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참은 상태서 가슴압박, 한동안 실신
목숨 걸고 장난하는 것이 유행(?)
숨참은 상태서 가슴압박, 한동안 실신
목숨 걸고 장난하는 것이 유행(?)
  • 정은혜 
  • 입력 2006-07-20 09:00
  • 승인 2006.07.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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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일부러 목을 조르거나 가슴 부위를 압박해 일시적으로 사람을 기절시키는 이른바 ‘기절놀이’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기절당사자가 우스꽝스럽게 쓰러지는 모습에 환호하는가 하면,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다수 학생들이 인터넷 카페 및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경험담 등을 통해 이 놀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기절시키는 방법도 세세하게 적혀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과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기절놀이는 학생들의 막연한 ‘호기심’과 실신하기 직전 환각상태에 빠져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중독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순간의 충격으로 기절시키는 ‘아찔한’ 놀이를 두고 호기심, 쾌감, 장난, 재미 등의 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위험천만하다는 지적이다. 운동장애나 뇌손상을 비롯해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절놀이 하다 목숨 잃을 뻔

지난달 27일 익산의 A중학교에서는 기절놀이를 하던 2학년 K모(15)군이 심각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K군과 친구들은 K군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쉰 뒤 숨을 들이 마시는 순간에 다른 친구 2명이 가슴을 세게 압박해 강제로 호흡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K군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귀 뒤쪽의 머리뼈에 금이 가는 상해를 입었고, 양호교사에 의해 W대학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목격자 A양은 “K군은 그날 3번 기절을 시도했으며, 쓰러지려는 K군을 보고도 친구들은 장난인 줄 알고 아무도 잡지 않았다”며 “이후 응급실에 실려가 열흘 정도 입원했다”고 전했다. 기절놀이의 위험천만한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접촉한 S모(17)양에 따르면, 기절당한 친구 O양이 몸을 비틀면서 쓰러지니까 같은 반 아이들이 ‘야, 얘 기절 안했는데 쇼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퍽’소리가 나면서 안경이 깨지고 피범벅이 됐다는 것. 이후 O양은 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S양은 “O양이 쓰러지기 전, 둥글게 모여 구경하고 환호를 했다”며 “또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일부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자신을 비롯한 반 학생은 담임교사에게 모두 단체 기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경각은 커녕 ‘유행’으로 번져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K군 등의 사건으로 기절놀이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세간에서는 언론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적 시각이 팽배하다. 모방하기 쉬운 위험한 놀이에 대해서는 보도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촉한 10여 명의 학생 중 몇몇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기절놀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들은 재미와 쾌감을 느끼기 위해 온갖 형태의 기절시키는 방법을 짜내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살사이트 등에서 방법을 배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절놀이 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면서 단순히 목을 조르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방법이 됐고, 숨을 참은 상태에서 신체의 한 부위를 누르기, 생일빵(생일축하인사의 은어), 과호흡 상태에서 급소 때리기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 K고 1학년 Y(16)군은 쉬는 시간마다 친구 2명과 기절놀이를 한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본 후, 현재 거의 중독수준이라는 그는 기절하기 직전에 느껴지는 쾌감 때문에 이 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기절놀이를 하면 순간 기억이 멈추고 짜릿해져요. 힘이 쭉 빠지면서 전기 오르는 기분이랄까…. 꿈꾸듯 몽롱해지면서 묘한 쾌감도 느껴지고요.” D공고 2학년 P(17)군은 친구들의 생일에는 생일빵으로 보다 강도 높은 기절놀이를 한다.

이런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기절을 시키고, 심지어 다른 반 학생들도 와서 거든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기절 시키는 것보다 기절한 상태에서 깨우는 게 더 압권”이라며 “따귀를 때리는 것은 보통이고 누워 있는 채로 밟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과호흡 상태에서 급소를 때려 기절시키는 방법도 있다. S디자인고 2학년 L(17)군은 “숨을 최대한 참은 뒤 목이나 가슴을 세게 압박하면 순간적으로 기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숨을 안 쉬고 운동을 해도 기절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실제로 숨을 참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 기절하는 바람에 턱이 찢어져 13바늘을 꿰맸다”고 전하기도 했다.

무모한 놀이에 후유증 잇따라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친척형의 권유로 기절놀이를 하게 됐다는 C초교 6학년 K(12)군은 “호기심에 딱 한번 해보긴 했지만 다신 하고 싶지 않다”며 “기절하려는 순간 눈앞이 하얘지면서 이상한 환청이 들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숨을 들이쉴 때 당시 눌렸던 가슴 부위가 너무 아팠다”며 “이후 웃는 것도 힘들고 하품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목젖이 있는 부분에 심한 압박을 가해서 목이 심하게 부었다는 H중 3학년 P(15)군은 “기절 후 하도 안 일어나서 친구들이 내 얼굴을 때렸는데 코피가 멈추지 않아 고생한 적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입술이 터지고 앞니까지 부러져 현재 가짜 치아로 떼운 상태”라고 말했다.

J중 2학년 K(14)군은 기절 후 오랜 시간동안 깨지 못해 기억상실증에 걸릴 뻔한 케이스. 그는 “앞으로 기절놀이를 하려면 목숨포기각서를 쓰고 해야 할 정도”라며 “이 때문인지 평소에도 필름이 자주 끊기고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구리병원의 박용천 정신과 전문의는 “뇌에 4분 이상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기절 상태에서 ‘뇌사’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또 저산소증으로 뇌 부위에 손상을 입어 신체장애나 기억상실, 집중력 저하 등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며 ‘기절놀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자발호흡이 없어진 상태에서는 인공호흡을 포함한 적절한 심폐소생술이 매우 절실하다”면서 “물론 기절놀이 등의 생명을 담보로 한 모험을 하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고 충고했다. 학생들의 무모한 놀이문화에 대한 학교당국과 해당 교육청, 학부모들의 강력한 주의와 지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은혜 기자> kkeunnae@ilyoseoul.co.kr

정은혜  kkeunna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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