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충격! 베일 벗는 로또 비밀… ‘게이트’로 비화조짐
서민충격! 베일 벗는 로또 비밀… ‘게이트’로 비화조짐
  • 이석 
  • 입력 2005-09-27 09:00
  • 승인 2005.09.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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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대북송금 비리로 고초를 겪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번에는 온라인 연합복권(이하 로또)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뿐만 아니다. DJ정부 시절 국회부의장을 지낸 A의원의 보좌관 K씨가 KLS가 사업을 따내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이진구 의원 등이 22일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실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로또 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권 실세나 정치인의 개입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의 실명과 혐의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진화 의원 등이 실명까지 거론하며 로또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한 인사는 현재 3명.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을 비롯해, 전직 국회부의장 보좌관 K씨, 감사원 감사팀장 출신인 S씨 등이다.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의 경우 현재 A씨 이름으로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 지분을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요컨대 국민은행(당시 주택은행)은 지난 2001년 12월4일 로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제안요청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KLS는 이 제안요청서를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사전 정보를 입수한 상태. 심지어 미리 제안서를 만들어 제안서 요약본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고 의원은 그 배후에 박지원 전 장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KLS가 미리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데는 DJ정부 실세인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그는 박 전 장관 대신 KLS에 지분 20%를 투자한 A씨를 지목하고 있다. 박 전 장관과 A씨는 지난 86~88년 미국 뉴욕한인회 청년연합회에서 만나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 왔다. 고 의원은 “KLS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본 결과 A씨는 지난 2002년 6월14일 KLS 이사로 취임했고, 20%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로 돼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박 전 장관이 A씨를 통해 KLS에 지분을 투자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전 장관측은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박 전 장관측은 “고 의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번 제기된 의혹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 김일윤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10월4일 국감에서 “A씨가 ‘20%의 지분은 박지원 장관의 것이다. 곧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안씨는 로또 발행 직전인 2002년 10월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이사에서 물러났다”고 지적했다. 로또 사업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은 박 전 장관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감사원에 근무하다 KLS 감사로 임명된 S씨의 경우 축소감사 의혹도 받고 있다. 고 의원에 따르면 S씨는 감사원 제2사무차장 출신으로 감사원 근무 당시 로또 사건을 직접 감사했다. 그러나 얼마 뒤 KLS의 감사로 영입됐다. S씨가 감사원에 축소 감사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회부의장 보좌관 출신인 K씨 역시 KLS가 로또 사업 허가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진화 의원실에 따르면 K씨는 KLS의 독점 문제를 제기한 R사 사장과 협의해 이를 무마시켰다.

또 복권발행협의회가 인터넷 복권 사업허가를 내리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 고진화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K씨의 경우 발이 넓어 국회 내에서도 로비스트로 소문이 자자하다”면서 “주변 사람에게도 평소 ‘내가 KLS 남기태 사장에게 말하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남기태 사장은 H경제연구소장 G씨를 통해 온라인복권에 대한 사업지원을 약속받고 K보자관의 사무실을 모 일간지 사옥으로 이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면서 “이 일이 있은지 한달 후 복권발행협의회가 인터넷복권 발행 금지조치를 해제시켰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진구 의원은 영화회계법인(현 한영회계법인)의 컨설팅용역 입찰 과정의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01년 5월26일 건교부로부터 로또 발행 컨설팅용역 시행을 승인받은 국민은행은 당시 입찰 참가자격을 관련 용역 수행실적이 없는 업체로 제한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영화회계법인이 KLS와 거래 관계가 있는지 알면서도 입찰을 허용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영화회계법인은 나중에 시스템사업자로 선정된 KLS로부터 용역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서 “확인 결과 KLS 남기태 사장과 영화회계법인 O부사장이 대학 동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컨설팅 용역을 따낸 영화회계법인은 해외 복권자료를 왜곡, 로또 예상 판매액을 줄이고 수수료율을 높여 KLS에 돈벼락을 안겼다. 정부 또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 없이 국민은행과 영화회계법인의 제안을 모두 수용했다”면서 “정·관계 로비와 권력층 개입 없이 막대한 이권 사업이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로또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이 국감을 통해 줄줄이 거론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최근 국민은행 직원을 포함해 KLS 사장 남기태씨, 영화회계법인 부대표 O씨 등 4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때문에 검찰수사로 로또사업에 개입한 고위층의 이름이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측은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로또 관련 비리를 수집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수사가 좀 더 진행되어야만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KLS는 어떤 회사인가? - 42억을 6,834억으로 만든 ‘신의 손’?

지난 88년 설립된 KLS는 복권 인쇄와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지난 2002년 6월24일 로또의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한마디로 ‘대박’을 터트렸다. KLS는 지난 2003년 3,622억원, 2004년 1,802억원의 수수료를 배당받았다. 연간 평균 매출액만 2,700억원에 달한다. 당기 순이익은 지난 2003년 1,700억원을 신고, 순이익만 고려해 볼 때 상장사 기준(2004년)으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에 이어 재계 4위를 차지했다. 주가(비상장)도 코스닥 기준(2005년)으로 삼성생명, 현대홈쇼핑, 세메스, 미래에셋, IDS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KLS에 투자한 주주들도 목돈을 거머쥐었다. KLS 1대 주주인 남기태 사장은 현재 KLS 주식 15.9%(180여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KLS 주가가 2만1,500원(액면가 5,000원)임을 감안할 때 남 사장은 400여억원을 벌어들인 셈이 됐다. 남 사장의 사위이자 KLS 2대 주주인 범양건영 박희택 회장과 남 사장의 친동생이자 3대 주주인 남진우씨 역시 각각 11%와 3.7%의 지분을 보유,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기게 됐다. 이들의 초기 주식매입 투자비용이 42억원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익률이다. 고진화 의원은 “오는 2009년까지 KLS가 9.523%의 수수료율을 받을 경우 최대 6,834억원을 배당받게 된다”면서 “이를 수익률로 따지면 1만6,418%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익 사업에 투자된 돈은 형식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2003년도 KLS는 3,600억원의 수수료를 지급받았지만, 공익사업을 위해 만든 로또공익재단에는 36억3,900만원만 돌아갔다”면서 “그나마 지난해에는 로또공익재단이 사용한 사업금액은 19억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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