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정치인들 대활약…김무성·남경필 등 대권 후보로
‘부자 야당 대표’ 김한길, 박 대통령과의 대립도 닮은꼴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동북아의 새 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치인 2세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12세 때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 입성한 후 1979년 부친이 사망하면서 18년 만에 청와대를 나와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 1998년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던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당을 기사회생시키며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대선 경선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재도전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혁명 원로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의 아들이다. 부친이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에 의해 반대파로 몰려 유배되자 시 주석은 14세의 나이로 농민들과 밑바닥 생활을 체험했다. 이후 1982년 정치에 입문했고 2007년까지 지방을 돌며 정치 경험을 쌓았다. 아베 총리의 경우 화려한 집안 이력을 자랑한다.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이 그의 아버지이고,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그의 외할아버지다.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작은 외할아버지다.
부모가 남긴 정치적 이력은 2세 정치인들의 '꼬리표'이기도 하다. 2세 정치인은 부친의 명예를 의식하기 때문에 의정이나 지역구 활동에서 더 성실히 임하게 된다. 또 부친의 후광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과 아버지를 향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 역시 갖고 있다. 아버지의 공이 크면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고, 본인의 성과가 크다면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발목을 잡힌다.
아버지를 뛰어 넘다
부친 이상의 왕성한 정치 경력을 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2세 정치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대 당시 비박계와 친박계의 대립 구도 속에 서청원 의원과 치열한 당권경쟁을 펼쳤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당대회 현장까지 방문,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서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새누리당의 새 간판이 됐다.
김 대표는 1960년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낸 아버지 고 김용주 전 의원보다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더구나 당대표가 되면서 여권 내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5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경기 수원 팔달구에서 내리 5선을 한 뒤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남경필 지사는 전형적인 2세 정치인이다. 남 지사는 아버지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부자' 국회의원이 됐다.
남 지사의 부친인 남평우 전 의원은 14, 15대에 국회의원을 지냈다. 남 지사는 부친의 유고로 실시된 15대 국회의원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는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면서 대권 후보로 떠올랐으나 최근 아들의 군 가해자 사건 및 부인과 이혼 문제 등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현역 최다선 의원이었던 정몽준 전 의원도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정 전 의원의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4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했던 것. 정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박원순 시장에게 패배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에서는 여전히 유력한 대선 후보로 통하고 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은 11~12대 민정당 의원을 지낸 홍우준 전 의원의 장남이다. 1996년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15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단 뒤 3선 고지에 올랐다. 수해 골프 논란 등으로 한때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사무총장 등을 맡는 등 여전히 ‘친박 실세’로 통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차남이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유력한 사무총장으로 거론됐으나 ‘고사’했다. 유 의원은 대구 동을이 지역구로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일명 ‘원조 친박’이다. 지금은 박 대통령과 다소 거리를 두고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친분이 있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선 유 의원이 잠재적 대권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얄궂은 인연
7월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김한길 전 대표는 정치적 행보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김 전 대표는 선친인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의 대를 이어 ‘부자 야당 대표’가 됐던 것.
고(故) 김 전 당수는 국내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선구자로서 1961년 혁신정당인 통일사회당 창당을 주도했다. 1970년 대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야권 주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막판에 후보에서 물러났다.
특히 김 전 당수는 1975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되는 등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대립했다. 김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부녀 대통령’에 맞서 대를 이어 정치적 ‘카운터 파트’가 된 셈이다.
이 외에도 박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일호 의원은 고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장남이다.
충북지사를 지낸 정우택 의원도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 정운갑 전 농림부 장관의 아들이다.
정문헌 의원은 한나라당 정재철 전 의원, 이상일 의원은 신민당 이진연 전 의원, 김세연 의원은 김진재 전 의원, 김태환 의원은 무소속 김동석 전 의원의 아들로서 모두 '2세 정치인'들이다.
야당에도 2세 정치인들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노승환 전 국회 부의장의 아들이다. 또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은 2대부터 9대까지 8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 정일형 박사의 손자이자 5선 출신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들이기도 하다. 4선의 김성곤 의원은 김상영 전 공화당 의원의 아들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아들 때문에 정치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도 정치인 2세의 출현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에선 케네디가, 부시가 등 정치명문가가 존재하고 있으며, 일본은 집권 자민당의 경우 중·참의원 가운데 30%인 120여 명이 2세 정치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 부친인 조지 H W 부시의 선거운동 현장을 따라다니며 정치의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정치적 세습이라는 비판의 시선도 피할 수 없지만, 2세 대통령·당대표가 정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금 이들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버지의 후광 또는 그늘에 가려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새롭게 평가될 것인지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는 2세 정치인들의 행보는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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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