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부처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16~20일 열린 가운데 이들 후보자들의 발탁 배경 및 자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송민순(58) 외교부장관 내정자와 이재정(62)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실정이다. 16, 17일 각각 열린 송 내정자와 이 내정자의 청문회서는 이들의 도덕성부터 자질, 역량 등에 대한 검증작업이 이뤄졌다. 두 내정자의 면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이들의 초등학교서부터 대학교까지, 학창시절에 대한 기록을 단독 입수했다. 두 내정자의 성적과 생활기록은 현재 이들의 이력 및 평판과 크게 다르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송 내정자는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외교부로 영전한 케이스다. 정통 외교관 출신이며 대표적인 북미 통으로 외교라인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그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 낸 이후 차관보에서 일약 장관급인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두 단계 뛰었고, 이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현재 송 내정자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며 덕장”이라는 평과 함께 뛰어난 협상 능력과 풍부한 조직관리 경험을 갖추고 있어 ‘뚝심의 협상꾼’으로 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어 ‘취약’·예능 ‘우수’
그렇다면 그의 ‘젊은 날’은 어떠했을까.
‘명랑 쾌활하며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으나 학습 노력이 필요하다(초등학교 시절).’, ‘온순한 성격이며 착실한 편이나 학업 성적에 향상 없음(중1).’, ‘온순, 착실하나 학습에 흥미가 없어 진보하지 않는다(중2).’,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실천적이며 학업도 꾸준히 노력한다(중3).’
송 내정자는 초등·중학교 시절 학업에 흥미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집에서 정미업을 하는 관계로 이사를 다니는 등 주위가 다소 산만해, 공부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는 것.
그는 특히 국어 성적이 취약해 교과학습지도 성과란에 매년 ‘국어 과목에 노력이 요구된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았다.
송 내정자는 그러나 예능에는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재배부, 미술반, 체육반, 생물 채집반 등에서 특별활동을 했는가 하면, 변론반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학생자치회서는 미화반 반원으로 적극 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운동을 좋아해 축구, 등산을 즐겼으며 중학교 2년 이후로는 고기 잡는 재미에 빠져 취미와 특기가 모두 ‘낚시’일 정도였다. 송 내정자는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박력 있는’ 남자로 성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근면·성실하고 남자다운 박력이 있으며 온후한 성품으로 신뢰를 받는다’고 적혀 있다.
또 ‘독일어’과목에 흥미를 느껴 특별활동반도 ‘독어회화반’에 들어갔다.
특히 고3년 때는 학업에만 매진, 전 과목 우수한 성적을 거둬, 담임교사로부터 ‘의지력 강하고 교과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송 내정자는 68년 서울대 문과대학 독어독문과에 입학했다. 대학 1년 당시 그는 국어, 영어, 독어 관련 과목에 C학점과 D학점을 거두는 등 현재의 위치와 명성에 맞지 않는 저조한 학업성취도를 보였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좋아져 전체 평점 평균 2.83이라는 성적으로 75년에 졸업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당시 75년 외무고시(9회 합격)를 준비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병역은 70∼72년에 육군만기 제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내정자는 중학교서부터 쭉 ‘정치가’가 되길 희망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학 선택과목으로 ‘정치과정론’, ‘정치학독문 강독’등 정치관련 과목을 수강했다. 하지만 현재 ‘외교통상부장관 내정자’라는 직책으로 보아 결국 그의 어릴 적 꿈은 빗나간 셈이 됐다.
반면, 종교인 출신의 정치인 이 내정자는 어려서부터 희망하던 ‘정치인’의 꿈을 이뤘다. 이 내정자는 옛 새천년민주당 전국구 의원을 지냈으며 같은 당 정책위의장도 맡았다.
이 내정자, 대미관계 중시파
16대 국회에서는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당 정책위의장을 맡았으며,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유세본부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통일과선교위원회 위원장, 범종교단체 남북교류협력협의회 공동대표의장 등을 맡는 등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에도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학창시절 성적표와도 무관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주목된다.
“성격은 온화하지만 색깔과 추진력이 분명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내정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과 ‘취약’ 외국어는 ‘소질’
실제로 초·중·고등학교 담임선생들이 작성한 ‘학생 이재정’에 대한 평가기록을 보면 ‘체구는 작으나 튼튼하고 강단 있다’, ‘성품이 착하고 정직하며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된다’, ‘온순한 성격이지만 명랑·쾌활하고, 자기주장이 분명하며 매사에 충실하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내정자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지능지수(IQ)테스트서 130이라는 꽤 높은 수치를 기록, 학업 성적도 전체적으로 우수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초등학교 성적은 대부분 ‘수’ 또는 ‘우’였으며 평균 90점대 이상을 항상 유지,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중학교 성적 역시 비교적 훌륭한 편이었으나 수학, 과학 등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과목의 성적은 저조했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과관련 과목은 다소 약했지만, 예능 과목엔 강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고1년부터 3년까지의 성적의 기복이 매우 심했다는 것.
특히, 외국어 과목의 경우 고2년까지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두다가 3년 때 분발, 눈에 띄게 향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대학 진학 시 외국어 관련 학과에 지원한 그의 남다른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를 1969년 졸업한 이 내정자의 졸업 당시 성적은 100점 만점에 85.3점.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해마다 학점이 향상돼 대학시절 중후반부터는 한 두 과목을 제외하곤 올 A학점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정자의 대학 성적증명서에서 특이한 점은 입학서부터 졸업 때까지 ‘체육’ 과목을 수강했다는 사실. 또 성적도 대체적으로 우수했다. 구체적인 교과목명이 적혀있진 않지만 매 학기마다 ‘체육’ 과목을 꼭 수강했던 것으로 보아 ‘운동 광’이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한편, 이 내정자는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부인 박영희(55) 여사와 1녀를 슬하에 두고 있으며, 송 내정자는 경남 진양에서 태어나 부인 이명숙(53)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정·송민순 내정자 알고보니 ‘교통의 무법자(?)’
이 내정자와 송 내정자의 또 다른 성향이 밝혀졌다. 두 내정자 모두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졌지만, 알고보니 ‘교통의 무법자’였던 것.
경찰청에 따르면 두 내정자를 비롯,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 각각의 소유차량 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교통법규를 수차례 위반해 범칙금 및 과태료를 물었다.
이 내정자는 2000년부터 6년여 동안 총 14번의 ‘속도위반’으로 과태료를 납부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2001년에만 5번의 ‘속도위반’을 저질렀고, 특히 8월 중 이틀에 걸쳐 한번 꼴로 ‘무한 질주’를 했다는 사실.
이에 질세라 이 내정자의 자녀도 속도위반 8번, 보행자위반 1번의 교통법규를 어겼으며, 배우자 박영희씨는 2001년 신호위반으로 1번의 범칙금을 납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송 내정자는 ‘신호위반’, ‘유턴위반’, ‘진로변경위반’, ‘속도위반’ 등 골고루 법규를 어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 송모씨는 ‘중앙선침범’으로 1차례 적발된 적이 있으며, 배우자 이명숙씨는 위반 내역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결과, 두 내정자 측 모두 범칙금은 제 날짜에 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위반 장소나 자세한 금액 등은 밝힐 수 없다”고 경찰청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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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kkeunnae@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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