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만화를 본 적이 있다. 동네 식당의 욕쟁이 할머니가 나이와 상관없이 거침없이 욕이 섞인 하대의 말을 내뱉지만 막상 치과 치료를 받을 땐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라고 존대를 한다는 내용이다. 개원 11년 차가 되면서 실제로 만화와 같은 일을 자주 겪는다. 그만큼 치과 치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 자신도 모르게 부탁조의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치과진료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존의 충전치료 대신 스스로 치아를 재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 중이다. 충전치료란 썩은 부위를 제거하고 그곳에 아말감이나 합성레진 같은 물질을 채워 넣는 치료법이다. 영국에서 개발 중인 저주파 전기 전류 치료법은 치아에 칼슘과 인사염을 재공급해 치아 부식을 막고 치아조직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 치료법이 실용화 되면 환자는 치료과정에서 충치에 구멍을 뚫거나 마취주사를 놓을 필요가 없어 통증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치아 미백 효과도 있어 심미치료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치료법이 현실화 되면 치과가 두려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될지 모른다.
치과진료의 영역은 더 이상 나이와 관계가 없다. 예전에는 청소년기나 2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이던 교정치료

환자가 4~5년 전부터는 50~60대까지 확장됐다. 심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결과이다. 치아미백과 같은 미용목적의 의료비 지출액도 20대 다음이 50대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젊어서는 경제적 능력으로 인해 덧니나 돌출입 등을 치료하지 못하다가 경제적 안정을 찾은 중년이 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중년 환자는 교정치료 협조도나 만족도가 젊은 층에 비해 높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중년층 교정환자는 젊은이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만큼 상대적으로 잇몸이나 치조골이 약하다. 따라서 더 세심한 관심과 구강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젊어 보인다’는 얼굴지표는 가지런하고 흰 치아일 것이다. 산업의 발전은 의료 영역에서도 혜택을 줬다. 대표적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치아 수복과 보철물이다. 치아 삭제 전에는 치아모형을 만들기 위한 틀을 만든다. 그것을 컴퓨터가 3차원적으로 읽어 들인 후 치아를 삭제한 데이터 위에 겹쳐 가상의 보철물을 만들 수 있다. 이를 3D프린터가 보철물을 인쇄하듯 만드는 방식이다. 이 새로운 보철방식은 기존의 금니나 도재보철물 제작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심미적인 보철물을 만든다. 아직은 모든 보철물에 해당하지는 않지 않고 단단함의 정도가 기존보다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재료의 발전이 가속화되면 머지않아 보철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 만큼 치과치료시에 주의할 사항이 있다. 나이만큼 오랜 기간 복용한 항생제로 인해 내성이 있을 수 있다. 또 항생제 장기 투여는 장내 세균을 파괴한다. 장에서 비타민K 합성과 흡수를 부족하게 해 혈액 응고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의 부작용도 문제가 된다. 심혈관 질환 및 신장질환으로 투여 받는 아스피린 혹은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로 인해 구강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요실금이 있는 환자가 먹는 항이뇨제는 타액분비 감소로 구강건조증을 일으킨다. 이럴 경우엔 틀니와 치조점막 사이 윤활제 역할을 하는 타액이 부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잇몸이 짓눌려 틀니와 닿는 입안 점막이 헐거나 빨갛게 부어오를 수 있다. 이럴 땐 타액분비촉진제나 새콤달콤한 사탕을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만약 해당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치과치료 전에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부푸른치과 김진철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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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원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