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불황의 늪 어디까지
증권업계 불황의 늪 어디까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9-05 10:44
  • 승인 2014.09.05 10:44
  • 호수 1062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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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감축에 성과연동제·아웃도어 세일즈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증권업계의 불황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각 증권사의 정규직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인력감축의 늪을 통과하더라도 성과연동제로 급여가 삭감되거나 동결되는 것을 견뎌야만 한다. 늘렸던 지점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아웃도어 세일즈로 활로를 개척하는 사례까지 발견된다.

20대 증권사 3700여명 떠나일부는 계약직 컴백
직급 없애고 동일한 기본급에 실적 따른 성과급 받기도

국내 증권사가 정규직원 수를 크게 줄이고 계약직원 수를 늘려가는 추세다. 각 증권사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0대 증권사의 직원 수는 총 31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33792명에 비해 3700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증권사 20곳 중 인원을 줄인 곳은 19곳이다. 예외가 된 현대증권은 현재 희망퇴직이 진행 중이라 역시 인원이 줄어들 곳으로 보인다. 이들 증권사 정규직의 경우 같은 기간 28551명에서 24812명으로 감소했다.

동양·삼성·우투최다 퇴직

인력감축 폭이 가장 큰 곳은 동양증권으로 1년간 8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받은 삼성증권이 500여 명으로 뒤를 이었다. NH농협증권과 합병을 앞둔 우리투자증권도 400여 명이 퇴직했다. NH증권의 경우에는 100여 명 선에서 그쳤다.

이외에도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400여 명의 인원을 줄였다. 하나대투증권도 100여 명의 인원이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계약직의 경우에는 오히려 숫자가 늘어났다. 우리투자증권의 계약직원 수는 올해 623명으로 지난해 510명에 비해 110여 명이 더 늘어났다. NH증권도 계약직원 수가 90여 명 증가했다.

또한 메리츠종금증권의 계약직원 수도 110여 명이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KB투자증권 40, 하이투자증권 38, 신한금융투자 28, 대우증권 27, 미래에셋증권 23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에는 퇴직으로 떠난 직원들이 비정규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희망퇴직 대우가 상당한 만큼 일단 퇴직으로 위로금 등을 확보한 후 다시 계약직으로 재입사하는 것이다. 일부 영업직이나 투자상담사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재입사 직군으로 전해졌다.

특히 성과연동제 도입으로 실적에 따라 급여가 변동되는 증권사에서 이러한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강력한 성과연동제로 지점영업의 경우 전월 실적이 급여의 120%에 못 미치면 익월 급여가 25% 삭감된다. 깎인 급여는 성과 우수 직원들의 급여로 편입돼 같은 증권사 내의 부익부 빈익빈을 현실화한다.

아예 지점 수를 줄이고 아웃도어 세일즈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상반기 20개에 달하던 점포 수를 5개로 줄였다. 그러나 영업직은 100여 명 추가 채용하면서 증권업의 방문판매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새 영업직원들도 실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급여도 함께 깎이는 구조에 속해 있다.

또 골든브릿지증권은 지난해 말 직급을 없애고 동일한 기본급에 각기 다른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전환했다. 현재 골든브릿지증권 영업직의 기본급은 200만 원으로 여기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추가된다.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사가 1년 반이 넘도록 대립하다가 이끌어 낸 결론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에는 아예 아웃도어 세일즈 부서를 신설해 60여 명을 이동시켰다. 이외에 몇몇 증권사들도 새로 아웃도어 세일즈팀을 시범적으로 발족시킨다는 계획이 전해지고 있다.

정작 대상이 되는 증권맨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으로 상반기까지의 수익률이 나빴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반기 경기 부양 기대에도 계속되는 구조조정 행보는 현업 증권맨들의 힘을 빼놓기에 충분하다고 토로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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