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서른다섯 번째는 아비스타(대표 김동근)다.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가능성 높아
중국시장 진입에 성공…주가 재평가 계기
의류브랜드 ‘아비스타'는 최근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기업이다. ‘아비스타 투자자들 단체로 멘붕'이라는 글도 포털 사이트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투자전문가는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아비스타 현재 지속 횡보하고 있는데요. 매수 시그널이 유입되면서 단기 탄력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고 호평하기도 한다.
다만 기업이 국내기업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국내 거주자가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있지만 최대주주는 중국계 자본이다.
아비스타는 2012년 11월 19일 중국 디샹그룹(지주회사)의 모태회사인 위해방직집단수출입유한책임공사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디샹그룹은 위해방직그룹과 체리그룹 등 계열사를 보유한 중국 대규모 패션의류수출기업이다.
이 거래로 디샹그룹은 아비스타 지분 36.9%를 양도받아 중국사업 성장의 발판을 했다. 김 대표 등은 24.4%의 지분으로 2대주주로 내려 앉았다. 아비스타는 디자인과 상품개발을, 디샹그룹은 중국내 생산 및 브랜드 유통을 담당하게 됐다.
성장 스토리, 여전히 유효
아비스타는 중국현지 디샹그룹과의 합자회사 설립을 통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초 중장기 비전 발표를 통해 아비스타는 2020년까지 3000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매출액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합병 소식 직후 아비스타는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상승세는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이날 오전 9시35분 현재 아비스타는 가격제한폭까지 뛴 6730원에 거래됐다.
아비스타는 M&A 이후 영업이익이 27억 원(2012년)에서 올해는 102억 원(2014년ㆍ추정치)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측은 “패션 디자인 측면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아비스타와 중국 내 생산과 유통,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디샹그룹의 협력을 통해 중국 사업의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했다"며 “중국 내에서 합작, 라이센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 기업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재무구조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난을 겪는 한국 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잡음도 많다.
지난 3월 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의 유안타증권, 지난 4월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을 표명했던 바오산철강,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 5%를 인수한 대만의 훙하이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액은 7억76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투자액(4억81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싱가포르ㆍ홍콩 등 중화권과 제3국을 거쳐 들어오는 중국 자본까지 합치면 15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중국시장이 커버렸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사업제휴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국 기업과 제휴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외국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계의 시선을 거두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디샹그룹은
디샹그룹(회장 주리화)은 그룹의 모태회사인 위해방직그룹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다.
1993년 설립한 이래 패션의류제품의 생산 및 수출입을 주 사업으로 성장했고, 섬유제품 제조 및 수출입·물류·부동산개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직통합을 이뤄왔다.
또한, 200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내수시장을 타겟으로 유럽과 미국 등 해외브랜드의 수입 및 라이센싱을 통한 패션브랜드 유통사업을 운영 중이며, 내수사업을 향후 성장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내수사업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디샹그룹은 산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기반과 북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판매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위해방직 그룹과 체리그룹 등 다수의 계열사를 통해 연간매출규모 10억불을 상회하는 중국최대 패션의류수출기업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