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6]‘무대’의 무대는 펼쳐질까?
[알쏭달쏭 정치이야기-6]‘무대’의 무대는 펼쳐질까?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9-05 10:45
  • 승인 2014.09.05 10:45
  • 호수 1062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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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세월호 해법, 김무성이 쥐고 있어
- YS에 배운 큰 정치 시도할 시기

“작은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큰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미국의 신학자이자 저술가, 정치개혁운동가이기도 했던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James Freemen Clarke)의 명언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경구다. 보통 작은 정치인은 정치꾼, 큰 정치인은 정치가로 의역해 여의도 바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정국이 산으로 가고 있다. 근본 원인은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지만,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여의도의 한량들도 청와대에 삿대질을 하기에는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현재상황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 지도부가 드러낸 정치력의 한계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책임전가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배증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에 걸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회담은 합의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가장 중요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에 실패한 것이다. 여야 협상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영선 원내대표는 슬그머니 자신의 자리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넘겨주고 대화와 타협,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여의도 정치에서는 잠적한 상태다.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박영선 원내대표로부터 협상의 바통을 넘겨받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 대표단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세 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고 ‘세월호특별법’ 타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세월호 희생자 가족 대표단을 협상의 파트너가 아닌 설득과 이해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은 가족 대표단과의 만남을 요식행위로 끝내 버렸다. 그 결과 추석 전 ‘세월호특별법’ 타결은 물 건너가 버렸다.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은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소위 ‘꼴보수’들은 이러한 대치국면을 진영논리에 얽어매어 세월호 참사와 그 후의 수습국면의 본질을 왜곡하는 데 열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통제 불가능한 내부논리에 의해 스스로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본의와는 상관없이 공공을 위한 공권력인 듯 공권력과 대결하는 양상이다. 어느 순간부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억울함의 표상에서 억지를 정당화하며 공권력에 도전하는 불순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애착이 없는 듯 보인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청와대 오더에 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법률안과 예산안만 꼽아보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무소불위의 통제받지 않는 당의 전권을 가진 상태에서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유일하게 정파적인 행동을 대놓고 하고 있다.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 중진들의 의견은 무참히 짓밟혔다. 사실 말이 좋아 분리지 원내대표 그만두라는 얘기를 에둘러 표현했음에도 눈치 100단인 박영선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뭉개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얽히고설킨 세월호 정국을 풀어나갈 최고의 책임자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당대표밖에 없다.

큰 정치인이 필요한 시기다. 큰 정치인은 그 능력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여의도 싸움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야당이다. 따라서 야당은 큰 정치를 할 자격도 없으며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 오직 여당의 당대표만이 아직 상처받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그 여당의 당대표는 한가한 것 같기도 하다. 새누리당 사무직당직자 조회에서 ‘대낮에 얼굴 벌게 가지고 다니면 제명하겠다’는 발언으로 군기나 잡으려고 하니 말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지난 대선 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으로 김무성 당대표를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NLL 녹취록 공개와 같이 무대포로 대선을 이끌었던 것이 “‘무대’ 김무성”이었다. 그의 무대포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 지난 대선이었다. 그 무대포 능력을 세월호 정국을 정상화시키는데 김무성 당대표가 보여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김무성 당대표가 나서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때다. 김무성 당대표는 현역정치인으로서는 YS에게 정치를 배운 몇 안 되는 사람이다. YS는 배포 하나로 천하를 먹은 사람이다. 일관되게 큰 정치를 해 온 YS를 따른다면 지금이 그 큰 정치를 시도할 절호의 시기다.

둘째, 여당의 당대표가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 국회정치는 여야당간 싸움의 정치이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가 승리했다.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박영선 원내대표와 새정연은 인정하려 하지 않으나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싸움에 이겼다고 모든 것이 여당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야당에게도 길을 열어 줘야 한다. 명색이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의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김 대표의 입장에서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한참 아래로 보일지 몰라도 적당히 숨통을 트여줄 필요가 있다.

셋째,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방치하는 것은 김무성 당대표의 정치력의 한계로 두고두고 남아있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새정연에게는 이겼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이길 필요는 없다.

넷째, 대통령이 못하는 소통의 정치를 여당 당대표가 해야 한다. 김무성 대표가 대중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김 대표가 쥐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4주차 여야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대표는 17.6%의 지지율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0.9%,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는 2.3% 차이다. 여권 차기주자 선호도는 18.4%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8.3%라는 꽤 많은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김 대표가 ‘세월호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대승적 결단으로 세월호 정국을 헤쳐 나간다면,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맞장 뜨면서 세월호 정국을 풀어나간다면 대권이 ‘무대’의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이 YS식 정치다. ‘무대’의 무대가 펼쳐질 것인지 아닌지, 그것은 김 대표가 선택할 문제다.












<김영필 정치개혁 시민의 힘 대표>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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