올라갔다. 특히 호텔신라는 연초 이후 90%에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끝없이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游客, 요우커)은 물론 대체공휴일제 적용과 면세한도액 상향 조정 등 호재가 계속된 결과다. 명절에 대한 전통적인 의식이 차츰 사라지고 해외여행이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한 것도 한몫 했다.
면세한도 상향에 정기항공 증편도
최근 한류열풍 등에 힘입은 요우커는 2008년 116만명에서 올해 600만명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8년에는 1000만명으로 크게 증가하며 지속적인 내수 살리기에 공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을 오가는 정기항공편은 45개 노선 주 426회에서 62개 노선 주 516회로 증편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을 중국 방문의 해, 2016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양국 간 사증 면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두균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방한 중국인 증가로 중장기적 수혜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제 요우커를 새로운 내수 주체로 인식해 그들이 원하는 신규아이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국 현대자산운용 연구원 역시 “관광업이 활발한 홍콩, 싱가포르 등도 외국인 관광객이 내수를 살리는 데 일조했다”며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면세사업에서 중국인 매출 비중이 50%에 이르는데 요우커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 따른 수혜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짚었고, 박성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양국의 여행 환경이 개선되는 점을 고려해 2015년 방한 중국인 증가율 가정치를 기존 20%에서 35%로 상향조정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행주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달까지는 세월호 영향이 지속되는 분위기로 패키지 송출객수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것은 4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경우 원화 강세 효과는 있지만 패키지 송객 증가율이 높지 않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