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친정체제 강화, 노림수
태광그룹 친정체제 강화, 노림수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7-14 14:24
  • 승인 2014.07.14 14:24
  • 호수 1054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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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화재 등 대표이사 교체 바람…노조 파업 정면 돌파 분위기

티브로드 ‘갑의 횡포’ 논란…사측 “할 수 있는 것 없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 주변을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룹 내 주요 인사의 면면이 그의 측근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흡사 친정체제를 강화한 뒤 경영 일선 복귀를 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모습이다. 다만 이호진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나 병보석 상태라는 점은 이에 대한 해석을 더욱 분분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인사 교체 단행을 노조 파업과 관련지어 정면 돌파를 강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 전 회장은 사실상 경영 복귀가 절대 불가하다는 전망이 높았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보석 기간이라는 점이 이유였다. 그러나 태광그룹 주변을 살펴보면 이러한 전망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핵심 인사 물갈이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태광그룹의 보험계열사 흥국생명의 변종윤 대표와 흥국화재의 윤순구 대표가 줄줄이 퇴임했다. 특히 이들은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여서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시기와 퇴임 경로도 비슷하다. 변종윤 흥국생명 대표는 2010년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런데 연임 임기 종료 1개월여를 앞둔 지난 5월에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십여 일이 지난 후 윤순구 흥국화재 대표도 사표를 냈는데 윤순구 대표는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었다.

또 변종윤 흥국생명 전 대표는 그룹 내 핵심 인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윤순구 흥국화재 전 대표도 지난해 취임 때 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주주 소유 골프장 회원권 부당 매입, 전산시스템 오류 등 악재가 난무했던 흥국화재가 드디어 구원투수를 찾았다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변화는 태광그룹 최고경영진에서도 감지됐다. 그룹 내 2인자로 알려졌던 오용일 전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지난 3월 김기유 대한화섬 전 대표가 물러난 것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 경영진이 직접 밝히지는 않은 상태지만 새로 선임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호진 전 회장의 의중을 추측해볼 수 있다.

동창·사촌지간 등 다양한 인연 앞세워

먼저 그 중심에는 진헌진 신임 경영 고문이 있다. 그는 이호진 전 회장의 대원고·서울대 동기 동창으로 이 회장이 삼고초려해 영입하며 그룹의 경영을 맡아 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진헌진 신임 고문이 이 전 회장의 분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과 이 전 회장이 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사·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역시 상당하다. 실제로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진의 인사가 빈번하게 일어난 시점이 진헌진 신임 고문의 등장을 전후로 나뉜다. 3월 21일 김기유 대한화섬 전 대표, 5월 16일 변종윤 전 대표, 5월 30일 흥국화재의 윤순구 전 대표가 사의를 표한 것이다.

변종윤 대표 자리에 새로 기용된 김주윤 대표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주윤 신임 대표는 2008년 흥국생명에 합류, 2009년부터 흥국생명 대표를 한 번 지낸 경력이 있다. 김주윤 대표와 진헌진 고문이 서울대 경영학과, 한양투자금융의 입사 선후배 사이란 점도 흥미롭다.

김기유 대한화섬 전 대표 자리는 신임 대표에는 이중호 사장이 들어갔는데 그는 이 전 회장과 사촌이다. 태광산업 신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영업·구매·신소재 등 섬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섬유 소재 전문가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결과들이 이 전 회장이 경영 복귀를 앞두고 경영진 쇄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설의 근거들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케이블방송 선두권인 태광그룹 계열 티브로드가 슈퍼 갑질로 협력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 전 회장의 직접 지시로 정면 돌파하려는 계획이라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티브로드노동조합에 따르면 티브로드홀딩스는 하청 협력업체와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면서 케이블방솔 가입자 유치 영업실적을 강요하고 상품별로 포인트를 책정, 수수료를 차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티브로드가 지정한 업체와만 거래하거나 각종 물품을 공급받도록 협력업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특히 기존 협력업체와 같은 계약 내용으로 같은 지역에 새로운 유통점을 3~4개씩 새로 내줌으로써 기존 협력업체의 생존 기반을 위협한다는 원성이 높다.

을지로위원회 역시 “태광그룹은 이호진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줬고 아들의 지분율을 높였다”며 “협력업체들을 쥐어짜면서 총수 일가들의 배만 불리는 전형적인 갑질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티브로드 노조관계자도 “절대 티브로드 자체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없다. 모두 이 전 회장의 지시와 허락 하에 이뤄지고 있는 행태”라면서 “진헌진 고문의 등장과 함께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경영진 재배치가 파업과 관련된 의혹에 빠진 이유가 이 부분이다.

하지만 태광그룹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마다 실적과 상황에 맞게 인사를 했을 뿐, 그룹 차원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라며 “진헌진 신임 고문 경우에도 능력에 부응한 인사다”라고 선을 그렀다.

파업과 관련해서 입을 연 티브로드 관계자는 “우리는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 전부이며 현재 파업을 하고 있는 노조는 본사가 아닌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우리가 무슨 권력이 있어서 하청업체에 이래라 저래라 하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2011년 2월 검찰은 1400억원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 기소했다. 1년 만인 2012년 2월 1심 선고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 6월과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간암수술로 인해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형량을 줄여달라고 주장하나 건강상 이유로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선고공판을 앞두고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 티브로드홀딩스 등 계열사 사내이사를 포함한 모든 자리에서도 사퇴하며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 전 회장은 질병을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은 상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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