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추석명절이 다가오가면서 가족과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 형제, 친척 등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시기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추석명절은 힘든 시기다. 사라진 아이를 두고 마음 편히 음식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각종 제품들이며 신문 등에 미아찾기 광고가 많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광고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실종된 아이들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다.
실종자녀 둔 가정, 우울증·대인기피증·자살·이혼까지
아동지문사전등록제 등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학교는 잘 다니는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씩씩하고 건강한지 엄마는 참 궁금한 게 많아. 그런데 가장 묻고 싶은 건… 지금… 어디 있니?”
실종아동 전문기관의 공익광고 동영상에 나오는 효정이 엄마의 눈물과 한이 서린 독백이다. 이효정 양은 1986년 4월 10일 용산구 보광동노상에서 사라진 뒤 아직까지 그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효정이는 성장이 느린 것도,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엄마의 가슴속에는 늘 아홉 살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만 자리하고 있다. 효정 양이 1974년생이니 지금은 40살의 중년 여인이 됐을 나이다.
송길용씨는 15년째 실종된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전단지를 돌리고 현수막을 걸러 다니는 게 송씨의 일과다. 송씨의 딸 혜희양은 1999년 2월 13일 오후 10시 이후 지금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술에 취한 낯선 남성과 버스에서 내려 마을 입구로 들어갔다는 버스기사의 제보가 딸의 마지막 흔적이다. 당시 온 가족이 새벽 내내 마을 곳곳을 뒤져봤지만, 혜희도 술에 취한 남성도 찾지를 못했다.
실종자녀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다양한 후유증이 남는다. 부모들이 실종자녀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 특히 장기적인 경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한다.
또 죄책감으로 인해 일부 부모들은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자살을 하기도 한다. 부부간에 책임 소재를 둘러싼 다툼이 이혼으로 이어져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다. 친척 간에 왕래가 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추석같은 명절에는 웃음이 사라지기도 한다.
희망 놓지 않게
시민 관심 필요
실종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들해지는 주변의 관심이라고 한다. 줄어드는 세상의 관심과는 반대로 실종자 가족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녀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고통이 더욱 커져만 가고 마음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다급한 마음에 실종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서지만 이를 받아든 시민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길가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기 일쑤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수년 또는 수십년 동안 실종자녀를 찾아다니던 부모들은 커다란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도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면 실종자녀와 관련된 전단지, 현수막 등을 찾을 수 있다. 비록 우리 가족이 아닐지라도 한번쯤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종 12시간 내
찾아야
지난 7월 13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실종 신고는 2만308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5월 현재 9002명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에 60명, 1시간에 2.5명 수준이다.
문제는 신고 이후에도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장기 실종 아동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 실종 아동 수는 2010년 62명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255명을 기록했다. 불과 3년 사이 4배나 증가한 것이다.
실종 뒤 12시간 이내에 아동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신고 가운데 12시간이 지나 찾은 경우는 전체 건수의 1.2%에 불과했다. 반나절에 해당하는 12시간이 ‘골든타임’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실종아동들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중 한국형 ‘코드 아담(Code Adam)’으로 불리는 ‘실종예방지침’이 지난 7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코드 아담’은 1981년 미국의 한 백화점에서 실종된 뒤 살해된 채 발견된 어린이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정규모 이상을 갖춘 다중이용시설에 실종예방지침 마련을 강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동 지문 사전 등록제’다. 현행 ‘아동 지문 사전 등록제’는 보호자가 직접 파출소나 지구대에 방문해 아동의 지문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지문은 실동 아동의 신원을 조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홍보와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이용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이에 따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해 출생 신고 시부터 희망자에 한해 아동의 지문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기실종자추적팀
기대
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특히 실종 사건은 발생 당시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발생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수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일선 경찰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진행 중인 수사의 맥이 끊기는 점도 문제다.
서울의 한 실종수사팀 수사관은 “현재 실종 수사는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수사관 한 명이 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소한 2인 1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반영해 지난 6월 30일 ‘장기 실종자 추적팀’을 서울 남영동 ‘실종아동찾기센터’에 신설했다.
추적팀은 센터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찰관 5명으로 꾸려졌다. 실종아동찾기센터는 지금까지 실종 신고를 접수ㆍ처리하는 역할만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추적팀 신설로 센터는 직접 실종자를 찾는 조직을 갖게 됐다.
추적 대상은 경찰에 실종ㆍ가출 신고된 지 이틀이 지난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이다. 추적팀은 경찰 자료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중앙입양원, 지방자치단체 등에 보관된 모든 자료를 비교ㆍ분석해 실종자를 찾아 나선다.
현장 재조사와 실종자 가족 면담은 물론 필요한 경우 일선 경찰서와 공조수사도 벌일 예정이다. 한편 실종아동센터 전화번호는 182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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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