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모텔 “낮에도 방이 없다”
최근 대학가 모텔들은 불황을 타개하려는 자구책으로 대학생들의 생활스케줄에 맞는 신서비스제를 도입해 낮밤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강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1시간짜리 초 숏타임 이용제가 등장했는가하면, 단골 고객에게는 할인쿠폰 및 PC방 이용권, 음식점 무료쿠폰까지 나눠주는 등 주머니가 얄팍한 대학생들의 구미를 잡아당기는 신제도들이 속속 등장했다.신촌의 J모텔 지배인 박모씨는 “젊은 대학생들이 많다보니 얼마전까지만해도 낮에는 객실 대부분이 비어있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주말이나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연말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만실이 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는 “평일 밤에도 남아돌던 객실이 대낮에 다 차서 오는 손님을 되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학생커플을 잡아라””
박씨의 말에 따르면 손님은 공강시간을 이용해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러 오는 대학생 커플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깜짝 데이트’를 즐기러 오는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 그것은 방학이 시작된 요즘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타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과 시설이기 때문에 방학인 요즘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모텔을 과거의 허름한 ‘여관’이나 ‘여인숙’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몇 달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내부 리모델링을 하는 등 시설면에서 호텔에 뒤질 바 없다. 특히 “입맛이 까다로우면서도 주머니가 얇은 젊은이들을 겨냥해야하기 때문에 낙후된 시설이나 유행에 뒤처지는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박씨의 얘기다.
박씨에 따르면 요즘 커플들은 ‘당당하게’ 모텔에 들어온다. 테마별로 나뉘어있는 방을 고르는 일, 월풀 욕조나 폭포수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는지 등에 대한 시설점검(?), 심지어 할인쿠폰을 들고와 가격을 깎는 일 등 ‘주도권’을 여성이 쥐고 있다는 것도 특색. 또 프런트 직원과 아예 마주칠 일이 없도록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무인호텔을 찾는 커플도 많다. 박씨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모텔의 이미지는 단순히 성관계를 갖기 위한 비밀스런 장소가 아니라 편안하고 쾌적한 시설에서 경제적인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오락공간”이라고 말했다.
“모텔방에선 무슨 일이…?” “한곳에서 해결한다””
“‘섹스만’ 하는게 아니라 ‘섹스도’ 하는거죠” Y대생 유민우(가명·25)씨의 말이다. 여자친구와 신촌의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유씨는 모텔에서 단순히 ‘관계’만 갖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커플중에는 모텔에 아예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거나 주문을 해서 먹는 경우도 많다는 것. 실제로 객실에는 중국 음식뿐 아니라 한식이나 분식, 피자나 파스타류, 최근에는 초밥이나 회까지 주문할 수 있는 연계 음식점들의 광고판이 즐비하다.
이들은 모텔에서 원하는 메뉴로 식사를 하고 방안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과제나 게임을 하고, 대형 DVD를 통해 영화를 보고… 월풀욕조에서 피로를 푸는가 하면, ‘사랑’도 나눈다.“식당, 카페, PC방, 비디오방, 찜질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곳에서 해결하는 셈이죠”라는 것이 유씨의 설명. 말그대로 둘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그들만의 화끈하고 알찬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다. 특히 시험기간 동안에는 도서관 자리잡느라, 남 눈치보느라 고생하느니 아예 연인끼리 모텔로 버젓이 ‘입성’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것. 또 커플들의 생일파티나 100일 기념파티 등은 물론이고 동아리 모임이나 쫑파티까지도 모텔방을 잡아 치르는 이들도 등장했다는 것이 모텔 관계자들의 말이다.
“비디오방보다 싼 가격” ”
그렇다면 이들이 모텔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최근 신촌 등지에서 유행하는 숏타임 대실제는 시간당 5천원. 보통 모텔에 한번 들어가면 2~4만원의 대실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볼때 시간당 가격제는 짧은 시간 머물다가는 대학생 커플에게는 무척 효율적인 가격인 셈이다. 유씨는 “두 사람이 영화 한편 보는 비용보다 싼 가격”이라며 “2시간에 만원이면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친구 커플들도 자주 ‘애용’하고 있다” 고 귀띔했다.
“원나잇은 밤에만 하나?””
하지만 폐쇄적인 공간의 특성상 모텔과 ‘sex’는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유씨는 “어차피 성인인데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며 “더운데 굳이 비디오방에서 ‘연애’할 필요 있나요”라고 되묻는다. 놀라운 사실은 모텔 이용자들이 모두 연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아무 개념없이 ‘엔조이’를 목적으로 관계를 갖는 이들도 많은 것이 현실. 유씨는 “요즘은 소개팅의 마지막 코스가 모텔인 경우도 많은데 서로 마음에 들 경우 (모텔로) 직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단체미팅 후 파트너가 정해지면 각기 방으로 나누어 들어가기도 하는 일종의 ‘섹스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신촌의 O모텔 지배인 한모씨도 “원나잇은 밤에만 이뤄지는게 아닌 모양”이라며 “짧은 시간에도 할건 다하고 나가는데 피임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일주일에 두세번씩 파트너를 바꿔 찾아오는 ‘단골’들도 종종 있는데, 오히려 내가 민망할 정도”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 모텔관련 카페 우후죽순… “100일 파티하기 좋은 모텔없나요?”
그동안 모텔은 ‘탈선의 온상’으로 여겨져 선뜻 드러내놓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모텔’은 서울의 한적한 외곽에 위치해 번호판을 가린 자동차들이 즐비한 곳으로 ‘불륜남녀들의 해방구’이자 ‘러브호텔’의 의미가 강했다. 특히 미혼 여성이 모텔에 드나드는 모습이 발각이라도 될 경우, 그동안 쌓아왔던 ‘청순+순수’한 이미지에 여간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친이) 모텔갈 때 이것저것 얼마나 꼼꼼히 따지는지 몰라요”라는 유씨의 말처럼 여성들은 분명 변했다.
실제로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모텔관련 카페만해도 600개에 달하며 개중에는 회원수 9만명을 넘어선 곳도 있다. 특이한 사실은 이곳에서는 남성보다 여성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여성들의 모텔 체험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친구와 새로운 모텔을 다니는 것이 취미’라거나 ‘100일 파티를 할 만한 싸고 분위기 좋은 모텔을 소개해달라’, ‘크리스마스때 방을 잡을 수 있는 모텔이 어디냐’ 정도는 ‘애교’수준이다. ‘서울 시내 유명하다는 모텔을 모두 섭렵했다’, ‘OO모텔은 샤워시설이 안좋고 XX모텔은 침대 쿠션이 나쁘다’, ‘애인과 거품목욕을 즐기기 좋은 곳’, ‘A모텔에서는 폭포수 마사지가 가능하다’, ‘천정에 거울이 있어 관계시 몹시 흥분됐다’는 등 ‘적나라한’ 모텔 경험기에 대한 글을 올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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