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그룹 눈높이 선생님의 눈물] 부정 업무에 지나친 목표 , 버티다 못해 퇴사 ‘도미노’
[대교그룹 눈높이 선생님의 눈물] 부정 업무에 지나친 목표 , 버티다 못해 퇴사 ‘도미노’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7-14 14:50
  • 승인 2014.07.14 14:50
  • 호수 1054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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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으로 회원 탈퇴해도 교사 ‘탓’… 사 측 “윤리의식 가지는 것은 개인 몫”

 ‘눈높이 선생님,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대교그룹(회장 강영중·사진)이 ‘눈높이 선생님’의 목을 죄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교사들을 교육자가 아닌 영업직원으로 대한다는 비판이다. 일부 교사들은 “대교가 원래 목적인 교육보다 영업 압박을 심하게 가해 교사들이 버틸 수가 없다”고 토로할 지경이다. 특히 학습지 업계의 병폐로 불렸던 ▲허위 입회 ▲휴회 회원 홀딩 ▲자동 충당제 등이 여전한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한때 학습지 교사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원인으로 지목됐던 이 부정 업무에 대해 [일요서울]은 일선 교사와 노조 등의 목소리를 통해 실상을 들여다봤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사실 학습지 선생님들 사이에서 ▲허위 입회 ▲휴회 회원 홀딩 ▲자동 충당제 등 부정 업무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한 눈높이 일선 교사도 “학습지 시장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존재했던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교사들에게는 언제나 불안하고 힘이 드는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부정 업무의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선 허위 입회는 존재하지 않는 회원을 신규 회원으로 등록해 허위 회원에 대한 회비를 학습지 교사가 직접 충당하는 행위를 뜻한다. 인센티브로 돌려받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인센티브가 4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금액은 모두 교사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휴회 회원 홀딩은 학습 중단을 희망하는 회원의 퇴회 처리를 못하도록 막고 이때 회비를 교사가 부담하게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회비 자동 충당제 역시 장기체납, 회원의 무단 이주 등의 이유를 교사의 부주의로 판단하고 교사의 수당에서 나머지 금액을 차감해 가는 업무 행태다.

당연히 교사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한 경우는 사채를 끌어다 쓰는 처지에 놓인 이도 있다. 과거 학습지 교사들의 자살이 문제됐을 때마다 이러한 부정 업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실제 2012년에만 하더라도 대교 울산중부의 교육팀장과 아산지점장 등 2명의 자살이 이어진 바 있다.

또 그때마다 경찰과 사측은 개인적인 일이라는 공식입장을 내세웠지만 주변인들은 회사의 휴회 홀딩과 허위입회 강요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가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교그룹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부정 업무에 대한 불만 글이 끊임없이 빗발치고 있다.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영업직원인지, 교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요서울]과 만난 관계자들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수도 없이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회원이 탈회를 한다고 통보를 해도 회사 측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선생님들이 대납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사채를 쓰는 경우도 있다”면서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회원이 탈회하더라도 교사 책임인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독이 된 지나친 목표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오죽하면 교사들 사이에서 ‘내가 내 돈 내서 본사 직원 벌어 먹이고 산다’는 말까지 번진다. 명확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위 입회 등의 문제점을 사 측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는 것이다. 모두 실적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대교그룹은 올해 매출이 7000억 원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업이익이 500억 원을 돌파해 같은 기간 19%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한 학습지 노조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사 측은 허위 회원이라도 매출과 실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고칠 생각이 없다. 그는 “무조건 각 지부마다 목표치만 제시하면 본사는 하는 일이 없다. 퇴회를 받아 주지도 않으면서 마냥 목표치만 하달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교의 매출치는 교사들의 눈물”이라면서 “본사가 책임을 지는 부분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는 회원의 가정에 부도가 나서 휴회를 하더라도 교사가 책임지는 구조다. 이러한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감 때마다 실적을 동일하게 내놓으라는 요구도 부당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업이라는 것이 잘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는데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무리한 목표를 부여하는 동시에 보여 지는 매출을 위해 교사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본사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만 대교 측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본사 차원에서 근절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일축한다. 대교 관계자는 “교육 사업을 하는 기업인 만큼 윤리 경영에 대해 항상 강조한다”면서 “수시로 감사를 실시하고 만약 부정 업무가 적발될 시 최대 해고까지 이르는 징계를 내린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제도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근본적으로 교사들이 윤리 의식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책임을 돌리는 모습도 함께 보였다.

교사들이 누누이 부르짖는 ‘근본적 해결책’이 본사 입장에선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대교그룹의 국내 계열사 매출 중 80% 수준이 ‘눈높이’ 대교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교사들의 대납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표면적으론 교사들의 눈물과 매출이 등가교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교그룹의 지분 출자는 강영중 회장을 중심으로 친인척 지분 보유가 두드러진다. 대교홀딩스는 강영중 회장 외에 동생 경준씨가 3.07%, 학중씨가 5.23%를 보유하고 있다. 아들 호준씨와 호철씨도 0.04%를 가지고 있다. 대교 지분은 특수관계자로 강영중 회장의 부인 김민선씨 등이 조금씩 나누어 가진 상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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