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vs DJ·노무현 ‘최후의 전쟁’ 막전막후

‘과거 10년 좌파정권 흔적 지우기’에 나선 MB(이명박 대통령) 정권이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다. 추석 전후가 지지율 회복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들은 과거세력의 핵심인사들을 쳐내며 개혁을 모토로 치고나가야 하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에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들으며 헤매는 사이, 과거의 세력들은 다시 결집해 외연을 넓히는 한편 MB세력과의 정면 대결을 벼르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보이지 않는 수장 자리를 꿰차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위험한 때가 곧 기회’라는 위기의 의미처럼, 현 집권세력이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과 경찰의 사정수사가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법원, 부실수사 지적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검찰에 의해 한 해운업체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 사실을 뒷받침할 진술의 신빙성이 없고, 입증도 부족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건설공사 외압 의혹을 받았던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도 기각됐는데, “범죄사실 공모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법원은 수사부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잉 표적 수사 논란이 불거지며, 수사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야권 인사는 “집권세력이 과거세력들을 쳐내면서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소리만 요란하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를 참여정부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현 집권세력의 드라이브가 먹히지 않는 모습으로 비취지만, 현 정부와 과거 정부 간 암묵적 합의에 따른 ‘보여주기식’ 수사의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봉하마을 문건 유출논쟁이 한창 불붙었을 때, 노 전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이 BBK 등을 암시하며 “이 정도에서 끝내자”는 말을 한 뒤 논란이 수그러들었던 전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노 측 한 인사는 “홍경태 전 행정관 등 친노세력 핵심인사를 건드리는 데 MB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최근 수사는 친노세력 움직임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친노세력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김 전 대통령은 MB 정부에 대해 남북관계 문제로 조언을 해왔으나 최근 그 횟수가 늘고 있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현실정치 참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DJ의 한 측근은 “남북관계는 DJ가 최고의 전문가고, 최대의 업적”이라며 “전문가로서 국가원로로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조언하는 것이지,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당내에서는 박지원 의원 등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펼치는 모습이다. DJ의 힘이 당내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DJ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을 꺾고 당선된 이윤석 의원의 민주당 복당이 불허된 것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당시 간부회의 기록에 따르면 주승용 전남도당 위원장은 “내가 도당위원장인데, 나 모르게 도당출신 의원 3명이 복당 신청을 했다”고 성토했고, 최인기 의원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도대체 기준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DJ, 현실정치 개입 확대
이 당시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서는 박지원, 김영록, 이윤석 의원 등 3명의 복당문제를 논의했으나, 이 의원만 탈락했다.
이와 관련해 DJ의 형의 아들인 김관선 전 광주시의회 부의장이 동교동을 방문, “복당관련 말이 많은 데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고 “나와 상관없으니 빨리 (이 의원을) 복당시켜라. 괜히 오해 받고 있다”고 DJ가 말했다는 전언이다.
DJ가 현실정치 개입 의혹을 받는데 따른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윤석 의원은 추석이 끝난 뒤 민주당에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J의 영향력이 당내에서 커지고 지속될 것이란 예상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DJ가 스위스 계좌에 2조 원 가량을 예치해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당내 실권을 행사하고, 향후 선거 등을 통해 자기사람 심기 작업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DJ의 당내 영향력에 대해 야권인사들은 대부분 수긍하는 모습이다.
현 집권세력은 추석 전후가 국정 주도권 장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움직이고 있다. 지지율을 회복하고,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는 하반기 국정운영 외에 친노, DJ,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로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와대는 3차 공기업 선진화와 규제개혁, 광역경제권, 각종 법안 재개정 등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생활공감정책, 녹색성장, 법치 등의 키워드를 활용 정책추진 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최근 “꼭 필요하다면 다소간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래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지금쯤은 행정개편이 있어야 한다”며 ‘행정구역 개편 공론화’에 나선 것은 ‘국정장악력’과 ‘지지율 회복’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제위기론이 수그러들고 미국 정부가 모기지 회사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국제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좋아지는 것도 현 정부의 그런 전략과 다소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짙어지고 있는 점은 현 정권에 오히려 득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외부 위협에 따른 내부 결속은 당연한 결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보수세력 재결집이 관건
물론 경제상황이 다시 어려워지거나 여당이 국정 주요 현안을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특히 추석전후로 민심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국정 운영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분석가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세제 개편안 등 국정 주요과제를 놓고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엇박자 행보를 보일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잠행을 거듭하는 것도 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세력 결집이 필요하나, 박 대표의 침묵으로 절반의 보수세력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과 과거집권세력의 기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추석을 전후로 최대, 최후의 결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정회복의 마지막 기회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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