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진중권 / 출판사 천년의상상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돼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진중권은 신간 「이미지 인문학 2」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의 미학으로 인문학에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전개에 중심으로 두고 있는 것이 디지털의 문화와 예술의 범주로 정의한 ‘언캐니(uncanny, 섬뜩함)’다. 언캐니라는 인간의 감정을 통해 그는 섬뜩한 이미지의 예술작품을 살피며 디지털 이미지 테두리 안에서 변하는 인간의 상태를 탐구한다. 신간의 부제를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라고 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진중권은 2008년부터 예술가와 인문학자, 엔지니어가 함께 미학을 연구하는 기술미학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디지털·미디어 미학'을 연구해왔는데 신간 「이미지 인문학 2」가 바로 이러한 연구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서 1권에서 이미지를 ‘문자로 그린 그림'으로 정의하고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적 기초개념 차원의 이미지 인문학을 다뤘다면 2권에서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응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데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진중권이 말하는 디지털 이미지에는 회화, 사진 등 전통적 이미지뿐 아니라 사물이나 생물, DNA, 비트, 나노까지 포함한다.
사진이 등장한 이후 회화가 더 이상 과거의 회화일 수 없듯 컴퓨터의 발명 이후 사진도 더 이상 과거의 사진일 수 없게 됐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물음을 던지게 된다. 컴퓨터의 발명으로 예술의 전체 성격이 바뀐 건 아닐까. 진중권은 이러한 의문을 「이미지 인문학 2」 첫 장(6장) 〈디지털 푼크툼〉과 마지막 장(10장) 〈디지털의 미학〉에서 제기하고 있다.
시대마다 미학은 달랐다. 고전미학의 주도적인 매체는 회화였다. 20세기 미학의 준거점이 된 매체는 사진과 영화였다. 그렇다면 디지털 이미지로 이뤄졌다는 21세기의 디지털 미학이란 뭘까.
그는 포스트모던 담론의 한계를 살피면서 생각의 패러다임을 플라톤주의에서 니체주의로 이동하는 프로젝트(project)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니체주의는 진리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라고 강조하는데 그렇다면 절대적인 진리란 뭐란 말인가. 자칫 허무함을 느낄 수 있는 이 물음의 영역을 진중권의 방식은 바로 니체주의의 디지털 버전이다.
[M 추천 도서]

조선평민열전
편역 허경진 / 출판사 알마
시인, 화가, 역관 등 평민 110여명의 삶을 통해 19세기 조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12년 만에 나온 이번 개정판에서는 최근 연구를 통해 방각본 출판업자로 인정된 ‘대동여지도’ 제작자 김정호가 출판 항목을 통해 소개됐다. 평민서당 교재를 출판했던 장혼과 한양 각지를 돌아다니며 더이상 읽히지 않는 책을 구해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았던 조신선 등도 조선 후기 평민문화를 확산시킨 주역으로 등장한다.
조선 시대는 양반·중인·상인·천인 네 계층으로 나뉘었지만 지배와 피지배의 개념으로만 보면 집권층 양반과 나머지 평민으로 양분된다. 실무와 기예를 담당한 평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임진왜란 전후인데 이는 전(傳) 형식으로 기록됐다. 따라서 “종이책이라는 한계 속에서 가능하면 많은 분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으려 했다”는 게 허경진의 말이다.
저자 김갑수 / 출판사 오픈하우스
클래식 안내서인 줄 알고 집어들었더니 술과 수다로 풀어낸 한 50대 아저씨의 에세이집에 가깝다. 클래식 음반을 문패로 걸어놓고 시인, 문화평론가, 시사평론가, 방송인 등 수많은 타이틀을 지닌 자신과 방황하는 중년살이를 버무려냈다.
바른생활 아저씨들과는 뼛속부터 달라서 살짝 미칠 수밖에 없었다는 자기네 페이소스를 클래식의 감동과 울림으로 전하고 있는데 이는 일평생 음악에 매진해온 경험과 경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 2장 ‘레알 작곡가 뒷담화’ 장으로 넘어가면 좀 더 음악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만 여기에서도 자욱한 담배연기 가득한 사랑방 같은 분위기는 풍긴다. ‘사랑하는 여친들에게 바침-하르트만의 교향곡들’ ‘이 시대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쇤베르크 음악' 등 그 목차들 역시 제목이 주는 의미를 알게 하지 않나. 어떻게 안 읽을 수 있겠니?
저자 신동일 / 출판사 리더스북
"전 사장은 모두들 선망하는 ‘복지 좋은 회사’가 오히려 독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전 사장 자신도 은행을 5년만 더 다녔더라면 아마 퇴직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편안함, 익숙함과 더불어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도 맹독이다."
저자 신동일은 마흔 이후에 역전을 이룬 이웃을 찾아 인터뷰하고 11명의 행복한 삶에 담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들 중엔 초졸 학력도 있고, 사업자금이 800만 원이던 이도 있었다. 명예퇴직의 위기 앞에 가진 거라곤 ‘고졸 학력과 회계팀장’이란 이력만 갖춘 불혹도 있었다. 저자는 이력서용 스펙보다 실전용 기술을, 경쟁적 승리보다 자아성취를 우선시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떠밀리듯 살아온 삶을 접고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인생을 개척해나가라며 이 시대 마흔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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